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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감을 이고 가는 여인
 땔감을 이고 가는 여인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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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에 적응하느라 체력은 바닥났고,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카메라에 담아야 했다. 매일같이 되풀이 되는 강행군에 지친 몸을 쉬기 위해 에메랄드 빛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대서양 부수아(Busua) 해변을 찾아가 휴식도 취할 겸 그곳에서 2박을 하기로 했다.

야자나무가 줄을 맞춰 정갈하게 정리 돼 있고, 다양한 꽃들이 피어 눈을 즐겁게 하며 바다가 훤히 바라다 보이는'부수아 비치리조트'에서 머물게 됐다. 이곳에서는 가장 비싼 고급리조트였다.

그동안 소진된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침대에 눕자마자 쉽게 잠이 들었다. 새벽 2시쯤 됐을까. 온몸이 가려워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어 일어났다. 유난히 모기에 약한 나는 모기퇴치에만 급급했지 다른 해충에게 습격을 당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아뿔싸! 이럴 수가. 1960~70년대에나 있었던 일이 벌어졌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벌레, 빈대의 습격을 받은 것이다. 빈대에 물려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마구 긁어 대니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 버렸다. 고급리조트에 빈대가 있다니.

여유가 뭔지 아는 부수아 사람들

부수아비치 모래가 부드럽고 너무 고와 촉감이 참 좋다.
 부수아비치 모래가 부드럽고 너무 고와 촉감이 참 좋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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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들어왔다 밀려가자 모래가 함께 따라 밀려간다.
 파도가 들어왔다 밀려가자 모래가 함께 따라 밀려간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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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아비치에 해무가 얕게 깔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부수아비치에 해무가 얕게 깔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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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잠을 청할 수가 없어 이른 아침 해변을 걷기 위해 카메라를 챙겨 나가자 상쾌한 바람이 파도를 타고 불어온다. 기온 차로 야자나무 사이로 해무가 얇게 깔리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청소를 하고 아이를 업고, 머리에는 뭔가를 이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어가는 여인도 있다. 저만치 해무 사이로 사라져 가는 여인의 모습이 아스라이 사라질 때까지 셔터를 누른다.

파도가 밀려 들어와 빠져나가기를 여러 차례. 여지없이 밀려 나가는 파도의 힘찬 물살에 대책 없이 맡긴 고운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며 꿈틀꿈틀 아우성친다. 부드러운 촉감이 참 좋아 다시 파도가 밀려오기를 기다리며 해변을 걷는다.

멋진 일출을 기대 했지만 얕은 구름이 바다 위를 가리고 있다. 해가 살짝 구름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서서히 날이 밝아오자 사람들이 하나둘 바닷가를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해가 나오면 아침부터 더위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데리고 모래 위를 걷는 젊은 부부가 파도를 피해 아이를 양손으로 나누어 부여잡고 그네를 띄운다. 가나 시내를 다닐 때마다 봤던 도로 위 상인들의 모습과는 달랐다. 이곳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휴양지이기 때문인지 사람들의 모습에서 여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부수아비치에 해가 떠 오른다.
 부수아비치에 해가 떠 오른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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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잡은 바닷가재의 맛에 매료되다

야자나무 그늘아래 자리를 잡고 앉자 바닷바람이 한 차례 지나가자 더위를 식혀준다. 밤새 잠을 설친 탓에 잠이 솔솔 오기 시작한다. 멀리 바다 가운데에 열심히 수영을 해 들어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내 그물망을 끌고 나오는데 뭔가 묵직해 보인다.

궁금해 하던 지인이 현지인과 그곳까지 가보겠다고 한다. 한참이 지나서야 돌아 왔는데 큼지막한 바닷가재를 사가지고 왔다. 미리 잡아 그물망에 넣어 바다 가운데에 보관해 뒀다가 헤엄 쳐 들어가 건져 팔고 있었다고. 이른바 '바다 수족관'인 셈이다.

바닷가재를 끌어 올리고 있는 가나인
 바닷가재를 끌어 올리고 있는 가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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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재를 회로 먹기 위해  껍질을 벗기고 있다.
 바닷가재를 회로 먹기 위해 껍질을 벗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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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재의 오동통한 살이 일품이었다.
 바닷가재의 오동통한 살이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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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았던 살아 있는 바닷가재. 몇 마리는 즉석에서 회로 만들어 먹고, 회를 먹지 못하는 나를 위해서 나머지는 삶아서 먹었다. 오동통하게 살이 꽉 차 그 맛이 환상적이었다. 해변 근처에 작은 마을이 있는데 물고기를 잡아서 팔기도 한단다.

이 마을 사람들이 가끔 생선이나 가재를 들고 다니며 여행 온 사람들에게 팔곤 하는데 흥정을 잘 해야 한다. 건너편에 있던 외국인은 우리보다 두 배의 가격을 주고 바닷가재를 사먹었다. 우리는 현지인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보다 절반 가격에 먹을 수 있었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해변을 지나가는 여인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해변을 지나가는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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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속으로 사라져 가는 아기를 업은 여인
 해무속으로 사라져 가는 아기를 업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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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외국인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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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만감을 느끼자 밤새 잠을 잘 이루지 못했던 탓에 이내 스르르 잠이 몰려온다. 졸린 눈을 부비며 의자에 앉아 있는데 모래사장을 한껏 멋을 부린 여인들이 지나간다. 드문 풍경이기에 뭐하는 여인들인가 물어봤더니 장례식에 가는 여인들이라고 한다. 이곳은 사람이 죽게 되면 주로 토요일에 장례식을 치르다고 한다. 멀리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여 장례를 치르기 때문. 이때는 가장 깨끗하고 좋은 옷을 입고 장례식에 참석한다고 한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간간히 잔잔하게 파도를 치고 그 사이로 땔감을 이고 가는 사람, 노를 저어 물고기 잡아 마을로 돌아오는 사람, 생선을 들고 와 흥정을 하는 사람, 이내 다른 풍경들이 겹쳐지며 아른아른 시야에 들어온다.

덧붙이는 글 | 아프리카 여행은 지난 2월 13일부터 3월 2일까지 18박 19일로 다녀왔습니다.



태그:#부수아비치, #바닷가재, #해무, #부수아비치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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