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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과 허준영(맨 왼쪽) 후보가 함께 유세를 벌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과 허준영(맨 왼쪽) 후보가 함께 유세를 벌이고 있다.
ⓒ 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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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청장 출신 허준영과 '운동권 1세대' 노회찬의 격돌. 4.11총선 서울 노원병 지역구는 이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경찰청장을 역임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코레일 사장을 지냈다. 야권단일 노회찬 통합진보당 후보는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을 거쳐 17대 민주노동당 의원을 지냈다.

둘 사이의 '악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 후보가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여의도에서 열린 농민시위를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농민 2명이 사망했다. 진보정당 의원이었던 노회찬 후보는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허 후보를 압박했다. 당시 여러 곳에서 압박을 받은 허 청장은 억울함(?)을 표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허준영-노회찬의 '빅매치', 하지만 여론은...

아직 앙금이 남아 있는 것일까? 노회찬 후보는 허 후보의 출마 소식을 접하고 "이겨야 할 이유가 늘어나서 투지가 샘 솟는다"고 말한 바 있다.

여전히 '허준영 책임론'을 거론하는 노 후보에 대해 허준영 후보는 "나를 모함하는 이야기"라며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허 후보는 지난달 2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농민 사망 사고는) 최대한 인내로 대처하도록 지휘했지만 불가피하게 우발적인 불상사가 발생한 것으로 경찰도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던 상황"이라며 "굳이 책임을 묻는다면 농민대책을 소홀히 한 정치권에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노회찬 책임론'을 거론한 셈이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3월 25일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야권연대 후보들과 함께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원갑 김용민 후보, 한 대표, 노원병 노회찬 후보, 노원을 우원식 후보.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3월 25일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야권연대 후보들과 함께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원갑 김용민 후보, 한 대표, 노원병 노회찬 후보, 노원을 우원식 후보.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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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구도가 가진 극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선거 양상은 다소 일방적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과 1일 이틀간 방송3사가 TNS등 여론기관 3곳에 의뢰해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회찬 후보는 51.0%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허준영 후보는 27.3%에 그쳤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는±4.4%p)

노회찬 후보측 박창규 정책홍보팀장은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반기면서도 "여론조사일 뿐"이라며 "실질적인 투표율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전국적인 인지도와 18대 총선 전부터 다져놓은 지역기반이 장점이다.

그렇다면 지역의 민심은 어떨까. 이 지역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아무개(33)씨는 노 후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나타냈다.

"노회찬 후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지난 18대 총선 때 낙선한 뒤 지하철에서 인사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투표는 정책을 꼼꼼히 봐야 한다고 하지만, 난 마음 가는 대로 찍을 것이다. 노 후보가 우리 지역을 위해 누구보다 힘써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엔 노회찬 후보를 지켜줄 것이다."

"노회찬에게 미안... 이번엔 지켜주겠다"

김씨는 "노 후보를 18대 총선부터 지지해 왔다"면서 "노 후보가 많은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야권단일화도 민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순금(70)씨는 "지금까지 계속 민주당만 뽑아왔다"며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가 없으니 노회찬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는 노원병에서 당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를 3.05%p 차이로 제압했다. 당시 3위를 기록한 통합민주당 김성환 후보는 16.26%를 득표했다. 노원병 15대~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승리한 걸 감안하면, 야권연대가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권자를 만나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
 유권자를 만나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
ⓒ 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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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허준영 후보 측은 어떤 '반전'을 준비하고 있을까. 허 후보측 백승식 사무장은 "여론조사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우리가 선거전에 늦게 뛰어들어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허 후보가) 전국적인 인지도는 높지만 지역의 인지도가 낮다"는 판단 하에 "상가나 지하철 등 유권자 대면 위주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장과 코레일 사장을 역임한 만큼 전국적 인지도는 낮지 않다는 게 허 후보측 판단이다. 하지만 선거전에 늦게 뛰어든 만큼 낮은 '지역 인지도'와 취약한 기반은 허 후보의 약점이다. 하지만 허 후보에게 기대를 거는 유권자도 많다.

"내가 지금 노원에서만 10년째 살고 있는데, 도봉 면허시험장이랑 철도기지는 선거철마다 이야기 나오는데 아직도 그대로야. 변한 것이 없어. 나는 허준영 그 친구가 그래도 뭔가 할 수 있다고 봐. 그리고 복지도 좋지만, 뭐든 급격한 것은 안 좋아. 공짜라고 하면 다 좋아하지. 재정은 생각을 안 한다고. 걱정이야 걱정!"

"허준영이 뭔가 할 듯... 집값 상승 기대"

마들역 앞 퇴근길에서 만난 70대의 장아무개씨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라며 "허준영 후보가 창동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이전을 추진하면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차량기지 인근에 거주하는 이아무개(57)씨는 "(허 후보가 승리하면) 아무래도 집값이 오르지 않겠느냐"며 "허준영 그 사람이 당선해서 차량기지 옮겨주면 우리는 고맙다. 살림이 걱정이지 다른 게 걱정이겠느냐"고 아파트값 상승에 기대를 걸었다.

어쨌든 허 후보측은 주민 대면을 늘리면서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노 후보 역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노 후보는 사전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섰으나 막판 역전을 당해 홍정욱 후보에게 의원직을 내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허 후보와 노 후보 모두 '창동 철도차량기지-도봉면허시험장 이전 부지' 개발을 약속하고 있다. 다만 허 후보는 업무중심지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고, 노 후보는 생태·문화·일자리 창출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후보가 유권자를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후보가 유권자를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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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허 후보는 ▲4호선 지상 구간 지하화 ▲맞춤형 보육 복지 확충 등을, 노 후보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6세 미만 아동수당 지급과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을 내세우고 있다.

두 후보의 이력과 성향이 명확한 만큼 앞으로는 부동층의 움직임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후보들에게 먼저 다가가 명함을 챙긴다는 두 아이의 엄마 유선옥씨(29)씨는 "아무래도 아이 입장에서 정책을 보게 된다. 실질적으로 공약이 실현 가능할지를 항상 따져보는데 아직 어느 후보도 선택하지 못했다"며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기준으로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영업을 하는 김아무개씨(52)는 "소상공인 정책을 최우선으로 본다"면서 "정책을 차분히 살펴본 후 마음을 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태그:#허준영,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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