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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입막음용 '5만원권 관봉'에는 왜 확인도장이 찍혀있지 않을까?

<오마이뉴스>가 화폐 수집 카페인 '화폐수집 1090'에 올라온 '5000원 권 관봉'과 장 전 주무관이 받은 '5만 원 권 관봉' 사진을 대조한 결과 한 가지 차이점이 발견됐다. 5000원 권 관봉에는 있는 검사·포장의 확인도장이 5만 원 권 관봉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조폐공사의 납품사고가 아니라면 어떻게 확인도장도 없는 5만 원 관봉이 유통되는지 의문"이라며 5만 원 관봉의 '비정상 유통'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국조폐공사쪽은 "(관봉) 포장을 풀어서 샘플링 검사를 하는 경우에만 작업자 도장을 찍고, 나머지는 찍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장진수가 받은 5만 원권 관봉에는 검사·포장 확인도장 없어

'관봉'이란 한국조폐공사가 한국은행에 신권을 보낼 때 포장하는 형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보통 5000원 권, 1만 원 권, 5만 원 권 등의 신권을 100장씩 10다발로 압축포장한다. 관봉을 포장할 때에는 액수와 화폐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보증하는 의미에서 십자띠를 두른 뒤 비닐로 싼다. 그래서 한국은행으로부터 관봉을 공급받는 시중은행도 액수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는다.

이렇게 비닐로 싼 관봉에는 일종의 '제품설명서'에 해당하는 표시자료가 들어간다. 이 표시자료에는 품명과 기호, 수량, 포장번호 등이 기재되고, 특히 '검사·포장'란에는 검사·포장을 진행한 작업자의 확인도장이 찍힌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받은 5만 원권 관봉(위)과 화폐수집 관련  카페에 올라온 5000원권 관봉(아래). 전자는 검사·포장란에 확인도장이 없는 반면, 후자에는 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받은 5만 원권 관봉(위)과 화폐수집 관련 카페에 올라온 5000원권 관봉(아래). 전자는 검사·포장란에 확인도장이 없는 반면, 후자에는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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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인 <이슈 털어주는 남자>가 처음으로 공개한 '5만 원 권 관봉'을 보자. '한국은행 오만원권'(품명)과 '00272'(기호), '1,000장'(수량), '0404'(포장번호) 등 5만 원권 관봉에 관한 정보가 상세하게 적혀 있다.

여기까지는 5000원 권 관봉도 같다. 화폐 수집 카페인 '화폐수집 1090'에 올라온 5000원 권 관봉에도 '한국은행 오천원권'(품명)과 '00015'(기호), '1,000장'(수량), '0101'(포장번호) 등 5만 원 권 관봉과 같은 정보가 담겨 있다. 5000원 신권 관봉을 찍은 이 사진은 지난 1월에 카페에 올라왔다. 5000원 신권은 지난 2006년 1월부터 발행됐다.  

하지만 두 관봉에서는 차이점이 하나 발견됐다. 우선 관봉의 표시자료 오른쪽에 있는 '검사·포장'란을 보자. 두 관봉에는 공통적으로 'CUT-PAK'(컷팩)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컷팩'으로 불리는 자동단재포장기에 의해 관봉이 포장됐음을 뜻한다. 즉 전지연결권(한국은행에서 발행한 지폐가 재단되지 않고 사진처럼 붙어 나온 것)을 낱장으로 자른 뒤 포장됐다는 것. 

한국조폐공사 홈페이지에도 "포장 품질검사가 완료된 전지상태의 지폐는 자동단재포장기(컷팩)에서 낱장으로 단재된 후 소속 및 대속 단위로 포장된다"고 설명해놓았다.

그런데 5000원 권 관봉의 경우 'CUT-PAK'이라고 적힌 부분에 확인도장이 찍혀 있다. 이 확인도장은 관봉의 검사와 포장을 진행한 작업자의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장진수 전 주무관이 받은 5만 원 권 관봉에는 이 확인도장이 보이지 않는다. 

조폐공사 "샘플링 검사를 한 지폐포장에만 확인 도장 찍어"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조폐공사가 확인도장도 찍지 않고 관봉을 납품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 같다"며 "그렇다면 왜 이렇게 확인도장도 안 찍힌 관봉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지를 해명해야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국조폐공사의 한 관계자는 "지폐 포장 중 1%미만을 샘플링 검사를 한다"며 "그 샘플링 검사를 하기 위해 포장을 풀었다가 다시 포장하는 경우 반드시 작업자의 도장을 찍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지폐포장(관봉)에는 확인도장을 찍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한국은행의 설명도 이와 비슷한다. 화폐수급팀의 한 관계자는 "검사·포장란에 확인도장을 찍기도 하고 안찍기도 한다"며 "그것(표시자료)은 조폐공사에서 한국은행에 어떤 상태의 돈을 납품한다는 것을 보여줄 뿐 도장유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폐공사에서 누가 검사 작업을 했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도장을 찍기도 하고 검수가 완전무결하게 됐을 때는 안찍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지난 5일 장 전 주무관이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에게 받은 5만 원 관봉이 지난 2009년 하반기 한국조폐공사에서 한국은행 본점에 납품됐다고 보도했다. 납품된 지 1년여 뒤에서야 5만 원 관봉이 시중은행에 유통됐다는 얘기다.

앞서 장 전 주무관은 지난해 4월 류 전 관리관으로부터 관봉 형태로 5000만 원을 받았다. 류 전 관리관은 "십시일반 거두어서 줬다"고 해명했다가 <이털남>에서 5000만 원 관봉을 공개하자 "지인에게 융통해서 줬다"고 말을 바꾸었다.

장 전 주무관은 "류 전 관리관이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마련해준 것'이라며 50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했지만, 장 비서관은 "5000만 원을 건넨 적이 없다"고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8일 장 전 주무관에게 5000만 원을 건넨 류 전 관리관을 소환해 자금출처와 조성 경위, 전달 과정 등을 추궁했다.


태그:#5000만 원 관봉, #장진수, #민간인 사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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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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