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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이해찬 정세균 상임고문, 박지원 최고위원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민생공약실천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해찬 상임고문은 전날 밤 박지원 최고위원에게 원내대표 출마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정세균 상임고문, 박지원 최고위원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민생공약실천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해찬 상임고문은 전날 밤 박지원 최고위원에게 원내대표 출마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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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시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전 총리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당대표-원내대표' 러닝메이트를 합의한 순간은 굵고 짧았다. 세 차례의 만남 뒤에 성사된 '이-박 러닝메이트 합의'는 내달 4일로 예정된 민주통합당의 원내대표 선거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정치담합'은 80년대 이후 처음 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원내대표 선거 일정이 나온 뒤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호남 출신 이낙연 의원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눈치다. 이 후보는 이 전 총리를 직접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 자리에서 이 전 총리도 '호남 출신 원내대표'가 필요한 데 공감했기 때문에 상당히 기대했던 눈치다. 결과적으로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이 전 총리가 '합의'하는 방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가장 후발주자로 원내대표 선거에 뛰어든 유인태 19대 당선자도 친노진영이 자신을 돕지 않는다는 것은 눈치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이-박 합의'로 뒤통수를 맞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처럼 이미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은 물론이고 이를 미리 눈치채지 못했던 19대 국회 민주통합당 당선자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놓고 부심하는 눈치다.

"친노-호남 나누지 말고 정권교체 위해 결단"

이번 합의를 주도한 이 전 총리와 문재인 당 상임고문은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의 가치를 공동실현하는 단결의 의지"라고 주장하지만, 내달 4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장을 낸 후보들은 "이-박 담합"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이 전 총리의 측근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지난 23일 첫번째 메신저를 보내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게 '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의사를 타진했다. 뒤이어 문재인 당 상임고문이 24일 저녁 박 전 원내대표와 만나 이 문제를 협의했으며, 25일 오전엔 이 전 총리와 박 전 대표가 조찬회동과 오후회동 등 두 차례의 회동을 통해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민생공약실천특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 분명히 '대통령 문재인-이해찬 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냐 이런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 전 총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었다"며 "그러나 나는 우리 당을 대표하는 3명의 대선 주자가 모두 공정하게 대선경쟁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특정인을 지지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는 "내가 원내대표를 맡든 안 맡든 좋은 대선 후보들끼리 치열한 경선을 통해서 국민들이 인정하고 당원들이 검증하는 후보가 나서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원장이 더 높으면 단일화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고, 이 전 총리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원탁회의의 권고가 있었고 언제까지 당내에서 호남 비호남 친노 이렇게 하지 말고 정권교체로 가자,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12월 정권교체라는 데 전부 동의했다"며 "그런 취지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문재인 상임고문도 이날 기자들에게 "제가 이해찬 전 총리와 함께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만난 것은 아니지만 박 전 대표를 만난 건 사실"이라며 "당선자들을 두루 만나는 것의 일환으로 만났고 도움을 구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민생공약실천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민생공약실천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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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상임고문은 "당내 친노-비노 갈등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마치 친노가 모든 것을 다 독식한다는 목소리 때문에 국민들께 염려를 많이 드렸던 것이 사실"이라며 "당내 모든 세력이 손잡고 함께 단합해서 나가자는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담합이 아니"라며 "대동단결로 정권교체를 이루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친노-비노의 결합으로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의 가치를 공동으로 실현하고 단결해 대선을 치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의 한 측근은 이번 일이 성사된 배경에 대해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당내 의원들을 죽 조사해보니 현재까지 출마한 사람들로는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호남대표론이 대두되면서 단결의 계기를 만들어보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의원 50여명에게 직접 전화를 다 돌렸는데 대다수 의원들의 반응이 도대체 어떻게 성사시켰느냐"며 "정말 잘했다는 반응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 총력체제로 대선을 치르자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취소한 데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늦어도 오후 2시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의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특정 대통령 후보가 관여한 담합" 비판

민주통합당의 유력한 당권주자로 거론된 김한길 당선인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민생공약실천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며 이해찬 상임고문과 스치고 있다. 김 당선인은 이날 이해찬 상임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간 차기 대표 및 원내대표 역할분담론에 대해 "패권적 발상에서 비롯된 담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통합당의 유력한 당권주자로 거론된 김한길 당선인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민생공약실천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며 이해찬 상임고문과 스치고 있다. 김 당선인은 이날 이해찬 상임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간 차기 대표 및 원내대표 역할분담론에 대해 "패권적 발상에서 비롯된 담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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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김한길 당선자는 이날 '민생특위' 회의에서 "패권적 발상에서 비롯된 담합으로 당권을 몇몇이 나눠 가지고자 시도한 것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근사한 말들로 포장한다 해도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당선자는 "저는 4년 전 대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했다"며 "정권을 찾아오는 데 기여하겠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여기 와 있는데, 이래서 12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낙연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은 정권교체를 위한 총력체제 구축이라고하지만 그 본질은 담합"이라며 "이박 담합은 민주적이지도 감동적이도 않다, 이런 담합은 국민이 민주통합당에 기대하고 지향해야 할 정치방식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낙연 후보는 "특정 대통령 후보가 관여한 담합"이라며 "그 체제가 대선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을지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전병헌 후보는 "또 다시 친노, 비노, 호남, 비호남 등의 낡고 분열적인 계파 지역연고의 낡은 틀로 치러진다면 국민에게 감동은커녕 분노와 실망만 안겨줄 것'이라며 "그만큼 정권교체의 길은 험난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그:#이해찬, #문재인, #박지원, #전병헌, #이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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