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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주식회사(이하 대상)가 식자재 도소매업에 진출하면서 국내 각지에서 중소유통상인들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8월 전국에서 최초로 사업 일시정지 결정이 내려진 인천 삼산동에서 영업이 개시되자 상인들이 이를 저지하며 지난 4, 5일 이틀에 걸쳐 농성에 돌입했다.

 

삼산동대책위 상인들은 "법을 무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일시정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홈플러스가 사업조정을 피하려고 '바지사장'을 앞세운 가맹점 형태로 입점하려다 일시정지 결정을 받았는데, 똑같은 행태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죽느냐 사느냐가 판가름 난다. 영업을 강행하면 우리는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요즘 같은 때 누가 16억 원을 무상으로 임대해주나?"      

 

앞서 삼산동대책위는, 지난해 8월 대상이 식자재 도소매업체인 중부식자재(주)를 인수해 삼산동에 신규 입점하려하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8월 30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에 근거해 일시정지 결정을 내렸다.

 

현재 삼산동 식자재 도소매점은 사업 일시정지 기간인 동시에 대상과 삼산동 상인 간 자율조정 기간에 놓여있다. 이 자율조정이 무산되면, 중소기업청은 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강제 조정명령을 내리게 돼있다.

 

중부식자재를 인수한 뒤 매장을 열려고 했던 대상은 사업 일시정지로 제동이 걸리자 현재 폐업신고를 한 상태다. 그 뒤 올해 1월 30일 중부식자재 대표 C씨의 매형 L씨가 '달인식자재마트'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폐업신고를 하고 개인사업자 등록을 마친 뒤 현재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대상 철회를 요청해둔 상태다. 이에 중소기업청은 달인식자재마트에 '대상 자본이 아닌 실질적인 개인사업자'임을 소명할 수 있는 자료 제출을 요청했고, 달인식자재는 자료를 제출했다. 중소기업청은 현재 개인사업자인지 대상 자본인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두고 '대상재벌 식자재납품업 진출 저지 인천대책위(이하 대상저지인천대책위)'는 바지사장을 앞세워 사업조정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를 쓰고 있다는 입장인 것.

 

대상저지인천대책위 조중목 위원장은 "초기 건물 공사비만 7억이 들어갔다. 이후 대상이 개인업자에게 임대료는 2억을 받고 16억 원 규모에 이르는 주차장부지는 무상으로 임대해줬다. 요즘 같은 때 누가 16억 원을 무상으로 임대해주나? 또 외상으로 들여온 물건 값만 10억 원 규모다. 이 막대한 자금을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상인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달인식자재마트 대표 L씨는 상인들이 오히려 억지를 부린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보증금 2억 원에 월 650만 원을 내고 있는데 이는 (대상과 관련 없는)건물주에게 내는 돈"이라고 한 뒤 외상 물건값에 대해서도 "물건 값은 판매한 뒤 지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무상임대 논란에 대해서는 "어짜피 노는 땅 쓰면 어떻겠냐고 대상 측에 물었다. 그랬더니 대상에서 (무상으로)쓰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대상베스트코 사업본부장 또한 "달인식자재마트는 대상과 관련이 없다. 물건값 빼고 투자금만 10억 들어갔는데, 일시정지 결정 났다. 손실을 보던 차에 달인식자재가 인수하겠다고 해서 건물 임차금 받고 정리했다"고 말했다. 주차장부지 무상임대에 대해서는 "포장을 해주는 조건으로 1년 동안만 무상으로 사용하게 했다. 이후 시세에 따라 임차료를 받기로 했다. 현재 매각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본부장은 또 대상을 인수한 중부식자재C씨와 대상삼산점을 인수한 달인식자재L씨가 처남 매형관계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나중에 알았다"고 한 뒤 "모든 자료는 중기청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중기청 "민감한 사항이라 언급 어렵다"

 

중소기업청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명자료가 제출됐다. 조만간 판단할 예정이다. 워낙 민감한 사항이다 보니 뭐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서 개인사업자면 사업조정 철회가 받아들여지고, 아니면 일시정지가 유효한 것 아니냐?'고 묻자 "원칙적으로 그렇다. 지금 얘기하기는 어렵고 전반적으로 고려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중기청에 입장에 대해 삼산동대책위상인들은 격앙 된 반응을 보였다. 삼산동대책위 김경옥 위원장은 "중소기업청에서 이곳에 한 번도 안 왔다. 최소한 와서 현장을 점검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상인들이 농성에 돌입하기 바로 전 달인식자재마트가 판매를 개시했을 때 소매가격을 보니 도매가격보다 매우 저렴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식자재 도소매업체가 들어설 경우 상당한 시장잠식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현재 시중에서 18리터 들이 오뚜기콩기름의 도매가격은 3만 6500원이고, 소매가격은 3만 8000원이다. 중소도매업체들이 1500원의 이익을 남기는 셈이다. 그런데 이날 판매된 소매가격은 도매가격보다 싼 3만 5000원이었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소매가격을 보면 도매가격보다 낮다"며 "중소기업청이 대상 손을 들어주면 중소유통업자들은 몰락할 수밖에 없고, 이는 또 소매업체의 몰락 그리고 대기업의 독점으로 이어진다. 하루속히 중소기업 적합업종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중소상인, #중소기업적합업종,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청정원, #재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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