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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불 배를 7번 어루만지면 복받는단다.
 미륵불 배를 7번 어루만지면 복받는단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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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큰 아들이잖아. 아버지 모셔 놓은 곳에 한 번은 가봐야 도리지."

몇 개월 전부터 어머니가 저에게 전화를 해서 아버지 모셔놓은 절에 가보자고 보챘습니다. 안간다고 버티다가 한 번은 가보아야 할 거 같아서 그러자 했습니다. 지난 4월 19일 목요일 아침 야간 근무 마치고 퇴근하는데 어머니에게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내일 버스 대절해서 가는데 시간 있느냐"는 것 입니다. 마침 경비 아르바이트 출근중 쉬는 날 이었습니다.

20일 금요일 아침 6시 30분까지 어머니가 오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버스가 3대 서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따라 관광버스에 오르니 모두 70은 되어 보이는 할머니만 앉아 계셨습니다. '뭐하는 것이기에 할머니가 이리도 절에 많이 갈까'하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타더니 오늘 안내원이라 했습니다. 그 청년은 아무나 보고 "엄마"라 했고 첨부터 반말이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뭐하는 사람이냐 물으니 '매장관리'하는 사람이라고만 말했습니다.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 가늠할수가 없었습니다. 가서 하루 같이 지내보면 알게 되겠거니 생각하며 가만히 있었습니다. 버스 안내판에도 '울산지부'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보통 절에 가는 버스엔 '00절' 이라고 쓰여 있는데 무슨 사연인지 궁금하기만 했습니다. 버스가 출발하니 이내 염불을 틀어 주었습니다. 할머니들은 서로 이야기 나누며 갔습니다.

와불 몸속법당 순회하기.돈만 있으면 저것보다 더 크게 만들수 있다.
 와불 몸속법당 순회하기.돈만 있으면 저것보다 더 크게 만들수 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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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부산을 거쳐 남해 쪽으로 갔습니다. 사천시청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산으로 들어 갔습니다. 산 길은 잘 닦여져 있었습니다. 큰 저수지가 나오고 산 중턱에 규모가 큰 절이 나왔습니다.

오불이라 한다. 전기 힘으로 빙빙 돌고 있었다.
 오불이라 한다. 전기 힘으로 빙빙 돌고 있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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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소원지 꽂기
 돈과 소원지 꽂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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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도착하자 매장관리 직원이 우릴 모아 놓고 순서를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먼저 탑돌이를 시켰습니다. 직원은 탑 이야기를 해주고 탑을 돌게 시켰습니다. 할머니들은 잘 따라 했습니다. 다음으로 간 곳은 미륵불이라 하는 돌로된 불상 앞이었습니다.

"저 미륵불 배를 일곱번 정성껏 쓰다듬으면 복받습니다."

매장직원이 그렇게 말하고 차례대로 해보라 했습니다. 할머니들은 미륵불 배를 정성스레 어루만졌습니다. 울산서 간 100여명이 다 만지고 나자 이번엔 대웅정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그곳엔 울산서만 사람들이 온게 아니었습니다. 전국 이곳저곳서 관광버스 대절해서 많이 왔습니다. 대웅전 안에는 크고 금빛나는 부처상이 여러개 있었습니다. 그 옆으로 작은 주황색 부처들이 많았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모두 이름이 있었습니다. 이름이 없는 것도 있었습니다.

"여기 많이 보이는 주황색 부처님은 호박으로 만든 부처님 입니다. 여기다 이름 올리면 좋은데 태어나고 복도 많이 받습니다."

매장관리 하는 다른 사람이 나와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전기세를 얼마 내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호박 부처님전에 이름 올리면 100년 동안 108만원 내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대대손손 복도받고 좋은데 태어나고 하는 일마다 잘 된다고 했습니다. 그들의 본색을 조금씩 이해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포교활동이라 하지만 우리 어머니처럼 순박한 할머니들 모셔다 놓고 장사하는 것 이었습니다.

부처님 몸속 법당을 소개 할 때도 그렇고, 오방불 움직이는 부처님을 소개 할 때도 그랬습니다. 초와 향, 쌀을 정성껏 바치라고 했습니다. 절에서 쓰는 소원지를 하나씩 나누어 주며 말했습니다.

호박불과 CCTV 녹화중. 훔쳐 가지 말라는 건가?
 호박불과 CCTV 녹화중. 훔쳐 가지 말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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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종이를 이렇게 접고 또 이렇게 접어서 저기 보이는 실타래에 끼워 넣으시면 됩니다. 이 종이가 앏아 잘 안 들어가요. 이 안에다 천원 짜리 한장 넣어 접으면 잘 들어 가겠죠?"

쇠로 만든 종이 108개 사각형으로 있었습니다. 그 종을 돌리며 한바퀴 돌라고 했습니다. 다 돌고나니 빙빙 돌고있는 오불상 앞에 가서 자신의 띠에 걸린 실타래에 소원지를 끼워 넣으라 했습니다. 그곳엔 소원지와 지폐가 얼마 끼워져 있지 않았습니다. 하루 1천여명이나 다녀가고 그들이 모두 다 끼워 놓으면 빈틈없이 복잡하게 달려 있을 것인데 몇 개 없는 걸 보니 저녁이 되면 모두 빼내는가 봅니다.

매장관리자 이야기로는 그곳엔 하루 2000여명 씩 순방객이 온다 합니다. 절반은 관광객이고 절반은 그 절 회원으로 가입된 처사나 보살이라 합니다. 절에서는 남자를 처사, 여자를 보살이라 하였습니다. 우리는 오전 10시경 그곳에 도착 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어디서 오는지 그곳엔 대형 관광버스로 넘쳤났습니다.

1500만원 한다는 부도들.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모양은 절인데 내용은 장사치였다.
 1500만원 한다는 부도들.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모양은 절인데 내용은 장사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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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부도라는 것 입니다. 그동안 이 부도는 큰스님 다비식 후 유골이나 사리를 모시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일반 신도들도 이 부도를 쓸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절 입구엔 돌로 깎아 만든 부도가 많았습니다. 예약 이라고 쓰여진 부도도 있었습니다. 주변 할머니에게 물어보니 큰 부도를 사용하려면 1500만원 내야 한다고 합니다. 작은 부도는 액수가 적었습니다. 매장관리자는 할머니들을 납골당 있는 곳으로 안내 했습니다.

"이곳은 납골당 입니다. 요즘 보시면 신부를 수입해 옵니다.  필리핀, 베트남에서 온 신부들이 부모 제사 지내 줄까요?"

매장관리자는 나중에 죽으면 화장하고 그곳 납골당을 사용하라 했습니다. "다른 납골당에 가보면 냄새도 나고 벌레도 나온다"고 하면서 그 절 납골당은 특수처리 봉인되어 냄새도 안나고 벌레도 안나온다 했습니다. 미리 예약해두면 부처님 가피력으로 살아생전 복받을 것이며 자손들이 잘 될 것이고 죽어서도 극락왕생 한다고 했습니다. 어떤 할머니는 그자리서 예약한다 했습니다. 납골당도 가격 차이가 있었습니다. 크고 좋은 곳은 비싸고 작은 곳은 덜 비쌌지만 그래도 우리같은 서민층에겐 비용부담이 되는 금액이었습니다.

"자 이제 우리 일정은 마쳤습니다. 다른 곳도 한 번 둘러 보시고 점심공양 하시고 오후 2시에 모여 울산으로 출발 합니다"

모임은 그렇게 12시 다되어 끝났습니다. 저는 도착때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천도제를 한다 했습니다. 누구 천도제인지 모르나 그곳 승려로 보이는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염불도 하고 북도 치고 징도 울렸습니다. 예쁘게 차려입은 무희들이 나와 춤도 추었습니다. 돈이 많이 들었을거 같았습니다. 잠시 보고 있는데 어머니가 불렀습니다. 아버지 위패를 보러가자 했습니다.

엄청나게 넓은 법당안 옆으로 수천개는 되어 보이는 위패들이 즐비 했습니다. 어머니가 안내한 곳으로 가니 어머니,아버지 이름이 쓰인 작은 나무각이 보였습니다. 작은 나무판에다 이름을 서각한 것 이었습니다. 그렇게 놓아 두는데 얼마 들었느냐고 물으니 어머니는 80만원 들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거기다 이름 올린 후부터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지 않는다 했습니다.

오후 2시경 우리는 모여서 다시 울산으로 왔습니다. 울산으로 오면서 매장관리자는 술 한잔씩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신나는 음악을 틀어 놓고 춤추게 했습니다. 중간쯤 갔을 때 그는 머리에 띠를 둘렀습니다. 할머니들은 손자같은 그에게 돈을 주었습니다. 머리띠 사이엔 금세 지폐로 가득해졌습니다. 그는 그렇게 월급을 받고 용돈도 벌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절을 찾아 수행은 없고 상업성에 열을 올리는 절을 보았습니다. 씁쓸한 뒷 맛 이었습니다.

기복신앙은 교회든 절이든 상관없이 진행되나 봅니다.

흙부처는 물을 넘지 못하고
돌부처는 망치를 넘지 못하고
나무부처는 불을 넘지 못하며
쇠부처는 용광로를 넘지 못한다.
그 모든 것을 넘을수 있는 부처는 오직 마음의 부처다.

오래전 어느 책에서 보았던 그런 글귀가 생각 납니다.

고통받는 중생을 제도하러 오셨다는 석가모니는  없고 온통 신비주의와 기복신앙을 광고하는 문구. 그리고 돈이면 다 만들수 있는 절 건물과 불상들. 저는 그저 신앙, 종교보다 어머니를 기쁘게는 못 해 드려도 불편하게는 하지 않으려는 그 마음만으로 족했습니다.

돈 쓰러 온 버스에 탄 사람들. 많이도 오셨다.
 돈 쓰러 온 버스에 탄 사람들. 많이도 오셨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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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납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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