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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오른쪽)와 김성훈 전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간인불법사찰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각계 인사 시국선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오른쪽)와 김성훈 전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간인불법사찰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각계 인사 시국선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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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이 기분은 나쁘기는 하지만 오늘 아침부터 우리 집 전화기 톤이 갑자기 높아져 기분이 좋다. 평소에는 잡음도 나고 그랬는데 통화감도 좋아졌다."

지난 3일 청와대 개입 의혹이 일고 있는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시민단체와 사회 원로들의 시국선언이 있던 자리에서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한 말이다. 그는 '도청'이라는 단어를 피해서 에둘러 말했지만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됐다.

김 전 장관은 최근 공개된 총리실 사찰문건 가운데 '2009년 하명사건 처리부'라는 문건에 이름이 올랐다. '전·현직 고위공직자 재산 관련 조사 보고'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문건에는 그가 '펜트하우스(맨 꼭대기층 고급주택)'에 사는지 여부가 보고됐다. '하명'이 온 곳은 'BH', 청와대였다.

그는 김대중 정부 초기 농림부 장관을 지내고 이후 상지대학교 총장을 했다. 사찰이 있었던 2008년 하반기부터 2009년까지 그는 산림 관련 민간단체의 회장직과 한국농업대학(현 한국농수산대학)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나라에서 임명한 공직은 아니었으니 그는 '민간인'이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시국선언 자리에서 "민간단체 회장과 한국농업대학 운영위원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압력을 받았다"라며 "물러나라는 이야기를 전달한 사람은 정부 고위 관계자와 농업대학 관계자"라고 밝혔다. 이어 "2008년 촛불집회가 있을 때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한미FTA, 4대강 사업을 비판했기 때문에 사찰 대상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총선에서 심판 못하면 진실 밝히기 불가능"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징원관실에서 작성한 '전.현직 고위공직자 재산 관련 조사보고' 문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징원관실에서 작성한 '전.현직 고위공직자 재산 관련 조사보고' 문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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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장관이 당한 사찰은 노무현 정부 인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병완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과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도 나란히 '펜트하우스'에 사는지 여부가 조사됐다.

당시 이 전 실장은 특별한 직책 없이 '야인' 상태였고 이후 2010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의원에 출마해 당선된다. 서갑원 전 의원은 사찰이 있었던 2009년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이 전 실장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2008년부터 정부가 내 뒤를 캐고 있다는 이야기를 정부 관계자나 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들었다"며 "2009년 국민참여당 창당준비할 때 전국으로 돌아다니며 이명박 정권을 비판했으니 망신이라도 주려고 재산을 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성훈 전 장관, 서갑원 의원과 나는 모두 호남 출신의 전 정권 인사"라며 "이명박 정부가 정권의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해 공권력을 사유화한 아주 몰염치하고 헌정을 유린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현재 공개된 내용은 아주 일부일 뿐"이라며 "얼마나 뒤졌는지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실장은 "검찰에서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걸 신뢰할 수 없다"며 "총선 국면에서 정치공방을 한다고 하는데, 이보다 중요한 문제는 없다. 선거로 정권을 심판하지 않으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갑원 전 의원 또한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정권 차원의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친노 진영의 핵심인사들을 닥치는 대로 뒤를 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08년 촛불집회 때 당의 수석부대표를 맡았고, 사실상 당의 대외투쟁에 실질적으로 총대를 메고 선두에 있었다"라며 "정권에서 가장 미운 사람 중에 하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결국 세 사람 중 아무도 펜트하우스에 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찰 대상이 된 세 사람 모두 보고된 빌라와 아파트에 거주, 또는 소유하고 있지만 맨 꼭대기층에 살지는 않았다.

서 전 의원은 구체적인 층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펜트하우스에 살지 않는다"라고 확인했으며, 김 전 장관은 1986년부터 거주하던 빌라가 2002년 재건축되면서 원거주자 자격으로 분양을 받아 현재까지 거주 중이며 역시 맨 꼭대기층은 아니다. 이병완 전 실장 또한 "15층 아파트에서 4층"이라고 밝혔다.


태그:#민간인사찰, #불법사찰, #김성훈, #서갑원, #이병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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