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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은 이미 우리사회의 구성원.
 다문화가정은 이미 우리사회의 구성원.
ⓒ 이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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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라 놀이를 할 거야, 선생님은 영국 할게!"
"그럼, 저는 한국 할래요."
"싫어! 내가 한국 할 거야!"
"내가 먼저 말했어!"
"선생님, 얘들이 나라 놀이를 하면 서로 한국을 하겠다고 애들끼리 싸워요."

한국장학재단이 실시하는 '다문화 가정 멘토링'에 참여하는 이정민(23·서울교대3)씨의 얘기다. 이에 김민욱(24·인하대3)씨는 "아이들이 국어·수학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가도 한국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자고 하면 눈이 반짝여요. 그만큼 한국에 관심이 많은 것이죠"라고 덧붙였다. 생김새는 조금 다르지만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아이들, 우리는 이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난 4일부터 5일 양일간 한국외국어대에서 실시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 결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긍정적 시각의 답변은 38%, 부정적 답변은 32%, 관심 없다는 30%로 나타났다(580명 임의추출, 신뢰도 95%, 표본오차 2.5%). '다문화 가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동남아 국제결혼, 농촌, 노총각, 혼혈, 외국인 등 부정적인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교육봉사 '다문화 멘토링'에 대해 들어본 대학생은 10명 중 한두 명에 그쳤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무관심의 심각성은 국내 다문화가정 자녀 현황이 2009년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은 이후로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데에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2009년부터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언어소통, 학교 부적응, 정서 및 심리적 불안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문화 멘토링'을 시행 중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이해 및 봉사의식 제고를 목적으로, 선발된 학생은 교사, 상담가, 조언가로서의 역할하게 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교대를 중심으로 서울기독대, 중앙대, 한양대 등 4개 학교(서울), 인하대(인천), 강원대(강원도), 대구교대(대구) 등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진행 학교 수도, 지원하는 학생 수도 다문화 가정 아이들 수보다 턱없이 모자란 것이 현실이다.

다문화 멘토링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이정민씨
 다문화 멘토링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이정민씨
ⓒ 이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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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피해자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다. 다문화 멘토링을 받고 있는 동준(7)이는 형과 함께 '다문화 멘토링'을 신청했다. 하지만 부족한 멘토(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멘토링을 담당하는 대학생)로 인해 형은 멘토링을 받지 못하고, 동준이만 학교에 나와 대학생 형들과 지내고 있다. 동준이 부모님은 형도 함께 수업해 주었으면 하고 바랐으나 돌아오는 것은 "규정상 신청되지 않은 학생은 멘토링 과정에 포함할 수 없습니다"라는 차가운 답변뿐이었다.

아이들의 공부 환경에 대해 이정민씨는 "혼자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에는 환경이 너무 힘들어요. 대부분 저소득층이며, 부모님도 바빠 아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죠"라고 답하며 대학생의 관심을 강조했다. 이에 손창현(26·인하대4)씨는 "대부분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한국', '한국적인 것'에 대한 의무감을 갖고 있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 아니 한국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또래 아이들의 평균적인 국어성적인데도 다문화 가정이라고 무시 받지 않기 위해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도 많은데, 무의식적으로 다른 친구들보다 해야 하는 공부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너를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안정감"이라며 다문화 가정에 대한 대학생의 관심을 강조했다.

이인재 서울교대 교수(윤리교육과)는 "우리나라가 다문화사회로 변화되어감에 따라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며, "다문화교육은 다문화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학생들이 먼저 다문화 가정에 대해 관심을 두고 사회적인 관심사로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학생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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