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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진솔씨
 앱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진솔씨
ⓒ QoLT 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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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김진솔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여기 한솔아파트 102동 303호 인데요. 콤비네이션 피자 라지로 갖다주세요."

진솔씨가 휴대폰 자판에 한글을 쓰자 휴대폰 스피커를 통해 음성이 흘러나왔다. 25년 언어장애인으로 살아온 진솔씨에게 그만의 목소리가 생긴 것이다.

QoLT(Quality of Life Technology)센터
QoLT(Quality of Life Technology)란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술적 기반 구축을 의미하는 것으로, 장애인을 위한 인력양성 인프라, 산업기술 인프라, 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통해 장애인과 같은 취약 계층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QoLT 산업의 발달과 국제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대학교 QoLT 산업기술지원센터는 국민편익증진기술개발사업의 기반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국립재활원, 이화여자대학교 등 여러 기관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센터의 연구 책임자는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유명한 이상묵 교수(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다.

지난 3월 6일 서울대학교에서는 QoLT산업기술지원센터와 서울대 학내 동아리 '타디스(TaDIS)'가 공동 주최한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보조기기 및 스마트폰 앱 공모전' 시상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김진솔씨는 자신이 개발한 앱 '진소리'로 스마트폰 앱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스마트폰에 한글을 입력하고 말하기 버튼을 누르면 음성으로 변환해 주는 앱 '진소리'는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인은 물론 수술과 질병 등으로 일시적 언어장애를 겪게 된 환자들에게도 유용하다. 누군가의 불편함을 배려한 '착한 기술'이며 언어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소통을 열어주는 이른바 '따뜻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진소리'를 개발한 김진솔씨 역시 언어 장애인이다. 생후 4개월에 심한 경기(seizure)로 인해 뇌병변 진단을 받은 그는 근육장애와 함께 언어신경의 심한 손상으로 발성을 전혀 하지 못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진솔씨는 자신의 불편함에서 시작한 연구로 자신을 포함한 10만 언어장애인들에게 목소리를 선물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를 넘어 새로운 기술개발에까지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김진솔씨. 기회만 주어진다면 좀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착한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그에게 '진소리' 개발과 장애인으로 살아온 삶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지면인터뷰와 '진소리' 앱을 이용한 음성인터뷰로 진행했다.

"언어장애로 면대면 의사소통 어려워 개발한 앱 '진소리'"

-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장애가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다는 김진솔씨
 장애가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다는 김진솔씨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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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김진솔이구요.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QoLT 산업기술지원 센터에서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IT기술을 가르쳐 사회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진소리' 역시 QoLT의 도움을 받아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 '진소리'를 개발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듣기로는 언어장애인이 피자나 통닭 등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아주 요긴하다고 하던데 '진소리'로 해결된 일상의 불편한 부분을 알려주세요.
"제가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다 보니 면대면으로 하는 의사소통에 늘 어려움을 느껴왔습니다. 친구나 가족도 마찬가지구요. 근육장애 때문에 필담도 느리지만 익숙한 가족들 말고는 알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음성으로 해야 하는 전화소통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혼자 있을 때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음식을 주문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어머니나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대신 주문을 부탁하곤 했지만 이제는 '진소리'가 있으니 다른 사람 도움 없이도 원할 때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 앱 이름이 '진소리'입니다. 본인이 직접 지은 것인가요? 뜻은 무엇인가요?
"저희 팀원들이 지어준 이름인데요. '참'된 진솔이의 목'소리'가 되라는 뜻입니다." 

- '진소리'에 이용된 목소리는 누구 목소리인가요? 어찌 보면 진솔씨 본인의 목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목소리는 어떻게 만들었는지요?
"기존에 있던 음성 목소리에 아쉬움이 있었구요. 저만의 목소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친숙한 가족 목소리가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남동생 두 사람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 비장애인인 성신여대 IT학부 여학생들과 공동작업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연구하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일이나 즐거웠던 이야기 등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여대생들만 있는 곳에서 일하려니 쑥스러웠습니다. 연구실 사람 모두들 잘해줬는데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쉽습니다. 공모전 최종 발표에 쓰게 될 시연 동영상 촬영 때, 연구실 사람들과 함께 대본을 짜며, 직접 연기를 하고 NG도 내면서 열심히 찍던 일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함께 해준 팀원들과 성신여대 미디어학부 홍기형 교수님께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를 선뜻 팀원으로 받아주시고 저의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아주신 분이십니다."

"대기업 중증장애인 특례 채용 필요... 남 도우며 살고 싶어"

자신이 개발한 앱을 시연하고 설명하는 김진솔씨
 자신이 개발한 앱을 시연하고 설명하는 김진솔씨
ⓒ QoLT 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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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솔씨는 웃음도 많고 천성이 밝고 명랑해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장애가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의 진솔씨가 있기까지 부모님의 특별한 노력이 있으셨을 듯합니다.
"물론입니다. 부모님의 특별한 사랑과 희생, 눈물어린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제가 있습니다. 부모님은 장애인 아이를 둔 이유로 육체적, 정신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많은 희생을 감수하셔야 했습니다. 일곱 살 때 치료를 위해 특수유치원에 다녔는데, 어머니가 저를 데리고 등하교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업 받는 동안에는 하루 종일 복도 의자에서 기다려주고 치료시간이 되면 병원으로 옮겨주고,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까지 일일이 돌봐주셔야 했습니다.

장애인 아들을 늘 안고, 업고, 부축하고 다니시다 보니 몸도 많이 약해지셨구요.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인 부담도 적지 않으셨습니다. 항상 제 편이 되어주시고, 제 앞과 뒤에서 울타리가 되어 주신 어머니와 눈앞의 어려움을 피하거나 돌아가지 말고 정정당당 맞서 넘어야 한다고 강한 정신력과 신앙심을 심어주신 아버지가 안 계셨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 앞으로의 희망은 무엇인가요?
"'진소리'를 통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언어장애인이나 성대수술 등으로 일시적인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의 생활이 편해지며 삶의 질이 높아지길 바랍니다.

제 꿈은 경제적으로 여러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청년 몇 명과 함께 살 수 있는 그룹 홈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적인 자립이 가능해야 할 것이고 취업이 우선되어야겠지요. 더 이상 남의 도움만 받는 장애인이 아니라 남을 도울 수 있는 자리에 서고 싶은 것이 제 꿈이며 희망입니다."

스마트폰에 한글을 입력하면 음성으로 변환해 주는 앱 '진소리'
 스마트폰에 한글을 입력하면 음성으로 변환해 주는 앱 '진소리'
ⓒ QoLT 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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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 준비생의 입장에서 기업이나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듯합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장애인 취업에 대해 부정적인 것 같아 때로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며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취업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일반 청년들도 취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몇 배 더 어려운 거 같습니다.

수차례 낙방을 경험하며 알게 된 것은 어느 기업이든지 장애 등급이 낮고 장애가 경미한 사람들을 우선 채용한다는 것입니다.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함께 사는 사회의 일환으로, 공무원 시험과 같이 대기업에서도 장애 1, 2등급만 지원할 수 있는 중증장애인 특례 채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장애인의 입장에서 비장애인들에게 혹은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편하게 해주세요.
"장애인들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과잉보호로 체육시간에 한 번도 운동장에 나가보지 못했던 것이 슬픈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잘하지는 못해도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고 싶었거든요.

도움을 주고 싶으시다면 장애인의 의사를 먼저 물어보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필요한 부분만 도와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또한 지하철이나 버스터미널 등 거리에서 눈이 마주쳤을 때 모른척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정어린 지나친 시선이 아주 불편합니다."


태그:#장애인의날, #김진솔, #진소리, #착한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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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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