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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오전 10시 30분 여수시청 상황실에서 김충석시장이 기자회견 도중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습니다.
▲ 눈물 지난 3월 28일 오전 10시 30분 여수시청 상황실에서 김충석시장이 기자회견 도중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습니다.
ⓒ 여수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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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자존심과 긍지를 살리려는 사업은 모조리 변칙 삭감하여 의회의 위력을 과시하고 시장에게 화풀이하고 시민협에 충성을 다한 모양새... 여수시민 여러분! 사회단체와 기업인 여러분에게 눈물로 호소합니다. 성웅 이순신 장군 동상 건립비 9억 원... 뜻이 있는 분들이 도와주시면 비석에 새겨 그 공적을 영원히 기리도록 하겠습니다. - 2012년 3월 28일 여수시장 김충석

김충석 여수시장이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시의회가 변칙 삭감한 '성웅 이순신 장군 동상' 건립을 시민들의 후원으로 세우겠답니다. 그런데 시민들의 돈 모아 만들겠다던 장군님 동상, 이미 광주 모처에서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더군요. 시장님이 꼼수를 부리다 들통난 걸까요?

지난 3일, 김대길 전남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를 만나기 위해 광주에 도착했습니다. 교정은 4월의 싱그러움이 가득한데 바람이 심합니다. 김 교수를 찾아 학과 사무실과 연구실, 작업실을 차례로 들렀지만 만나지 못했습니다. 간신히 전화통화는 했습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어느 정도 완성됐느냐고 물었습니다. 거의 다 만들었답니다. 마무리 단계만 남았답니다. '여수시가 제작을 의뢰했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지시한 사람 없고 스스로 만들었"답니다. 놀랍습니다. 높이 6미터(기단 및 좌대, 거북선 포함 13.9미터), 9억 원이 소요되는 거대한 동상을 개인적으로 만들다니요.

그러면서 그는 "이미 만들고 있는 동상을 쓰레기통에 버릴 수는 없지 않냐"며 여수시가 돈 안 주면 후원을 받아 동상을 완성한 후 기부하겠답니다. 시장님과 비슷한 말을 하네요. 만약 시의회에서 기부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이순신 장군님은 영락없이 쓰레기통에 처박힐 신세입니다.

"예산 승인 안 됐는데 동상을 만들겠냐?"

여수시 중앙동로터리 화단에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우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진남관은 가려서 안보이나요?
▲ 이순신 장군 여수시 중앙동로터리 화단에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우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진남관은 가려서 안보이나요?
ⓒ 여수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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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이순신 광장 인근에 있는 중앙동로터리입니다. 이곳 화단에 높이 13.9미터의 성웅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울 계획입니다. 비용은 9억 원이 듭니다.
▲ 이순신 광장 여수시 이순신 광장 인근에 있는 중앙동로터리입니다. 이곳 화단에 높이 13.9미터의 성웅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울 계획입니다. 비용은 9억 원이 듭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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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로 내려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담당 공무원인 공운상 교육문화사업단장에게 물었습니다. 전혀 모르는 일이랍니다. 다만, 김 교수가 만들고 있다는 얘기는 얼핏 들었다고 하네요. 물론, 시장님은 모르는 일이고요. 감히 "예산도 승인이 안 됐는데 동상을 만들겠냐"며 어불성설(語不成說)이랍니다. 김대길 교수가 스스로 만든 거랍니다.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이 왜 생긴 걸까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동안 시의회는 시장의 잦은 해외출장에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2010년 7월 취임 이후, 약 20개월 동안 총 11회에 걸쳐 83일간 해외출장을 나섰답니다. 특히, 시의회는 법으로 정해진 정례회도 무시하고 해외를 다니는 모습이 영 마뜩찮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 3월 26일, 의회 본회의가 열리기 몇 시간 전 담당과장이 전화로 시장 불출석을 알려온 겁니다. 많은 의원들이 황당해 합니다. 실은 이틀 전 시의회는 김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몇 가지 사업을 조정, 삭감했거든요.

여수 오동도 내에 있는 박람회 홍보관입니다. 이곳을 '2010-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기념관'으로 새롭게 단장하는데 1억5천만 원이 듭니다.
▲ 여수세계박람회 오동도 홍보관 여수 오동도 내에 있는 박람회 홍보관입니다. 이곳을 '2010-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기념관'으로 새롭게 단장하는데 1억5천만 원이 듭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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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정문을 다시 만들겠다는 '캐노피공사' 지점입니다. 7억원이 필요합니다.
▲ 캐노피 공사 시청 정문을 다시 만들겠다는 '캐노피공사' 지점입니다. 7억원이 필요합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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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의 말을 빌려 잘린 사업을 살펴보면, ▲ 자산공원에 이순신 장군 동상 있는데 또 세운다며 9억 원, ▲ 외국인 초청 세미나 행사인 세계 4대 미항 프로젝트 민간경상보조금 2억 원, ▲ 세계박람회 부지 내에 만들어질 기념관과 중복되는데 2010-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기념관 설치한다며 1억5천만 원, ▲ 번듯한 정문 뇌두고 건물 뒤쪽에 한옥으로 정문을 다시 짓겠다고 여수시청 캐노피공사 7억 원, ▲ 예울마루와 시민회관, 그리고 현 문예회관이 있는데 1청사 옆에 또 문예회관을 세운다며 약 18억 원을 올렸습니다.

"의회가 시민단체 의견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예산 삭감"

3월 30일 (사)여수지역발전협의회와 여수EXPO 시민포럼이 여수시청 대회의실에서 '세계 4대 미항 여수 만들기 시민대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 세계 4대 미항 여수 만들기 토론회 3월 30일 (사)여수지역발전협의회와 여수EXPO 시민포럼이 여수시청 대회의실에서 '세계 4대 미항 여수 만들기 시민대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 여수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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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의회는 "여수시 가용재원을 모두 세계박람회에 몰아넣다 보니 기채까지 발행하고 주민 숙원사업도 수년간 제대로 풀지 못한 실정"에서 어쩔 수 없이 예산을 삭감했답니다. 그러나 시장님은 이 결정을 쉬 받아들이지 못했나 봅니다. 단단히 뿔이 난거죠.

그리고 며칠 뒤 눈물을 흘리며 기자회견을 엽니다. 의회가 모 시민단체의 의견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예산을 삭감했다며 비분강개(悲憤慷慨)했습니다. 또, 삭감된 예산 중 '성웅 이순신 장군 동상' 건립비용 9억 원이 있는데 시민들이 도와야 한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 동상이 광주에서 제작 마무리 단계에 있네요.

어찌된 사정일까요? 혹시, 동상제작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했고 의회가 예산만 승인해주면 될 일이었던 걸까요? 그렇다면 시민들이 직접 뽑은 스물한 명 의원들은 시장님의 화려한 사업을 위한 들러리가 되는 건가요?

김충석 여수시장의 기자회견 다음 날인 2012년 3월 29일 여수시의회가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 성명서 김충석 여수시장의 기자회견 다음 날인 2012년 3월 29일 여수시의회가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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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여수시민단체인 '여수시민협'도 논평을 냈습니다. 김 시장이 눈물의 기자회견장에서 특정단체 이름을 거론했는데 그 단체거든요. 여수시민협은 "시민단체에게 충성을 다하는 의회는 반성해야 한다"는 시장님 말에 여수시민협은 7개 단체로 구성된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매년 시 본예산, 추경 안에 대해 분석모임을 갖고 의회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면서 의회가 임시회 추경안 심사를 통해 일부 선심성, 낭비성 예산을 삭감한 일은 일방적인 시정에 제동을 건 당연한 결과이자 긍정적 활동이라 평가했습니다.


박람회 코앞인데... 여수시, 의회, 공무원노조, 시민단체 티격태격


여수세계박람회 준비가 한창입니다.
 여수세계박람회 준비가 한창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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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국회의원 선거와 시,도의원 보궐선거로 어수선합니다.
▲ 현수막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와 시,도의원 보궐선거로 어수선합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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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누구 말이 옳고 그른지 잘 모릅니다. 다만, 여수시가 매우 복잡하다는 사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요. 또 한 가지, 이순신 장군 동상이 예산승인이 되기 훨씬 전부터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혼란스럽지만 이 두 가지 사실은 분명해 보이네요.

어찌 됐든 여수시가 이래저래 복잡합니다. 고개를 숙이면 여수세계박람회를 준비하느라 온 땅을 파헤쳐 놓아 동네는 공사장이고, 눈을 들면 19대 국회의원선거와 시, 도의원 비리사건으로 보궐선거가 한창이라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눈이 어지럽습니다.

또 시와 시의회, 공무원노조, 그리고 시민단체는 깎인 예산을 놓고 티격태격입니다. 하루가 멀다고 성명과 논평이 쏟아집니다. 여수시민들 조용히 하루 보낼 날이 언제쯤 올까요? 여수세계박람회가 코앞입니다.


태그:#여수시, #여수시의회, #이순신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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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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