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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우려했던 걱정들은 이미 현실이 되어버렸다. 스마트폰이 '손 안의 컴퓨터'로 진화되는 본격적인 시대가 오는가 싶더니, 이제는 정말로 스마트폰과 혼연일체가 됐다. 어떠한 문명의 이기도 감히 이 수준의 완벽한 '일심동체'는 꿈꾸지 못했으리라.

언제부터인가 엄마의 스마트폰 어플 폴더가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이제는 초딩용(?) 어플 아이콘들이 더 많아졌다. 아직은 초등학생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기에는 다소 위험성이 있어서 미뤄왔건만, 초등학생인 둘째 아들은 엄마의 눈을 피해 이미 폰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나마 은근슬쩍 틈나는 대로 엄마의 스마트폰을 활용하며 노는 둘째와는 달리, 큰아들은 그놈의 하찮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하더니 우려했던 대로 새로운 걱정거리가 하나 생기고 말았으니, 역시 문제는 그 스마트폰이었다.

"나 카톡 못해서 애들한테 무지 소외당한단 말이야. 우리반 38명 중에 스마트폰 없는 애들이 꼴랑 3명인데 그중의 한 명이 나라는 것이 말이 돼? 나 정말 스마트폰 없으면 이 스마트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 아, 다시 생각해도 쪽팔리네. 엄마 제발 소원이야. 아…, 눈물 좀 닦을게요."

아들이 스마트폰을 써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

Mnet <슈퍼스타K3> TOP4 5번째 <심사위원 명곡 미션>을 방청하던 한 관객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있다.
 Mnet <슈퍼스타K3> TOP4 5번째 <심사위원 명곡 미션>을 방청하던 한 관객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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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스마트폰 요구가 그저 평범한 중학생의 신세한탄에 불과하다고 항변하지만, 그 썩을 놈의 스마트폰 때문에 우리 집은 요즘 전쟁이 따로 없고 집안이 매일 뒤집어진다.

아무튼, 아들은 스마트폰을 고집해야 하는 나름 이유가 있다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니 가관이다.

[#1] 친구들이 하굣길에 "얘들아~ 이따 우리 카톡으로 만나자" 이랬단다. 그래서 아들은  "그럼, 나는…?"이라고 했더니 "아, 맞다! 넌 카톡 못하니깐 우리가 문자로 알려줄게, 기다려…" 그랬단다. 특히, 더 기분 나쁜 건 얼마 전 실장선거에 압승한 짝꿍이 스마트폰으로 갈아 탄 이후, 더욱 심하게 아들을 농락하는 느낌이라나?

[#2] 밤에 친구들과 놀다가 서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아들은 "응, 알았어~" 하고는 폰카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는데, 일반폰이라 화질은 물론이거니와 별다른 기능도 없고 플래시도 없어 화질이 엉망이었다. 친구들이 사진을 보더니 하는 말.

"아 됐고, 그냥 우리 스마트폰으로 찍어야겠다."

[#3] 친구들과 몰려 간 패스트푸드점 계산대에서 주문을 한 후 실수로 휴대폰을 두고 자리에 앉았는데 알바 누나가 급하게 "얘들아? 이 × 같은 골동품은 누구 것임?"이라고 하자 도저히 얼굴을 들 수 없어서 그냥 도망쳤단다. 결국은 아빠가 대신 찾으러 갔다.

[#4] 주일날 교회 공과시간에 아들은 문자를 하고 있었다. 그걸 본 교회 선생님이 "거기 누가 공과시간에 문자 하냐? 폰 같지도 않은 걸 내놓고 뭐하는 거니?"라고 하자 다른 친구가 "아, 선생님…, 그래도 자존심이 있는데 2G폰 너무 무시하지마요~"라고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선생님의 대답.

"선생님이 2G폰 가지고 다닐 때는 쪽팔려서 함부로 내놓고 다니지도 못했어."

[#5]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으로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어플 이용 중 상대방의 "카톡 하니? 카톡 하니?"라는 질문에 '나, 스마트폰 아니야'라고 대답해야 하는데…, '이거 다른 사람 폰이야~'라고 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그 사람의 대화를 씹어야 한 아픈 기억이 있었단다.

"어느 정도 아우라가 있는 폰이라면 그냥 참을 수 있겠어요. 하…, 차라리 터치폰이라면 스마트폰인 척이라도 하겠어. 폴더폰인데다 이름도 없는 ×폰 중에서도 상×폰이야. 요즘 폴더폰 진짜 얼마나 보기 힘든데…. 카톡 출현 이후 무시가 더 심해진 것 같아서 서럽단 말이에요. 폴더폰 열고 문자 칠 때, 뚝딱뚝딱 자판 치는 촌스러운 소리 정말 창피해요. 후우~."

"뚝딱뚝딱, 폴더폰으로 자판 치는 소리 쪽팔려"

내 휴대폰
 내 휴대폰
ⓒ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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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스마트폰이 없으니 아주 '왕따 중의 상왕따'라는 것이다. 작년까지는 노O페이스, O멜 없으면 왕따 당한다고 한바탕 난리를 치더니 이번엔 스마트폰에 귀신이 붙었나 보다. 하지만 아들이 말하는 대표적인 '무시당한 케이스'를 듣고 보니 어느 정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친구들 볼까봐 폰 꺼내기도 창피하고, 들고 다니며 전화는커녕 문자도 제대로 못하는 심정 오죽하겠는가?
그렇다. 중학생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아야 할 당연한(?) 이유는 결코 없다. 단지, 스마트폰이 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유혹의 요인들이 다분하기 때문이 아닌가? 보통 아이들은 자기 통제력이 부족해 폰 사용이 잘 절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너희들 스마트폰으로 인강을 듣기를 하니, 공부를 하니? 어차피 그런 것도 아니면서 아빠도 안 바꾸는 스마트폰을 너 하나 좋자고 폼 잡으려고 바꾼다는 게 말이 돼? 스마트폰이 무슨 대수라고…. 어딜 가나 중고생들 틈만 나면 하루 종일 폰만 만지작대며 고개 처박고 있는 거 정말 보기 흉해"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너무 매몰찬 것 같아 못하겠다. 세상에 재밌고 편리한 물건들이 넘쳐나서 그걸 갖고 싶은 마음은 어른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아, 중학생 아들의 '스마트폰과의 전쟁'의 끝은 어디이며, 이 전쟁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임이나 인터넷 등 부모가 통제할 건 단호히 해야 하는데, 스마트폰도 그렇지 않을까?

작년 초까지만 해도 대리점에서도 애들은 인터넷 사용 때문에 스마트폰을 사주지 말라고 하더니 이젠 일반폰이 잘 안 나오고 혜택도 없으니 스마트폰을 권하는 추세다. 정말 또래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이 없으면 왕따인가? 과연 대세에 따라 웬만한 LED-TV 한 대 값에 육박하는 스마트폰을 중학생에게 허락해도 되는 것인가? 눈물을 머금고 사줬는데 예상했던대로 폰을 손에서 안 내려놓고 매일 게임이라면, 정말 앞이 캄캄하다.

성인이 될 때까진 일반폰만 가입하도록 법으로 '딱~!' 정해주면 좋겠다. 아, 이럴 때 '애정남'이 좀 도와줘요~!


태그:#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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