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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러 어머니 날 낳아가지고 이 고생을 시키나... 소포마을 아낙들의 베틀노래 공연 모습이다.
 뭐 하러 어머니 날 낳아가지고 이 고생을 시키나... 소포마을 아낙들의 베틀노래 공연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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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러 어머니 날 낳아가지고 이 고생을 시키나. 공부를 시키려거든 글공부나 시키지 일공부를 시켰는가…. '베틀노래'의 일부분이다. 짤그닥 짤그닥 베를 짜면서 진도 아낙들이 부르던 노래다. 밤새 베를 짜느라 온몸이 땀으로 촉촉이 젖었으면서도 입으로 연신 흥얼거리던 가락이다.

베틀노래 뿐 아니다. 절기에 맞춘 장단의 변화가 압권인 '육자배기'도 있다. 죽음의 마지막 의례까지도 소중하게 여긴 '상여소리'도 애처롭다. 꽹과리와 북, 상모 돌리기가 어우러지는 '걸군농악'도 흥에 겹다. 강강술래도 원형 그대로다.

신명나는 한마당이다.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대단한 내공을 지녔지만 민속공연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모두 마을주민이다. 들에 나가서 일을 하는 농사꾼이다. 마을에 손님이 찾아와서 공연을 부탁하면 들일을 잠시 놓아두고 금세 달려와 공연을 한다. 공연이 끝나면 또다시 들로 나가 하던 일을 계속한다.

독특한 진도의 장례문화를 보여주는 상여소리. 소포마을 주민들의 공연 모습이다.
 독특한 진도의 장례문화를 보여주는 상여소리. 소포마을 주민들의 공연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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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마을 주민들의 걸군농악 공연 모습. 마을단위 공연이지만 수준은 '국보급'이다.
 소포마을 주민들의 걸군농악 공연 모습. 마을단위 공연이지만 수준은 '국보급'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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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소포마을 주민들의 민속공연. 마을단위 공연장인 소포리전통민속체험관에서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소포마을 주민들의 민속공연. 마을단위 공연장인 소포리전통민속체험관에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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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의 보고'로 알려진 전라남도 진도에 속한 지산면 소포리. 우리 전통의 민속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마을이다. 주민들이 직접 출연하고 연출하며 공연을 한다. 모르긴 해도 마을 단위에서 이런 공연을 하는 곳을 찾긴 어려울 게다. 마을에 그럴싸한 공연장도 따로 갖추고 있다.

서울 국립국악원 대극장에서 강강술래를 공연, 찬사를 받기도 했다. 마을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전통문화보존회만도 7개나 된다. 밭에서 김매는 아낙에게 소리를 청해도 즉석에서 구성진 진도가락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그만큼 마을 주민 모두가 소리꾼이자 예술인이다.

공연만 보여주는 게 아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체험놀이판도 펼친다. 관광객들이 원하면 언제라도 소리며 장단, 북놀이를 가르쳐준다. 이 놀이판에 끼려고 해마다 전국에서 4000여 명이 넘게 찾아온다. 모두들 흡족해 돌아간다.

원형질 그대로의 강강술래. 밭일을 하던 소포마을 주민들이 잠시 일손을 멈추고 공연에 나섰다.
 원형질 그대로의 강강술래. 밭일을 하던 소포마을 주민들이 잠시 일손을 멈추고 공연에 나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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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광객이 소포마을 주민들의 민속공연을 보며 동영상으로 찍고 있다. 소포리전통민속체험관 공연 때 모습이다.
 한 관광객이 소포마을 주민들의 민속공연을 보며 동영상으로 찍고 있다. 소포리전통민속체험관 공연 때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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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리전통민속체험관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마을단위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밭에서 일하던 마을 주민들도 잠시 일손을 놓고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소포리전통민속체험관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마을단위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밭에서 일하던 마을 주민들도 잠시 일손을 놓고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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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뿐 아니다. 농사도 친환경 농법을 쓴다. 마을사람들의 순박한 마음씨 그대로다. 문화와 함께 농토와 자연도 후세에 그대로 물려주자고 마을사람들이 뜻을 모았다. 녹색농촌 체험마을과 농어촌 휴양마을, 가보고 싶고 살고 싶은 마을로 지정돼 있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검정쌀'이다. 지금은 진도특산물이 된 이 검정쌀을 지난 1985년 이 마을에서 처음 재배했다. 검정쌀은 유기질이 풍부한 간척지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 맛과 향이 고소하다. 우렁이 농법으로 지은 친환경 무농약 쌀이어서 소비자들도 믿고 좋아한다.

요즘엔 검정쌀을 볶아서 갈아 만든 '콘플레이크 흑미차'를 선보이고 있다. 발아현미 등을 넣어 선식에 가깝게 만들었다. 하지만 '선식'이란 말에서 오는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차'로 이름을 붙였다. 스틱형 일회용 포장으로 휴대가 간편한 것도 강점이다.

진도특산 검정쌀. 소포리에서 가장 먼저 재배를 시작해 지금은 진도특산품이 됐다.
 진도특산 검정쌀. 소포리에서 가장 먼저 재배를 시작해 지금은 진도특산품이 됐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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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마을 들녘에도 봄이 찾아오고 있다. 들녘은 오래 전 바닷물이 들던 곳이었는데 간척을 통해 농토로 만들었다.
 소포마을 들녘에도 봄이 찾아오고 있다. 들녘은 오래 전 바닷물이 들던 곳이었는데 간척을 통해 농토로 만들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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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마을은 1984년 진도대교가 놓이기 전까지 진도의 관문이었다. 목포와 진도 항로를 잇던 나루터가 있었다. '소포나루'로 이름 붙었다. '소개나루'로도 불렸다. 한때 1700여 명이 살았다. 하지만 오래 전 얘기다. 지금은 270여 명이 살고 있다. 그래도 진도에서는 큰 마을에 속한다. 특산품 '검정쌀'로 인한 소득도 쏠쏠해 잘 사는 마을 축에 낀다.

마을체험 프로그램도 내놓고 있다. 전통의 민속체험과 친환경 농사체험, 바닷가에서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후리질 체험 등으로 이뤄져 있다. 잠은 마을의 전통민속체험관과 녹색농촌체험관에서 해결한다. 마을에서 난 농산물과 맛깔스런 해산물로 차린 시골밥상도 푸짐하다. 소포리가 꿈꾸며 만들어가는 작으면서도 아름다운 세상이다.

소포마을 주민들은 모두 소리꾼이고 예술인이다. 마을에 전문 공연장도 갖췄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마을 단위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소포리전통민속체험관 모습이다.
 소포마을 주민들은 모두 소리꾼이고 예술인이다. 마을에 전문 공연장도 갖췄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마을 단위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소포리전통민속체험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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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소포마을, #소포리전통민속체험관, #진도, #걸군농악, #상여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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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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