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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선거에서 원내 다수당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서 시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올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강원도당도 반성하고 있고, 우리 중앙당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27일 강원도를 방문한 민주통합당 문성근 대표 권한대행이 남긴 말이다. 4.11총선 이후 처음으로 강원도민과 마주한 자리에서, 문 대표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허리를 90도로 꺾어가며 최대한 사죄의 뜻을 전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민주통합당 문성근 대표 권한대행은 27일 지난 4.11총선에서 전례 없는 전패를 기록한 강원도를 방문했다. 문 대표가 강원도를 방문한 이유는 '시민과의 대화'를 통해 민주통합당이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이유를 되짚어 보는 한편, 시민들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기존의 정치권에 바라는 바를 경청하기 위해서다.

 

대화는 게릴라식으로 진행됐다. 형식은 자유로웠다. 격의 없는 대화를 진행하기에 딱 좋은 방식이다. 하지만 갑자기 대중 앞에 나타난 문 대표 앞에서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날 강원도에서는 질문은 적고 짧은 반면 상대적으로 답변은 긴, '시민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나는 '친노'도 '비노'도 아닌 친민주정부다"

 

강원도에서 진행된 '시민과의 대화'는 먼저 춘천시 온의동에 위치하고 있는 '춘천풍물시장'에서 시작됐다. '대화'를 위해 동원된 도구는 시장 중앙 공터에 놓인 마이크 2개와 스피커 1대가 전부였다. 현수막이나 차양막 같은 물건들은 전혀 설치되지 않았다. 공터에 방송사 카메라들이 여러 대 대기하고 있는 걸 본 시민들이 의아해 하는 얼굴로 기자에게 "누가 오느냐"고 물었다.

 

문 대표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30분경, 햇살이 가장 뜨거울 시간이다. 문 대표는 '불쑥' 공터로 들어섰다. 4.11총선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수십 미터 전방에서부터 사람들을 구름처럼 몰고 다닌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공터 주변에 진을 치고 멍하니 서 있던 기자들이 갑자기 나타난 문 대표를 발견하고 서둘러 장비를 챙겼다.

 

역시 '게릴라'는 달랐다. 문 대표는 시장 공터에 들어서자마자 숨 한 번 돌리지 않고 바로 마이크부터 집어 들었다. 그리고 곧장 전투 아닌 '대화'를 시작했다. 이날 장날을 맞은 시장은 평소와 달리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문 대표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지자, 장을 보던 시민들이 하나둘씩 공터로 모여들었다.

 

문 대표는 "어떤 질문이든 좋으니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문 대표는 질문 내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심지어 "개인적인 것까지 물어봐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화는 무척이나 진지하게 진행됐다. 개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 대표는 시민들에게 "4.11 총선 거치며 부족했던 점 질책해주시고, 또 12월 대선을 향해 갈 때 우리(민주통합당)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충고와 격려의 말을 듣고 싶어 나왔다"는 말로 대화를 유도했다. 그는 허심탄회하고 편안한 대화를 원했다. 그러고는 수첩을 꺼내 질문을 받아 적을 준비를 했다.

 

 

첫 번째로 발언에 나선 시민은 문 대표에게 "친노와 비노로 나뉘어 싸우지 말고 힘을 합쳐라. 싸우는 한 자멸이다"라고 충고했다. 그 충고에 문 대표는 먼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친노와 비노의 구분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나는 (친노도 비노도 아닌) 친민주정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통합당은 원래 한 몸인데, 친노와 비노로 구분하게 된 건 흥미로운 기사를 선호하는 언론이 그런 갈등 구도가 있는 것처럼 보도를 한 탓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내에서도 그런 문제를 의식하고, 지금은 "손잡고 정권 교체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세 번째로 발언에 나선 시민은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으로, 그는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복지 정책이 다 망가졌다"며 "다음 대선에서는 정권 교체가 되고 복지 정책이 잘 돼서 편안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표는 "(현 정권이) 복지에 쓰는 돈은 늘리지 않고 대신 4대강 사업 같은 데 쏟아 붓는 것 때문에 행복지수가 떨어졌다"며 "(민주통합당은) 1% 특권 세력이 아닌 99% 서민과 함께 가는 정권을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한미FTA 재검토 주장"

 

 번째로 발언에 나선 시민은 "한미FTA와 관련해 민주통합당이 말바꾸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문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8년 월가가 붕괴를 하면서 금융시장이 신기루라는 게 갑자기 드러나게 되자, (퇴임 후) 봉화에서 '이런 금융 사태를 미리 예견하지 못했다. 그러니 FTA를 전면 재검토해야 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재검토는커녕 오히려 참여정부 때 맞춰놨던 이익균형을 차례차례 무너뜨리고 불평등한 상태에서 FTA를 체결했다"고 비판했다. 말 바꾸기를 한 게 아닌데 정치적인 공세에 밀려 말 바꾸기로 호도됐다는 주장이다. 문 대표는 "(참여정부 당시) 이런 불평등한 조약은 상상도 못했다"며 "정권 교체에 성공하면 전면재협상에 들어가겠다"고 답변했다.

 

문 대표는 또 한미FTA와 관련해 "(촛불시위가 났을 당시) 버시바우 주한미대사가 박근혜 의원을 만나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즉각 수입 중단을 할 수 없다. 조약이 그렇게 되어 있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이 사실이면, 박근혜 비대위원장 역시 우리에게 검역 주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불평등한 상태에서 한미FTA를 체결한 데 책임이 있는 셈이다.

 

'시민과의 대화'는 약 46분가량 진행됐다. 문 대표는 그 시간을 뜨거운 햇볕 아래 노출 된 채 단 한 번도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네 명의 시민이 질문을 던졌고, 문 대표는 조금 길다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답변했다. 그러는 사이 문 대표는 "죄송하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또 거기에 맞춰 시민들 앞에서 수차례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한동안 문 대표가 이날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왔다기보다는 총선 패배로 시민들에게 사죄를 하러 온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렇다고 '시민과의 대화' 시간이 마냥 패배감에 젖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문 대표는 이날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희망도 있다'는 말을 건넸다.

 

그는 지난 4.11총선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되찾지는 못했지만, 정당 득표수에서 진보 성향의 정당이 얻은 표가 보수 성향의 정당이 얻은 표보다 많았다는 점과 비록 낙선을 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부산(북강서을)에서 선전한 점 등을 예로 들며, 이후에 민주통합당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냐에 따라 12월 대선은 또 다르게 전개될 거라고 자신했다.

 

'시민과의 대화'는 서울과 부산에 이어 지역으로는 강원도가 세 번째다. 대화는 특별한 형식을 갖추지 않은 채 거리를 지나가는 일반 시민과 공개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을 취했다. 대화는 주로 시민이 질문이나 충고를 하면 문 대표가 바로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춘천을 떠난 문 대표는 이어서 이날 오후 3시 30분경 원주시 '민속풍물시장'을 방문했다.

 


태그:#문성근, #시민과의 대화, #춘천풍물시장,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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