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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CGV 청담 씨네시티 기아차 브랜드관. 검은색 슈트 차림의 한 남자가 스크린 중앙에 서 있었다. 그는 셔츠와 뿔테 안경도 검은색으로 갖췄다. 그의 차림도 남달랐지만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스크린 한쪽에 걸려있는 흰색 도화지였다. 불빛이 그를 비쳤다.

 

그는 연필을 꺼내들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손과 연필이 하나가 돼 움직였다. 어느덧 하얀 백지위엔 자동차가 채워져 있었다. 바로 럭셔리 세단 K9이다. 범상치 않았던 그가 바로 기아자동차 디자인을 진두지휘하는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이었다.

 

이날 그는 기자들 앞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K9 밑그림(스케치)을 직접 그리면서 꼼꼼하게 설명해줬다. 한국에 부임한 이후 5년 반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보기 힘든 모습이다.

 

슈라이어 부사장이 첫 번째로 스케치한 디자인은 기아차 패밀리룩을 상징하는 호랑이코 모양의 그릴이다. 이어 헤드램프를 거침없이 만들어 갔고 오는 5월 출시예정인 K9(럭셔리 대형 세단)도 그려냈다.

 

그는 "호랑이코 그릴은 기아차 패밀리룩 디자인의 핵심이다. 패밀리룩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이를 감싸는 테두리선, 헤드램프, 브랜드 로고 등을 디자인 요소인 비례와 배치를 통해서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의 모든 소비자들이 차를 처음 보는 순간 그것이 기아차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패밀리룩을 만드는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 낸 작품이 호랑이코 그릴이었다는 것이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단순함은 최대의 정교함"이라고 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을 인용하면서 기아차 패밀리룩의 시작은 그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디자인 정체성 '직선의 단순함' 완성됐다

 

그는 대형 럭세리 세단 K9에 대해서도 강한 애착을 보였다. "직선의 단순함에서 시작된 기아차 디자인의 정체성은 완성됐다"면서 "좀 더 정밀하면서 독특하게 그리고 럭셔리함을 추구해 나가는데 집중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9이 그 첫 번째 '디자인 기아' 완성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K9은 후륜구동방식을 적용해 트렁크 길이가 후드 보다 짧아 쿠페 같은 세단 느낌을 준다"면서 "표면처리 등을 매끈하게 구현했고, 윈도우 프레임 등을 도입해 세밀함을 강조했다"고 K9 디자인 특징을 직접 그리면서 상세한 설명을 더했다.

 

디자이너로서 확고한 자신의 생각도 털어놨다.

 

K9 디자인이 BMW 7시리즈와 비슷하다는 물음에 대해서는 "대형 럭셔리 세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디자인적 감각이 갖춰져야 한다"면서 "K9에서 BMW 7시리즈의 느낌이 들어있다면 오히려 칭찬으로 여기겠다"고 답했다.

 

기아차 디자인의 성공 요인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과거 근무했던 유럽회사들은 오랜 역사를 지녔기 때문에 시스템이 매우 경직돼 있다"면서 "기아차에서는 자유를 많이 부여 받아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아차 브랜드 로고(엠블럼)을 교체할 계획과 관련해서는 "기아라는 이름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맘에 든다. 엠블럼을 교체할 필요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정영창 기자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 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닝>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피터 슈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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