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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새누리당 국회의원
 남경필 새누리당 국회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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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일 오후 1시 40분]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사찰 의혹 자료들'에는 '남○○ 내사'라고 적시된 대목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오마이뉴스>에서 이 자료들을 1차로 검토한 결과, '1팀 현재 추진중인 업무현황'과 '2009.1 현재 진행중인 미션내역',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 등의 문건에서 그런 대목이 나왔다. 여기서 '남○○'은 남경필 현 새누리당 의원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문건들은 '남○○ 내사'라는 제목만 있지 '내사'의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 문건에는 '妻 관련 수사시 외압행사' 정도의 '하명내용'만 적시돼 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사찰 의혹 자료'들을 추가로 검토한 결과, 남 의원과 관련된 '사찰 결과 보고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에 따르면 지원관실 점검1팀은 남 의원과 그의 부인을 치밀하게 사찰했고, 거기에는 지원관실에 사건을 하명한 청와대는 물론이고, 검찰과 국정원도 이들을 대상으로 내사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관실, 남경필 의원 부인의 보석 밀반입 의혹 등 조사해

지난 2008년 9월 25일 작성된 '남경필 의원 사찰 결과 보고서'의 일부
 지난 2008년 9월 25일 작성된 '남경필 의원 사찰 결과 보고서'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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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공직1팀'은 지난 2008년 9월 25일 '남○○ 관련 내사건 보고'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이는 '사찰결과 보고서'에 해당하는 문건이다. 작성주체인 '공직1팀'은 민간인 사찰의 핵심부서로 알려진 '점검1팀'을 가리킨다. 점검1팀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직할조직'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이다. 

총 3쪽으로 구성된 이 문건은 ▲ 개요 ▲ 고소내용 ▲ 대상자 비위사실 관련 ▲ 향후 계획 및 조치 ▲ 참고사항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점검1팀에서 내사를 벌인 '남 의원 외압행사 의혹'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남경필 의원의 처 A씨가 동업자인 B씨와 보석점을 같이 운영했다. 그런데 A씨가 경영권을 장악한 뒤 B씨를 쫓아낸 데 이어 업무상 횡령 등으로 B씨를 형사고소했다. 이에 B씨도 A씨를 강남경찰서에 맞고소했다. 그런데 남 의원이 서울지방경찰청 감찰반과 이택순 경찰청장에게 진정하거나 외압을 행사해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고 사건 담당자를 교체시켰다.'

이 문건에 따르면, 주간지의 한 기자가 A씨와 B씨의 형사고소사건을 취재했는데 P그룹의 임원이 취재중단을 조건으로 1억 원 상당의 광고를 제의했다. 이 문건은 "P그룹 회장이 남 의원의 후원자이며 막역한 사이"라고 밝혔다. 남 의원이 P그룹 회장을 동원해 언론의 취재를 막으려고 했다는 뉘앙스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점검1팀은 남경필 의원의 외압행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 의원 부인의 비위사실을 캐려 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자 비위사실 관련' 항목에서 "(남 의원의 처인) A씨가 보석유통법인인 R사를 바지사장인 오아무개씨에게 3억7000만 원에 처분했다"며 "이면계약서를 보면 '오씨는 남○○에게 금 20억을 보장한다'는 취지의 별도 문건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보석유통법인인 R사를 3억7000만 원에 싸게 처분하는 대신에 A씨의 남편인 남 의원에게 20억 원을 준다는 이면계약서를 썼다는 내용이다. 점검1팀도 이면계약금액인 '20억 원'이 실제 남 의원에게 건너갔는지 여부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점검1팀은 내사를 통해 '보석 밀반입'이라는 A씨의 또다른 비위사실을 보고했다. 문건에는 이렇게 적시돼 있다.

○05. 6,9,12월 A씨가 홍콩 보석점에서 가공된 완제품의 수십점(시가미상)의 보석을 구입하여 남00의 신분을 이용, 세관의 신고없이 보석을 밀반입.
※남00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일반 게이트가 아닌 VIP게이트로 입국하면서 소지 물품을 세관 검사 없이 통관(당시 구입한 보석목록 확보함).

A씨가 남편의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홍콩으로부터 수십 점의 보석을 밀반입했다는 것이다. 이 문건에 따르면, A씨의 보석 밀반입 의혹은 국정원이 한 통신사와 공조해 내사했지만, 이를 알게 된 남 의원이 국정원의 담당자를 좌천시켰다고 한다. 

'민정2, 국정원, 대검정보분석팀에서 남○○ 내사' 

지난 2008년 10월 6일 작성된 '오늘의 할 일' 문건 중 일부.
 지난 2008년 10월 6일 작성된 '오늘의 할 일' 문건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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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1팀은 '향후 계획 및 조치' 항목에서 ▲ 20억 원 보장각서의 존재 여부 확인 ▲ 보장각서를 써준 오아무개씨 상대 내사 ▲ 남 의원과 A씨 홍콩 출입국 사실 확인 ▲ 보석목록 세관 정상통관 여부 확인 등을 적시했다.

특히 '참고사항' 항목에는 "민정2, 국정원, 대검정보분석팀에서 남○○ 내사 관련"이라고 적었다. 이는 20억 원 보장, 부인의 보석 밀반입 지원 등 남 의원과 관련된 의혹들을 청와대 민정2비서관실과 국정원, 대검 정보분석팀에서 '내사'를 벌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와대와 지원관실뿐만 아니라 검찰과 국정원까지 남 의원 부부와 관련된 의혹을 은밀하게 조사한 것이다.

이 문건이 작성된 이후인 2008년 10월 6일 작성된 '오늘 할 일'이라는 문건에도 남 의원 내사건이 등장한다. 이 문건에는 좀 더 진전된 계획이 적혀 있어 지원관실이 얼마나 치밀하게 남 의원을 사찰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제목
○남00 내사 관련
□업무내용
- 보석밀수 입증자료 확보 등
□ 업무방법론
-  밀수 유통경로 및 판매처 추적
- 구매자 추적 등

이 문건의 작성자는 김화기(경정) 전 점검1팀 조사관이다. 김 전 조사관은 지원관실의 창립 멤버로 지난 2010년 민간인 사찰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 3월 28일 검찰에 소환돼 민간인 사찰 등에 관해 조사받았다. 

김 전 조사관은 최근 일부 언론에 "최근 민주통합당이 노골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다 해줄 테니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해) 폭로를 하자'고 접근했었다"며 "장진수 전 주무관도 매수된 게 틀림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남경필 의원 "사찰 통해 자기 기득권 유지하려고 한 것"

남 의원은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상대방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보고서를 쓴 것 같다"며 "(권력을) 비판했다고 가족들까지 괴롭힌 것은 심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그동안) 이런 사찰이 정권 차원이 아니라 영포라인이라는 사적인 네트워크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사람(영포라인)이 곳곳에 심어져 있어 저와 정두언․정태근 의원의 뒤를 캐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 의원은 자신을 비롯한 일부 개혁성향 소장파 의원들이 사찰당한 이유와 관련해 "이들은 이렇게 해서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정권의 핵심에 기용됨으로써 자신들의 권력이 약화되는 걸 원치 않았던 것 같다"며 "사찰을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 의원은 "(지원관실은) 사찰하고 (사실이 아닌 것을) 가공하고 나중에는 그것을 축소, 은폐했다"며 "이러한 사찰이 정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특정지역을 매개로 한 일부 사조직에서 한 것인지는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민간인 사찰 의혹, #남경필,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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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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