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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주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오나주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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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완주의 봄은 여느 봄처럼 바쁘다.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겨우내 묵혀뒀던 땅을 갈고 비닐하우스마다 곧 논밭에 심어질 각종 묘목이 자라고 있다. 봄이 와서 바빠진 것은 농사꾼들만이 아니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속가능한 농업, 농촌을 위해 지난 5년 동안 완주와 함께 하고 있는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CB)도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란 지역주민들 스스로 지역에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문제를 비즈니스 활용해 해결하고, 그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완주에서 마을공동체사업을 하게 될 새로운 사업단들이 지난 3월 내내 교육을 받았고 4월부터는 운영실무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3월 교육이 농촌마을의 비전을 찾고 더불어 사는 지역과 마을을 만들어가기 위한 마을자원조사와 아이디어 발굴 등의 기초교육과정이었다. 이어지는 4월의 운영실무과정은 리더십, 경영관리, 회계와 세무, 법무와 노무관리, 홍보마케팅 등 마을공동체 사업을 보다 원활하게 추진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실무교육과정으로 채워져 있다.

바쁜 농사철이 조금 한가해지는 여름이 되면 앞의 두 과정에 이어 개별 사업단들이 세워놓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기반한 실습교육과정이 시작된다. 그야말로 커뮤니티 비즈니스 '주경야독'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주군 주민들이 이런 방식의 교육프로그램에 익숙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5년 동안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완주군에 농촌활력과를 신설하고 CB센터와 같은 중간 지원조직을 만들고, 각종 세미나와 포럼을 통해 좋은 이론과 보다 나은 사례를 학습하기도 했다. 또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양한 시범사업을 운용하며 건강하고 다채로운 지역공동체가 발굴되고 육성됐다. 이제 완주에서의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함께 배우고 같이 일하며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완주와 만나다

커뮤니티와 비즈니스, 완주에서 만나다.
▲ 완주 커뮤니티 커뮤니티와 비즈니스, 완주에서 만나다.
ⓒ 사회적경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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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를 둘러싼 인구 8만7천의 도농복합도시, 노령산맥과 호남평야의 접경, 만경강 발원 청정지역…. 이들은 완주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수사다. 이서 지역에 들어서게 될 혁신도시와 봉동과 삼례지역에 들어선 대규모 산업단지로 인해 완주군은 전북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자치단체이지만 그 증가세는 미미한 수준이다.

완주군 역시 다른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도농간 불균형, 농산촌 과소화 및 고령화, 성장동력의 부재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사회를 유지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선택의 기로에서 완주군은 외부로부터의 발전전략 대신 내부로부터 지역활력의 동력을 찾는 커뮤니티비즈니스를 도입하게 된다.

2007년 단체장 일본연수를 통해 CB를 처음 접한 후 희망제작소와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적극적으로 CB를 연구하고 정책과 제도로 받아들이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완주군 신택리지사업(지역기초자산조사·2008), CB학교 운영(2008), CB시범사업운영(2008~현재), CB지원센터설립운영연구용역(2009), CB지원조례제정(2009) 등을 통해 완주군과 커뮤니티비지니스가 본격적으로 만나게 하는 다양한 노력을 전개했다.

그리고 2010년 6월, 행정과 주민사이를 잇는 중간 지원조직 '완주CB센터'를 설립했다. 완주CB센터는 자치단체 단위 전국 최초의 중간 지원조직이며 완주군은 농촌활력과를 신설함으로써 통합적인 정책운영과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실험과 도전의 여정

완주의 봄이 성큼 다가 왔다.
▲ 분주한 완주의 나날 완주의 봄이 성큼 다가 왔다.
ⓒ 사회적경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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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은 마을공동체회사 100개소 육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농산물의 생산·가공·유통 및 체험관광 등을 내용으로 한 마을회사와 문화·복지·교육·환경 등의 영역에서 다양한 유형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공동체회사를 지역에 100개 정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역에 1000명을 고용하는 회사 1개를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10명을 고용하는 100개의 회사를 만드는 것은 지역의 힘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완주군의 자체적인 마을공동체회사 육성전략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2012년 3월 현재 완주군에는 130여 개의 마을공동체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물론 회사로서의 시스템을 갖춘 곳은 이보다 훨씬 적다. 이 마을들이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회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동체운영, 경영시스템, 마케팅, 회계관리 등 좀 더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노력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3월, 대한민국 마을기업 1호로 알려진 안덕마을(안덕파워영농조합)이 마을 정기총회를 통해 새로운 임원과 회원을 선출했다. 또한, 금액은 적지만 회원들에게 1년 동안의 수익에서 발생한 이익금을 배당하기도 했다. 마을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이다. 안덕마을의 사례는 적절한 행정지원과 중간 지원조직의 교육, 헌신적인 마을리더와 주민들의 열정적인 참여가 만들어낸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 사례다. 그리고 안덕마을의 성공 사례는 지역의 다른 많은 마을들에게 '희망의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은하 네트워크를 꿈꾸다

사람과 사람, 공동체와 공동체를 연결하는 은하수
▲ 밤하늘의 은하수 사람과 사람, 공동체와 공동체를 연결하는 은하수
ⓒ 사회적경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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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공동체 기반의 지역사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문정보의 수·발신과 지원 및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지역에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인적·물적 자원을 발굴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중간 지원조직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2010년 3월에 설립된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는 지역주민 70명이 출자해 만든 재단법인이다. 중간 지원조직으로서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에게 요구되는 기능과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요구돼는 기대는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다. 그 기대는 아무리 고도화된 전문가들이 결합한다 해도 물리적으로 도저히 다 채울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다른 생각과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5년 동안의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여정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했다. 마을주민들과 행정, 중간 지원조직, 대학, 금융기관, 민간비영리단체(NPO),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가 서로를 돕고 협력하는 관계망을 만들고 있다. 그들은 각기 멘토와 멘티, 생산자와 소비자 혹은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 공동체와 공동체를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수행했다. 그 수많은 관계망을 선과 선으로 연결하는 그림을 그리면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가 꿈꾸는 사회가 바로 그 속에서 완성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농촌지역은 갈수록 과소화되고 도시와의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비즈니스 방식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 그리고 그 이익을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하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역에 대한 새로운 시각,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행정과 주민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촘촘한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면 커뮤니티 비즈니스도 결국 또 하나의 정책수단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

도시 변두리 어느 마을에 오래된 선술집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면 그 선술집에 모여 맥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세월이 흘러 많은 주민들이 점차 도시로 빠져나가고 선술집에는 전보다 적은 사람들만이 모이게 됐다. 선술집 주인은 더 이상 장사가 안 되는 오래된 가게를 정리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은 소중한 사랑방을 잃어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가게 주인을 설득한다. 마을주민들이 조금씩 출자를 해서 그 가게를 마을공동체의 공간으로 만들고 그 공간을 주인이 운영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영국 어느 작은 도시지역 변두리에 있는 '허즈웰'이라는 선술집 이야기다.

사전은 경제를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자들은 경제의 '모든 활동'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만으로 치환시켜 버렸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을 모두 돈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경쟁과 효율, 속도가 지배하는 거대한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돈으로 사고파는 '경제' 생활에 익숙해져 왔다. 그 익숙함 덕분에 우리는 돈으로 사고파는 것 이외의 '다른 활동'들은 더 이상 '경제'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게 됐다.

신자유주의자들의 논리를 따르자면 '허즈웰'은 문을 닫아야 옳다. 더 이상 돈이 되지 않는 선술집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선술집이 없어지는 것은 마을 주민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거나 다른 경쟁력 있는 술집이 그 마을에 다시 문을 여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농촌지역의 학교가 없어지거나, 병원이 문을 닫는 것도 똑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모든 문제는 자본시장의 자연스러운 결정에 따른 것이므로 그 결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면 된다는 이데올로기로 인해 지금 우리사회는 신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허즈웰'에서는 저녁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아이들과 함께 작은 음악회를 열고 이웃을 위해 소박한 바자회를 준비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허즈웰'이 문을 닫지 않고 다시 마을 주민들의 공간으로 남을 수 있게 한 작은 꿈과 소박한 실천은 분명 '돈 안 되는' 행위이지만 그 결과로 주민들은 돈 이상의 것들을 얻게 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성공한 사례를 소개해 달라는 질문을 받는다. 완주에서는 어떻게 마을회사를 만들고 어떤 상품을 만드는지, 그 결과로 얼마의 이익을 내고 직원은 몇 명을 고용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늘 궁색하기 마련이다. 선술집 허즈웰의 이야기가 그 궁색함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게 해주는 좋은 사례로 남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창환씨는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 사무국장입니다. 이 글은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누리집(http://center4se.org)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소식은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http://center4se.org)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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