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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다음 중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① 동거 중인 게이 커플
② 비혼 여성과 반려동물
③ 미혼모와 그녀의 아이
④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4인
⑤ 장애인 공동체

정답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④번을 택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 ①번에서 ⑤번까지 모두 '가족'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름다운 재단의 후원을 받아 '비정상 가족들의 비범한 미래기획'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여성주의단체 '언니네트워크'와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2일, 서울 마포의 언니네트워크 사무실에서 '언니네트워크' 정현희(31) 운영위원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이종걸(35) 사무국장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가족'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비정상 가족들의 비범한 미래기획'은 비혼, 동성애자, 미혼모,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정상 가족'의 틀을 벗어난 '비정상 가족'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프로젝트다(누리집 바로가기). 이들이 이 프로젝트에 나선 이유는 하나. 혈연, 혼인 중심의 닫혀 있는 가족 제도를 근본적으로 비판하고 다양한 가족을 인정할 수 있는 가족구성권을 널리 알리고자 함이다. 가족구성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가족 또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보장받을 권리를 뜻한다.

정현희씨는 "예전부터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을 통해 다양한 가족을 연구했고, 가족에 관한 인식을 바꿔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며 "다양한 가족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사례를 제시하고, 그들 스스로 만든 가족을 인정받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정상 가족'이면 어떤가요

 이종걸 사무국장
 이종걸 사무국장
ⓒ 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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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 가족'이라는 말을 들으면 부정적인 느낌이 먼저 들기 마련. 이종걸씨는 '비정상 가족'은 "정상 가족이란 개념을 스스로 떨쳐버리고 사회적으로 정해져 있는 가족의 틀을 벗어난 가족 형태를 말한다"고 말했다.

"1인 가족, 한부모 가족, 동성애 가족, 장애인 공동체 등. 사람들이 보기에 '비정상 가족'이면 어때요? 오히려 우리는 열심히 살고 있다는 당당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상 가족이 되고 싶다는 욕구가 아니라 '우리도 하나의 가족으로 잘살고 있다'는 것을 반어법으로 표현한 것이에요."

이들은 최근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비정상 가족'을 만나고 있다. 정현희씨는 지난 4월 인터뷰를 목적으로 만난 한 미혼모의 이야기를 꺼냈다.

"저희가 만난 미혼모 여성은 스스로 결혼을 거절하고 있었어요. 아이 아빠와 그 가족들은 아이를 낳았으니까 결혼을 하자고 하고, 이 여성의 가족도 결혼을 하라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이 여성은 '왜 아이 때문에 꼭 결혼을 해야 하냐'는 입장이었습니다. 자신이 아이 아빠와 결혼했을 때 행복할 수 없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아이를 생각하라며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한대요. 사실 여성과 아이의 행복이 분리될 수 없고, 이 여성이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 것인데 말이죠. 여전히 여성이 자기 주체성이나 행복을 요구하게 되면, '엄마가 돼서 아이의 행복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난받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아빠가 있어야지만, 남녀가 결혼을 해야지만 안정적인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주노>의 한 장면.
 아빠가 있어야만, 남녀가 결혼을 해야만 안정적인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주노>의 한 장면.
ⓒ 미로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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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희씨는 "미혼모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함정이 있다"고 말했다. 미혼모 여성이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고, 열심히 살면서 아이만을 사랑해야 하는 모성적인 부분에만 철저히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란다. 정현희씨는 "미혼모 가족에게는 반드시 아빠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한 가족으로 본다"며 "하지만 굳이 아이 아빠가 없어도 미혼모 여성이 자신의 아이와 행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걸씨도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을 수 있고, 키울 수 있는데 이런 가족 형태를 비정상적으로만 바라 본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사회에는 다양한 가족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혈연 중심의 관계만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가족이라고 구분 지을 수 있는 나름의 원칙은 '같이 살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누구는 그것이 혈연이 될 수 있고, 누구는 정서적인 애정 관계, 편안한 친구 관계 같은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제는 본인 스스로 누구랑 같이 살고 싶은지 고민하면서, 스스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레즈비언 커플도 싸우는 건 마찬가지

 레즈비언 커플이라고 그들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영화 <사랑이 찾아온 여름> 중 한 장면
 레즈비언 커플이라고 그들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영화 <사랑이 찾아온 여름> 중 한 장면
ⓒ 파벨 포리코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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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희씨도 "가족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동거 중인 레즈비언 커플을 가족으로 보지 않을 수 있지만, 사실 다른 가족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고민과 별반 다름없는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함께 바를 운영하며 지난해 결혼식을 올렸다는 20대 후반의 레즈비언 커플은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자 위생 관념, 입맛, 성격 차이를 극복했단다. 또 7년을 만나온 게이 커플은 아기자기한 보금자리를 함께 꾸미며 게이라는 성적 정체성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공통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관계는 제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통한 노력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성애자들은 결혼을 통해 어떻게 살아갈지 약속을 하지만 동성애 커플은 그렇게 시작하지 않죠. 하지만 결국 결혼을 하는 것과 동거를 하는 이유는 거의 같아요. 함께 생활을 하면서 더 친밀해지고, 가사 부담부터 경제적 역할까지 실질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동거가 가족을 이루는 데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동성 커플은 자신들을 부부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자신들을 스스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족이란 것은 서로 간의 관계에 의해 정해진다고 생각해요."

이들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전형적인 가족 상으로 인해, 사람들이 정상 가족의 범주를 벗어나면 스스로 불행하게 느낀다'고 주장했다. 정현희씨는 "정말 정상 가족이라는 게 존재할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사실 정상 가족은 사람들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가족에 너무 의존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족에게 의존하다 보니 이혼이나 불화가 닥쳤을 때, 사람들이 '이젠 정상적인 형태의 가족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게 된다는 얘기다. 정현희씨는 "가족도 자기 삶에서 스쳐 지나가는 중요한 타인일 뿐"이라며 "넓은 개념으로 가족을 공동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들... '파트너십 제도'를 아십니까

 정현희 운영위원
 정현희 운영위원
ⓒ 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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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말이 완벽하게 공동체를 표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정현희씨는 7명의 30대 초반 여성들이 9년째 같은 아파트에서 비혼 여성 공동체를 이뤄 살고 있는 사례를 들었다.

"지난 3월, 전주에 있는 비혼 여성 공동체 '비비'에 갔을 때 사람들에게 '여기 있는 사람들은 가족인가요?'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어떤 한 분이 '가족은 진흙탕 같다'고 말하더군요. 엄마, 아빠, 형제자매 등 자신들의 원래 가족들은 되레 그들을 더 힘들게 한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 속해 있는 공동체를 '가족'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흔히 사람들은 동거하는 사람들의 관계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들 스스로 자신의 혈연 가족은 저기에 있지만, 자신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원래 가족과 과거에 쌓은 시간과 추억이 있겠지만, 공동체는 앞으로 같이 미래를 계획하며 살아갈 사람들이라는 의미인 것이죠. 공동체를 굳이 통념적인 의미의 가족이라는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대안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결혼 제도의 복사본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정현희씨는 "서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파트너십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혼, 부부 관계라는 전제 조건없이 실질적으로 같이 나누는 생활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동성애 커플 둘 중에 한 명이 죽거나 사고를 당했을 때 나머지 한쪽은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잖아요. 법적으로는 남이니까 수술 동의서에 사인도 할 수 없고... 재산을 물려받을 수도 없죠. 서로의 관계를 입증해 함께 살아가는 데 도움을 받고 보호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종걸씨도 "파트너십은 둘 사이의 계약관계지 법적인 혼인 관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속도 현행 가족 중심으로 돼 있습니다. 함께 산 파트너에게 상속하고 싶은데, 자신과 친분 관계가 없는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이 돌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현실적으로 '사실혼'이 인정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지난 2003년, 20년 동안 같이 살았던 레즈비언 커플이 재산분할청구를 하려고 사실혼 관계 인정을 요청했는데 되지 않았습니다. 파트너십 제도가 생기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정현희씨는 "다양한 가족은 새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면, 사회 구성원들이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 생활, 동거, 경제 활동 공유, 친밀감 등... 이런 조건들 중 한 가지만 성립이 돼도 가족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앞서 말한 조건 중 하나만 유지하고 있는 가족은 수두룩해요. 따로 살거나 친밀감이 없거나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사실 우리가 가족이라고 제도적으로 부르기는 하지만, 모두 본질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한 번쯤, '나는 정말 정상 가족에 속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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