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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다시다·미원 팔아줬더니 이젠...

 

'대상·씨제이 식자재 도소매업 진출저지 전국대책위'와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지난 1일 오후 전경련 앞에서 전경련해체와 유통재벌규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최근 도소매업에 진출하고 있는 대상과 씨제이그룹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부산과 울산, 진주, 대전, 전주, 원주, 인천 등 11개 지역에서 올라온 중소상인 300여 명이 참여한 이날 집회에서는 재벌과 재벌을 비호하는 정치세력을 향해 거친 비판과 분노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인천을 시작으로 대전과 부산, 울산, 진주, 전주, 익산, 군산, 광주, 원주, 청주 등 각 지역에서 대상과 씨제이그룹이 식자재 도소매 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하자 각 지역 상인들은 전국대책위를 구성해 이날 첫 집회를 연 것.

 

전국대책위는 "19대 총선에 임하는 각 정당과 출마하는 후보자에게 우리의 중소기업적합업종 특별법을 제정하고 재벌규제를 촉구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 모였다"며 "재벌들의 골목상군 장악의도를 분쇄하고 나아가 이번 총선에서 지지와 낙선운동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갑이 넘어 허리에 복대를 차고 일할 수밖에 없다"는 조중묵 전국대책위원장은 "고령화 사회로 간다는데 (이 나이에) 먹고 살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이상 이일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30년 전 그들이 미원(대상)과 다시다(씨제이) 팔아달라고 사정했다"며 "그렇게 (물건을) 팔아줬고, 그들은 대기업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희들 키워준 우리가 부모나 다름없을 텐데…, 부모 뒤통수 치는 놈들은 사람이 아니다"라며 "짐승도 자기 키워준 부모는 알아보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은 재벌들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피끓는 심정으로 부산, 진주, 대전서 올라왔다"

 

중소상인들의 분노는 전경련과 동반성장위원회를 향해 쏟아졌다. 중소상인 적합업종을 선정하지 않으면 유통법과 상생법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데다 대기업들이 유통법과 관련조례마저 헌법소원을 청구해 무력화에 나서고 있다. 재벌들은 동네슈퍼뿐만 아니라 식자재도소매업까지 진출하는 마당에 적합업종 지정 권한을 지닌 동반성장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전국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안을 만들어 놨지만,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며 "지금도 편법, 변종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개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이 상생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없다"며 "양심 없는 대기업들은 더 이상 국내 기업이 아니며 이를 비호하는 전경련은 반드시 해체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소상인들의 거친 분노는 정치권을 향해서도 이어졌다. 대상과 씨제이그룹의 식자재도소매업 사업 진출에 맞서 4주 연속 촛불집회를 개최한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정식 공동회장은 "피가 끓는 심정으로 부산, 진주,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왔다"며 "상인들이 아직 (나만 열심히 하면 잘 살 것이라는)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집회를 마치고 내려가면 누님, 동생, 이웃사촌 가릴 것 없이 이제는 이 나라 이 정권 정말 심판해야 한다고 얘기해야 한다"며 "그런 마음을 갖고 대선까지 치러야 자영업자를 위하지 않는 정당과 정치인을 심판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오늘 여기서(동반성장위원회 앞) 집회를 하는 이유가 있다"며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 정운찬 위원장과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당시 그는 도소매업과 식자재업 등을 포함해 중소기업적합업종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한 해가 가도 지키지 못하고 위원장 그만뒀다"며 "불법 민간인 사찰로 얼룩진 '푸른 기와집'은 더 이상 우리 상인들 보호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찰을 하려면 불법, 탈법, 편법 자행하는 재벌들을 사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벌 비호하는 정치세력을 '심판'

 

현재 국내 대형마트는 430여 개 정도다. 여기에 SSM(기업형 슈퍼마켓)은 1000개를 넘어선지 오래라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게다가 대기업들은 식자재도소매업까지 진출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형마트 입점으로만 1년에 재래시장에서 사라진 돈은 자그마치 24조 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때문에 중소상인들은 대형마트 입점허가제 도입과 더불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특별법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인태연 공동회장은 "한해 자영업자 중 100만 명이 나자빠지고 또 100만 명이 새로 들어온다"며 "어디로 숨고 어디로 피할 곳이 없다. 대기업이 지네발처럼 중소기업, 중소상인 사업영역으로 확장을 하고 또 이들을 비호하는 정치세력이 있는 한 수십 년 지켜온 시장과 삶의 터전이 박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벌 해체가 답"이라며 "그래서 중소상인들이 재벌과 일전을 펼치니 정치세력들이 수작을 피우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지적한 '수작'은 동반성장위원회를 지칭한다. 그는 "느닷없이 재벌과 중소기업 간 동반상생을 위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동반성장위원회 만들었지만, 위원회에 중소상인 몫 위원이 없다"며 "이명박 정부가 갑자기 마음이 변했나 싶었는데 우리가 속았다"고 말했다. 또한, "상인과 중소기업, 시민을 호도하기 위해서 화장만 바꾸고 나타났다"며 "오죽하면 정운찬 위원장조차도 '재벌 해체하라'며 사퇴했다"고 덧붙였다.

 

인 회장은 "동반성장위 안에 가득 찬 게 재벌"이라며 "그리고 이들은 비호하는 정치세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통법·상생법 개정할 때 분리처리 운운하며 개정안 처리를 미루고,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통과 되면 다 무력화 되는데 뭣 하러 만드느냐 했던 자들이 이번 총선에 나간다"며 "선거철이 되니 누가 거짓말을 하고 화장을 하고 나타났는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경제팀장 또한 "정부는 2010년 지방선거 때 혼쭐난 뒤 동반성장위 만들었는데 마지막까지 기만했다"며 "(이제는) 투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으로 슈퍼, 식자재, 도소매업에서 재벌들이 손을 떼도록 해야 한다"며 "누구나 성실하게 일하면 먹고 살 수 있는 피자가게, 통닭가게, 식자재, 슈퍼 등 어떤 대단한 기술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정말 생존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삶의 현장을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600만 자영업 유권자 정치행동, 1차 낙선 대상자 발표

 

한편, '전국 600만 자영업 유권자 정치행동'은 4월 2일 한미FTA 날치기 처리와 중소상인 보호법안(유통법·상생법) 처리 반대에 나섰던 후보자를 대상으로 1차 낙선 대상자를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박희태 국회의장을 대리해 한미FTA 비준안 의사 진행을 맡은 정의화 국회부의장(부산 중구·동구)을 비롯해 새누리당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서울 동대문을)와 한나라당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경기 수원팔달구), 유기준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한나라당 간사(부산 서구),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원장(경남 마산시)이 포함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서울 강남을)도 낙선 대상자에 포함됐다. 인천에서는 새누리당 황우여(인천 연수) 의원(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이 한나라당 지도부 회의에서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처리 결정을 했다는 이유로, 인천 남구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있을 당시 분리 처리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낙선 대상자에 포함됐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중소상인, #총선,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재벌개혁, #중소기업적합업종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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