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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여행지 100
 숨겨진 여행지 100
ⓒ 상상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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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가 고등학교 대학교 다닐 때, 금판사가 되면 돈을 갈퀴질한다고 늘 말해 왔다. 금판사가 아니라 검판사라고 내가 고쳐 일러 주면 끝내 고집을 꺾지 않고 금판사가 되면 장롱에 금싸라기가 그득그득 쌓일 거라고 부러워했다. - 김남주 <아버지> 중에서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이 검·판사가 되는 것을 가장 바랐다. 나도 어렸을 때, 그런 말을 듣고 자랐다. 자식이 검·판사가 되면 권력과 금력을 한꺼번에 움켜쥘 수 있다는 바람 때문이었을 것이다.

10여 년 전에 독일을 여행할 때, 가이드는 그 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은 첫째가 산림관리원이요, 둘째가 여행 가이드요, 셋째가 초등학교 교사라고 했다. 그 이유는 독일은 직업간 임금 격차가 거의 없기에 산림관리원은 늘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맑은 공기를 호흡하기에 선호하는 직업이고, 여행 가이드는 무료로 세계 각국을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요, 초등학교 교사는 대부분 오전이면 수업이 끝나기에 같은 보수로 여가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때, 나는 그 말을 상당히 뜻밖이라고 들었는데, 점차 선진국민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여행 떠난 '간 큰 가장'

여행작가 이종원씨, 나는 그를 한 모임에서 알게 되었는데, 그의 용기와 결단과 성실한 인간성에 매료되었다. 그는 여행이 너무 좋아서 잘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비정규직으로 전국을 유랑하며(때로는 해외에도), 글을 쓰는 것을 천직으로 살아가는 '간 큰 가장'이기 때문이다. 그의 인생 고백을 잠시 들어본다.

여행작가 이종원
 여행작가 이종원
ⓒ 이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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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마흔을 눈앞에 두고 10년 넘게 다녔던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일은 뭘까? 마흔이 되기 전에 샐러리맨에서 벗어나 숨통 트이는 인생을 찾고 싶은 욕망이 급기야 터진 것이다. 여행작가가 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참으로 순진하고도 무모한 도전이었다. 구속되지 않은 통로, 평생 꿈인 여행작가가 되기로 작심하고 난 세상을 향해 출사표를 던졌다. 길 위의 고단한 날이 시작되었고, 허름한 방에서 벌목 당한 나무처럼 씻지도 않은 채 쓰러져 곯아떨어지는 날이 많았다. 훗날, 그것이 얼마나 외롭고 혹독한 선택이었는지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행은 인생을 배우는 것이다

여행보다 더 즐거운 인생은 없다. 유럽인은 일 년 가운데 11개월을 열심히 일하여 저축한 뒤 한 달은 여행하면서 인생을 즐긴다고 한다. 여간, 멋진 인생이 아니다. 앞서 가는 나라 사람들은 여행을 통하여 견문을 넓히며, 다른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에서 더 나은 인생을 배우는 것이다.

사실 100여 년 전 우리나라가 망한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은 '우물 안 개구리'로 지구 반대편 사람의 사는 모습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나라 문만 잠그고 살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서세동점의 파고에 속수무책으로, 우리보다 일찍 서양문물에 눈 뜬 일본에 나라를 통째로 빼앗겼다.

이번에 펴낸 <대한민국 숨겨진 여행지 100>은 그가 여행작가로 나선 지 10여 년간 발품으로 만든 땀의 결실이다. 전국의 숨겨진 아름다운 경치를 7개 분야로 나눈바, 서울 1~7, 경기도 8~21, 강원도 22~34, 충청도 35~51, 전라도 52~70, 경상도 71~90, 제주도 91~100으로 전국방방곡곡 구석을 훑었다.

인천 강화도의 고려산 진달래
 인천 강화도의 고려산 진달래
ⓒ 이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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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미덕은 여행지에 대한 소개를 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이야기처럼 엮은 것이다.

한 예로 인천 강화 고려산 진달래 편을 보자. 여행안내(Travel Guide)에서는 시기: 4월 중순, 여행 성격: 가족, 연인, 교통편: 자가용, 버스, 일정: 1일 강화 고인돌 - 백련사 - 고려산 - 평화전망대 - 화문석문화관 - 고려궁지 - 용흥군 - 연미정 2일 강화역사관 - 광성보 - 덕진진 - 동막해변 - 마니산 등으로 상세하고 간략하게 정리했다. 여행이야기(Travel Story)는 용흥군 강화도령의 야기기도 곁들이고 있다. 그뿐 아니라  여행정보(Travel Info)에서는 친절한 여행 팁으로 고려산 진달래 축제 안내와 가는 길, 맛집, 잠자리, 주변 볼거리까지 아주 세밀하게 안내하고 있다.

좋은 여행의 요건

여행가는 좋은 여행의 삼대 요건으로 교통·날씨·숙박시설을 꼽는다. 나는 여기에 안내인이나 안내책자를 추가하고 싶다. 그동안 국내외의 많은 항일유적지를 답사하면서 안내인이나 안내책자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애써 찾아간 여행지에서 볼거리를 두고도 다 둘러보지 못하고 돌아온다면, 또는 볼거리를 찾는다고 아까운 시간을 낭비한다면 즐거운 여행 기분이 안 날 것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유명 여행지에 가서 많은 돈을 들여 먹고, 자고, 보는 것보다 오히려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그 고장의 토속음식을 맛보며, 비경을 즐기는 것이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100곳 가운데 내가 가 본 곳도 많지만,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은 가까운 곳부터 한곳 한곳 체크해 가며 발길을 옮길 예정이다. 이 책과 더불어 이 세상에 사는 즐거움을 누려야겠다.

도산서원의 전경
 도산서원의 전경
ⓒ 이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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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를 다닐수록 새삼 우리나라 산하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우리나라처럼 산하가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나라는 드물다. 나는 지금 강원도에 살고 있는데, 언저리 산하의 아름다움에 때로는 소름이 끼치도록 감동할 때가 잦다. 이따금 제자들이 나에게 주례를 청해 오면, 수락 조건으로 신혼여행을 국내로 하라고 권한다. 그러면 여행지까지 추천해 달라고 한다. 동해, 설악에서 경주까지 권했더니 신혼여행 후 찾아와서 매우 좋았다고 신혼여행으로 국내여행하기를 '참! 잘했다'고 인사를 했다. 하기는 밀월여행에 좋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이 책에 실려 있는 여행지 두어 곳을 사진으로 소개하면서 내 글을 마무리한다.

"여행보다 더 즐거운 인생은 없다"

고창읍성의 봄
 고창읍성의 봄
ⓒ 이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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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려나무숲길
 제주사려나무숲길
ⓒ 이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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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대한민국 숨겨진 여행지 100 - 소설보다 재미있는 구석구석 이야기 여행 | 이종원 (지은이) | 상상출판 | 2012년 4월



대한민국 숨겨진 여행지 100 - 소설보다 재미있는 구석구석 이야기 여행

이종원 지음, 상상출판(2012)


태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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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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