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학교는 주6일수업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주5일수업제' 업무 담당 교사입니다. '주5일수업제'업무는 교과부가 올해부터 주5일수업 전면 실시를 발표하면서 작년에는 없던 새로 생긴 업무입니다. '주5일수업제' 이후 전국의 학교는 오히려 주6일제수업이 실시되었던 옛날로 돌아갔을 정도입니다.

특히 '주5일수업제'를 전면 실시를 한다고 하면서 교과부는 교과부 차원의 '주5일수업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모든 책임은 학교로 떠넘기면서, 대신 토요일 프로그램 확대 실시 지침을 학교현장에 내렸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토요일 방과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불법이라고 감사대상이라고 하더니, 올해는 반대로 토요일에 온갖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을 강제하다시피하고 있습니다.

학교별 토요프로그램 일반 운영현황
▲ 교과부가 토요일마다 보고하게 하는 서식 1 학교별 토요프로그램 일반 운영현황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그러다보니 학교는 토요일 프로그램을 준비하는데 바빠서 외려 평일 수업 준비에 전념할 시간을 뺏길 정도입니다. 이러다보니 주5일 수업을 월 2회 실시한 작년까지는 2,4주째 토요일을 토요휴업일로 잡아서 아이들과 교사 모두 학교에 나오지 않았는데, 올해는 작년에 멀쩡히 휴업하던 2,4주째 토요일까지도 아이들과 교사가 나오는 학교가 많습니다.

학습노동과 업무노동 강도가 세졌습니다

결국 학교는 주6일 수업을 하던 옛날로 돌아간 것입니다. 아니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 토요일에 했던 수업을 평일에 몰아서 빡빡하게 하고, 토요일에는 또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해야하니 학생들에게는 학습노동이 증가되고, 교사들에게는 그만큼의 업무노동 강도가 더 커졌습니다.

토요프로그램 운영 및 지역사회기관 연계 여부 현황
▲ 교과부가 토요일마다 보고하게 하는 서식2 토요프로그램 운영 및 지역사회기관 연계 여부 현황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없던 '주5일수업제' 업무가 새로 생기고 하라는 것 많지, 보고하라는 것 많지, 학교 계획세우랴 학교 자체프로그램 만들랴 새학년이 시작되기 전부터 업무담당교사는 쉴 틈이 없었습니다. 새로 휴일이 된 토요일에도 남들처럼 편히 쉬지 못합니다.

그리고 교과부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토요일 프로그램 상황을 토요일마다 보고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학교 주 5일제 업무 담당자로서 토요일마다 10시가 되면 어김없이 토요일 프로그램 진행 현황을 교육청 담당 장학사한테 보고해야 합니다.

여전히 지시공문과 실적보고로 학교 점검...구태의연한 교과부

저는 그동안 우리나라 학교현장을 황폐화하게 한 원인이 바로 상급기관에서 공문을 내려 보낸 뒤 그에 따른 실적을 보고하라고 하는 것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실적보고는 그동안 교육청과 교과부가 책상 머리에 앉아서 편하게 학교를 점검하고 평가하고 옥죄는 방법이었습니다. 교과부는 창의, 인성을 부르짖고 있지만, 여전히 일하는 방식은 오래된 옛날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창의, 인성에 스스로 역행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토요일마다 보고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따져보면 교과부가 얼마나 어이없는 짓을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더 잘 알 수가 있습니다. 제가 토요일마다 보고하는 서식은 모두 세 개의 시트로 되어있는데 두 개의 시트인 각 학교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 운영 현황까지는 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 추가된 세 번째 시트, '지역사회기관 개설 토요프로그램 연계 운영 여부' 조사 보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왜 보고를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조사하는 항목을 보면, '운영기관, 프로그램명, 운영기간, 참여대상, 월부담액, 참여인원, 연계여부, 운영기관 담당자(연락처)'를 쓰게 되어있고 비고란에는 '셔틀버스를 제공하는지, 식사를 제공하는지까지 상세한 내용을 조사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역사회기관 개설 토요프로그램 연계 운영 여부'인데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박물관, 도서관, 복지관, 스포츠센터, 유적지 체험 등 다양한 지역사회 체험활동에 참여한 실적 모두 포함하고, 가족들과 지유활동을 한 학생들도 지역사회(시설, 공원, 유적지 등)에서 활동하였다면 지역사회 연계 참여학생수로 통계잡아서 전교생 대상으로 전수조사 결과를 수합해 달라고 합니다.
▲ 교과부가 토요일마다 보고하게 하는 서식3 '지역사회기관 개설 토요프로그램 연계 운영 여부'인데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박물관, 도서관, 복지관, 스포츠센터, 유적지 체험 등 다양한 지역사회 체험활동에 참여한 실적 모두 포함하고, 가족들과 지유활동을 한 학생들도 지역사회(시설, 공원, 유적지 등)에서 활동하였다면 지역사회 연계 참여학생수로 통계잡아서 전교생 대상으로 전수조사 결과를 수합해 달라고 합니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자, 이 내용을 조사하려고 하면 학급 담임 선생님들한테 부탁을 해서 전 학급에서 조사를 해야합니다. 그런데 학급 담임한테 부탁하면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요? 담임들이 아이들에게 조사를 한들 아이들이 과연 '운영기관, 프로그램명, 운영기간, 참여대상, 월부담액, 참여인원, 연계여부, 운영기관 담당자(연락처)' 여덟 가지 항목을 잘 알고 있을까요?

아이들이 이 모든 것을 기억할 수도 없지만, 기억을 하고 있다해도 이 내용을 전체 아이들한테 다 조사하려면 조사하는 시간이 얼마나 많이 걸릴지 교과부는 생각해 봤을까요? 제가 보기에 학급에 몇 명만 있다해도 조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입니다. 또 학급에서 조사한 내용을 학년에서 통계내야하고, 학년 통계를 모아서 학교 통계를 내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문제는 주마다 이런 내용을 시간을 투자해서 조사해서 그 만큼 교육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이런 조사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얻는 것이 적은 것도 있지만,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토요일을 잘 보내는 방법이 각종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체험학습에 참여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하면 토요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어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참가할 수 없는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까지 교육은 잘 살펴서 해야 합니다. 

업무 담당자인 저는 이 보고 서식을 보면서 이것을 왜 일주일에 한번씩 학교에서 조사해서 보고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고, 그냥 하게되면 선생님들한테 돌아갈 업무도 걱정이 되어서 지금까지 조사도 하지 않았고 보고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교육청에서 연락이 왔는데, 교과부의 요청이라고 월요일까지 전교생을 '전수조사'해서 보내랍니다. 교과부는 '전수조사'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학교는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아니 할 필요가 없습니다.

토요일마다 운영현황 보고, 당장 그만두어야

교과부는 이렇게 학교 현장에서 보고한 것을 통계내어서 시도를 비교하겠지요. 그래서 참여 숫자가 많은 시도는 교과부의 지시에 잘 따르는 착한 시도이고, 참여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시도는 교과부 방침을 역행하는 눈밖에 나는 시도라고 볼 테지요. 이것이 바로 통계의 함정인데 실제로 교과부가 각 시도 교육청 담당장학사한테 전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면 교과부가 참여인원 숫자를 보고하는 까닭을 잘 알 수가 있습니다.

"... 지역사회 프로그램 참여실적이 타시도에 비해 서울실적이 너무 저조(경기, 부산 등 13만명 이상 참여, 서울 6천명)하여 교과부 간곡한 협조요청입니다..."

교과부는 지금이라도 의미도 없고, 말도 안되는 '학교별 토요프로그램 운영현황'을 토요일마다 보고 하게 하는 것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또, 등교일수를 줄여서 여가를 확보하는 의미에서 시작한 주5일제수업을 오히려 토요일 프로그램을 운영을 부추기거나 강요하다시피하는 주6일수업으로 돌아간 주5일수업제 방향을 지금이라도 전면 수정해야 합니다.

주5일수업제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은 지역과 학교 형편에 따라 다릅니다. 그러나 교과부는 지역과 학교 형편을 무시하고 오직 토요일에도 아이들과 교사가 학교에 나오게 하는 방법으로 고집하고 있습니다.

오직 한 가지 방향으로 공문을 내려서 지시하고 보고 공문으로 지도하고 점검하지 말고, 학교 형편에 따라 자율적으로 주5일수업제의 근본 취지를 가장 살릴 수 있게 나아가도록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또한 지금이라도 교과부가 대책없이 발표해서 실시하고 있는 '주5일수업제'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들어서, 교육현장에 알맞는 정책을 제대로 세워서 펼쳐나가야 합니다. 지금 이 방법은 아닙니다.

'주5일수업제'를 맞이하여 우리 학교에서 가정에 보낸 여가 생활에 대한 안내 
    
 .  학부모가 가장 좋은 교사
  - 아이들은 책보다 주변에서 늘 보고 듣고 경험한 것에서 가장 많이 배우고 익힙니다. 아이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많은 학부모님이 아이들의 삶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는 교사이십니다. 건강한 생활인의 모범을 보여 주시고, 어린이가 건강하고 알찬 여가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십시오. 특히 아이들과 대화 시간을 많이 가져주십시오. '주5일수업제'에서는 학부모의 교사      역할 책임이 그만큼 늘어난 셈입니다.

. 여가 생활에 대한 오해와 이해
  - 돈을 많이 써서 멀리 여행이나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만이 여가 생활을 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집안에서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건강한 생활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여가 생활입니다. 새로 얻은 여가 시간에 돈을 써서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 전에 먼저, 가정에서 어린이가 생활인으로서 해야 할 청소, 빨래, 요리, 바느질, 화분 가꾸기, 동물 키우기, 텃밭 가꾸기, 쓰레기 버리기, 시장에서 물건 사기 같은 일을 스스로 잘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십시오.
- 운동할 시간과 놀 시간, 잠잘 시간을 충분히 마련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가정에서 책읽기, 부족한 공부하기를 생활화하게 해주십시오.
- 아이와 함께 이웃에서 할 수 있는 봉사 활동에 참여해 주십시오.
- 텔레비전과 컴퓨터는 가급적 멀리하도록 해 주십시오.
- 아이들에게 필요이상의 큰돈을 주지 않는 것이 좋고, 용돈을 줄 때도 반드시 어떻게 쓰는 지 확인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아이들끼리만 모둠을 지어서 다닐 때는 여럿이 몰려다니지 않도록 지도해 주시고, 아이들이 계획하는 단계부터 결과까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 내 아이가 아닌 온 세상의 아이로
- 내 집 아이뿐만 아니라, 주변에 부모님이 돌보지 못하는 이웃 아이도 내 아이와 함께 돌봐 주시기 바랍니다.
- 몇 가정이 한 그룹이 되어서 부모들이 한 분씩 서로 돌아가며 아이들을 돌봐주는 '품앗이 돌봄'을 적극 권장해 드립니다.

 .우리 지역에 있는 자연과 문화시설 활용
- 꼭 멀리 가지 않고, 상업적인 공간이 아니더라도 우리 지역에 있는 다양한 문화공간과 훌륭한 자연환경을 적극 활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지역에 아이들과 늘 함께 하면 좋은 문화공간과 자연환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

. 토요일 각종 프로그램을 살펴볼 수 있는 곳 안내
  - 본교 홈페이지 '소통하고 협력하는 학교' 메뉴 -> '주5일수업제' (로그인)
                   '알림마당' 메뉴 -> '체험학습안내'
  - 강동교육지원청 홈페이지 : '학생․학부모' 메뉴 -> '주5일수업제'
  - 서울시교육청 '주5일수업제' 안내 : 본교 홈페이지 아래 '주5일수업제' 배너
  - 강동구청 홈페이지 : '생활과 문화' 메뉴 ->  'happy 토요체험', '강동문화포털', '자기주도적 학습센터'
  - 서울시 체험․봉사․교육 정보사이트 '유스내비' : 본교 홈페이지 아래 배너



태그:#주5일수업제실시, #교육과학기술부, #토요프로그램현황보고공문, #토요프로그램, #주5일제업무과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