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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금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번 당선인이 4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의사를 공식 선언했다.
 윤금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번 당선인이 4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의사를 공식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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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파문으로 국민 여러분들께 많은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렸다. 이 점, 매우 송구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조직후보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번 윤금순 당선자가 사퇴했다. 그는 비교적 담담했다. 다만 윤 당선자를 도와 선거운동에 적극 나섰던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박점옥 회장은 기자회견 중 울컥했다. 진한 경상도 말씨로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가던 박 회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19대 국회의원 중 유일한 '농민 국회의원' 배지가 떨어져 나가는 순간에 대한 회한이 덮친 모양이다.

윤 당선자는 4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지금껏 농사지으며 농민운동과 여성농민운동의 한 길을 걸어왔다"며 "농민을 대표해 전여농의 후보로 추대돼 출마했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19대 국회 통털어 유일한 농민의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자는 "당내 비례대표 경선파문으로 국민들께 당이 많은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고 그 점을 매우 송구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전여농의 조직후보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같이 한다"며 "당선자로서 함께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에는 기자들과 만난 윤 당선자는 "경선에 같이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함께 책임져야 한다"며 "이석기 당선자와 김재연 당선자도 모두 함께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비례대표 사퇴' 윤금순이 내건 두가지 조건

통합진보당 당권파(경기동부연합)의 실세로 알려진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가 지난 4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대표단-국회의원 당선자 상견례에서 이정희 공동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당권파(경기동부연합)의 실세로 알려진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가 지난 4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대표단-국회의원 당선자 상견례에서 이정희 공동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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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농은 이날 '눈물의 기자회견'에서 두 가지 요구조건을 걸었다. 통합진보당의 당대표단 전원 사퇴와 순위경선에 참여한 비례대표 후보의 전원 사퇴다. 남성 비례대표 1위를 한 이석기 씨엔피 전략그룹 대표와 청년 비례대표 당선자인 김재연 후보가 함께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전여농은 이날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비례대표 후보 순위 경선 자체가 투표한 값을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그렇기 때문에 비례대표 당선자 전원이 사퇴하는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통합진보당은 이번 사태를 봉합하고 수습하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정당을 다시 건설하는 재창당 수준의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이번 선거에 책임이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선거에 관련된 실무 책임이 있는 사무총국 또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여농은 윤금순 사퇴의 조건을 달았다. 그동안 통합진보당의 배타적 지지단체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경기동부연합 출신의 이석기 당선자 등을 겨냥한 말이기도 하다.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이석기 당선자와 김재연 당선자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미리 윤금순 당선자가 배수의 진을 치는 것 같다"며 "당 전국운영위원회가 곧 열릴 텐데 여기에서도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면 당은 걷잡을 수 없는 위기의 상황으로 곤두박질 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윤금순 당선인은 전날인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선당후사'의 정신에 입각해 문제의 대상이 되는 모든 인물의 사퇴를 주장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것이 당선자의 도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석기 당선자 쪽과 김재연 당선자 쪽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어 판단을 하루 정도 더 보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전여농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오늘 오후에 있을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요구안이 꼭 받아들여지길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당 지도부를 거세게 압박했다.

'나홀로' 책임지겠다고 나선 이정희... "안일한 인식"

문제는 이정희 공동대표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구당권파다. 이정희 대표는 전날인 3일 오전 당 대표단 회의에서 "통합진보당 비례후보 경선에서 일어난 일로 국민 여러분과 당원들께 큰 실망을 드렸다"며 "온라인 투표의 관리부실, 현장투표의 관리부실, 부정투표는 대단히 심각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렬한 반성 속에서 가장 무거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는 "어떤 경선 후보자들에게 어떤 부정의 경과가 담긴 표가 주어졌는지 백지상태"라며 "진실의 힘에 기초한 철저한 반성, 그리고 화합과 단결로써 통합진보당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정희 대표의 입장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이정희 대표가 모든 것을 나 홀로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태도는 좋지만, 문제가 되는 비례대표 후보였던 이석기 당선자와 김재연 당선자의 사퇴는 하지 말자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태도는 안일한 인식의 발로 아니냐는 게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지난 3일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과 관련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사죄드리며 가장 무거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지난 3일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과 관련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사죄드리며 가장 무거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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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당내 핵심 관계자는 "국민이 통합진보당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조금만 생각한다면 지금 이렇게 미온적 태도로 일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세상이 통합진보당을, 국민이 통합진보당을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무조건 당내 계파만 지키면 된다는 뜻인지 정말 개탄스럽다"고 한탄했다.

그는 "여론의 비판에 요지부동인 민노당 구 당권파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데도 나몰라라 식"이라며 "정말 당이 어느 지경까지 망가져야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할지 정말로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비당권파는 이번 기회에 당이 전면적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를 명확히 바라보고 처신을 올바로 하지 않는 한 돌아선 민심을 돌이키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같은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론은 점점 통합진보당에게 멀어지는 분위기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며 "지난주 목요일 조사에서 8.4%를 기록한 이후 어제 조사에서는 6.8%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악화된 SNS 여론... "통합진보당 존폐 위기"

트위터에서도 통합진보당이 부정선거 문제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성하훈씨는 "통합진보당이 욕 먹는 모습은 안타깝지만, NL의 상습적인 부정이 제대로 걸려 된서리를 맞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한다"며 "부정선거에 관련된 경기동부 핵심들은 모두 제명되고 당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통합진보당 사태 해결책의 하나는 비대위 구성일 것"이라며 "민주통합당이나 새누리당, 통합진보당까지 비대위 체제로 가게 되는데, 주요 정당들이 모두 비대위를 운영한다는 건 정당정치의 일대 위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정치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냐"며 개탄하기도 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이날 트위터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번 윤금순 당선자가 부정선거에 아무 책임이 없지만 사퇴 선언을 했다"며 "평생 농민운동에 몸바친 사람다운 당당한 선택이다. 다음은?"이라고 부정선거로 당선된 이들에 대한 결단을 촉구했다.

경제학자 우석훈씨는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선거 부정... 가슴이 아프지만, 2004년 이후로, 여전히 해결 못했던 해묵은 고민"이라며 "이번 기회에, 이 문제에 대한 우리 모두의 성찰이 있었으면 한다. 정치인으로서 이정희의 더 넓고 긴 미래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일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선거 논란에 대해 비판적인 성명을 냈다. 통합진보당은 이같은 참여연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참여연대는 "독재 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각종 부정 선거 행태가 공당에서, 더욱이 기성 정당의 구시대적 정당 운영에 비판적 목소리를 높였던 진보정당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분노와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며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과정에서 부정·부실 선거가 있었음을 인정한 만큼 국민 앞에 사죄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뭉뚱그려 '부실·부정 선거'라 할 것이 아니라 사무총국이 왜 온라인 투표 시스템의 프로그램을 수정했는지, 누가 지시했는지, 온라인 대리 투표를 조직한 사람은 누구인지, 현장 투표에서 명부에 등재되지 않은 인사들의 투표를 조직한 사람이 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며 "뿌리를 파헤치지 않고, 몇몇의 사무 관계자가 사퇴하고 공동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모양새로는 당 내외에서 제기되는 합리적 의문을 해소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참여연대는 "부정선거는 있었는데 지시한 사람은 없고, 부실한 선거 관리 때문이라는 발표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며 "통합진보당은 지금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으며 지난 관악을 경선 부정과 같이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신뢰 회복은 요원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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