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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폴라 사원. 나타는 5층, 폴라는 지붕을 뜻하는 것으로 다섯 쌍의 수호 석상은 계단이 올라갈수록 10배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타폴라 사원. 나타는 5층, 폴라는 지붕을 뜻하는 것으로 다섯 쌍의 수호 석상은 계단이 올라갈수록 10배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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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관문'으로 전 세계 산악인들이 꿈에도 가고 싶어 하는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는 해발 1300m 내외의 구릉에 자리잡고 있다. 포카라에서 카트만두까지 다섯 시간 차를 타고 오는 동안 차창 왼쪽으로 보이는 건 하얀 만년설로 뒤덮인 설산들이다. 산악국가라 기차가 없는 나라 네팔.

내가 여행한 시기는 2월이니까 네팔의 겨울이다. 길에는 하얀 눈이 쌓여 있을까? 천만에. 꽃과 바나나 잎들이 무성하게 피어 있는 곳도 있었다. 그만큼 사람이 사는 곳과 히말라야 연봉과의 온도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운전사들이 도로가에서 차를 세우고 목욕하는 모습도 보았다.

네팔 국립미술관
 네팔 국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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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타푸르 사원에 있는 섬세한 조각품
 박타푸르 사원에 있는 섬세한 조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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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라고 얘기를 들었는데 아무래도 잘못 들은 것 같다. 구불구불하고 2차선 밖에 안 돼 차가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아니! 내서도 안 된다. 차창 밖을 내다보니 천길 낭떠러지 밑에는 히말라야에서 발원한 강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만약 사고라도 나면 뼈도 못 찾을 것 같아 운전사가 제발 속도를 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카트만두는 천연의 요새이자 물류 이동의 중심지

카트만두 분지 일대는 시대를 거치며 네팔 왕조의 각축장이었다. 카트만두를 장악하는 것이 곧 네팔을 장악할 정도로 상징성이 큰 도시다. 도시 곳곳에서는 사원들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유네스코가 정한 네팔 세계문화유산 8개 중 7개가 카트만두에 있다.

전통 민속공연
 전통 민속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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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에 있는 평양 옥류관 분점
 카트만두에 있는 평양 옥류관 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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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는 천연의 요새이자 인도와 중국 양국과 교류하기에 적합한 지역이다. 네팔 지도를 보면 인도와 중국의 가운데 끼어 완충 역할을 담당한다. 사람의 얼굴 생김새는 우리와 비슷해 중국과 가까울 것 같은데 문화는 인도 쪽이다. 힌두교도가 80%에 달하고 사는 모양도 인도인과 비슷하다. 아무래도 히말라야 산맥이 중국 문화를 차단한 반면 인도 쪽에는 지형적 장애물이 없기 때문이리라.

2000년의 역사를 가진 왕정 국가인 네팔은 90년대부터 줄기차게 이어져온 민주화 시위로 군주제를 폐지(2007.12.23)하고 네팔연방민주공화국으로 바뀌었다. 이것을 계기로 공산반군(마오이스트)의 활동도 종료되어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공산주의 영향이었을까. 카트만두에는 북한의 유명한 식당인 옥류관이 있다.     

중세풍의 도시 박타푸르

카트만두, 파탄과 함께 카트만두 계곡의 3대 고도였던 박타푸르는 카트만두에서 약 15㎞ 떨어져 있다. 14~16세기 티베트와 인도의 중계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18세기 샤 왕조 정권 교체기를 겪으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때마침 여수 이주민센터 박용환(오른쪽) 소장이 카트만두를 방문했다. 중앙은 여수에서 일하다 휴가차 고향에 온 알킬. 왼쪽은 알킬의 작은 아버지로 퇴역 군인 출신이다.
 때마침 여수 이주민센터 박용환(오른쪽) 소장이 카트만두를 방문했다. 중앙은 여수에서 일하다 휴가차 고향에 온 알킬. 왼쪽은 알킬의 작은 아버지로 퇴역 군인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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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신의 화신인 송아지. 내일이 시바신의 생일이라고 사람들이 꽃을 걸어주고 먹을 걸 줬다
 시바신의 화신인 송아지. 내일이 시바신의 생일이라고 사람들이 꽃을 걸어주고 먹을 걸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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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타푸르의 핵심 볼거리는 더르바르 광장과 주변에 모두 모여 있다. 더르바르 광장 서쪽에는 시바신에게 바쳐진 라메슈와르 사원, 비시누를 모신 바드리 사원, 크리시나 사원 등이 있다. 파슈파티나트 사원 뒤편으로 100m쯤 걸으면 터우마디 광장이 나온다.

광장에는 카트만두 계곡 내에서 가장 높이 솟은 나타폴라 사원이 있다. '나타'는 5층, '폴라'는 지붕을 뜻하는 것으로 높이가 30m에 달한다. 정면 계단에는 다섯 쌍으로 된 수호 석상들이 있는데 계단이 올라갈수록 바로 석상의 10배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네팔의 힌두교 성지 바그마타강

인도에 갠지스강이 있다면 네팔에는 바그마티강이 있다. 먼 인도에서까지 성지 순례를 올 정도로 힌두교도들에게 영험함을 인정받은 곳이다. 바그마티강은 강변 화장터로 유명하다. 때마침 방문한 다음날이 시바신의 탄생일이라고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6곳의 화장터는 365일 내내 시신을 화장하는 연기와 거북한 냄새로 둘러싸여 있다. 네팔 출신 노동자인 알킬에게 "사진을 찍어도 괜찮냐?"고 묻자 "여기서는 괜찮다"고 말했다. 인도 바라나시에서는 사진촬영을 절대 못 찍게 하기 때문이다.

시신을 직접 태우는 화장터. 인도 바라나시와 달리 사진을 촬영해도 무방하다
 시신을 직접 태우는 화장터. 인도 바라나시와 달리 사진을 촬영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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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카더스 루드라 사원
 에카더스 루드라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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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터 건너편에는 11개의 흰색 사원이 있다. 사원 이름은 에카더스 루드라(Ekadesh Rudhra). 에카더스는 네팔어로 '11'을 뜻하고, 루드라는 시바신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원에는 주황색 옷을 입은 사두들이 마약을 피우며 취해 있다. 알킬의 얘기다.

"시바신의 생일은 공식적으로 아편이나 마약을 해도 괜찮기 때문에 여기는 굉장히 위험한 곳이에요. 강도나 살인사건도 나는 곳이기 때문에 오늘 밤에는 이곳에 안 오는 게 좋고 학생들도 시내에 밤에 함부로 나다니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시바신의 생일을 맞아 마약을 하고 있는 사람들
 시바신의 생일을 맞아 마약을 하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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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인구 2900만 중 400만 명이 사는 대도시 카트만두는 빈부격차가 크다. 카트만두로 이사 온 난민 중 상당수는 경제 문제도 있었지만 15년 전부터 시작해 5년 전에 종료된 공산당의 테러를 피해 카트만두로 이사 온 사람들이다. 정치 안정은 국민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기본이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과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카트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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