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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차, 기륭, 재능, 철거민 등 해고 노동자와 비정규직들의  '임을 위한 해인곡'을  따라 보르는 사람들.
▲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는 사람들 쌀차, 기륭, 재능, 철거민 등 해고 노동자와 비정규직들의 '임을 위한 해인곡'을 따라 보르는 사람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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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일 오후 5시 백기완 선생의 팔순 축하잔치 '노나메기 한마당'이 열린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은 이름과 얼굴만으로 알 수 있는 명사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잔치는 결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거리에서 마주쳐 눈인사를 나누던 이들, 함께 촛불을 들던 이들, 함께 희망버스를 탔고 함께 희망텐트에서 밤을 지새우던 이들. 이른바 이름도 빛도 없이 민중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 바로 그들이 주인공인 자리였다.

마치 서울시청광장 문화마당을 세종홀로 옮겨 놓은 듯 구성원과 잔치 형태가 닮아 있다. 민중들에 의한, 민중들을 위한, 민중들의 잔치였다

'노나메기는 민중들의 투쟁과 삶의 에너지를 채우는 거점 기지가 되고자 한다'던 말을 증명하듯, 노나메기 한마당의 정신을 그대로 살린 잔치마당은 우리 시대 민중의 지표 백기완 선생님의 여든 생신을 빌어 해고노동자. 비정규직. 장애인, 99% 이 땅의 진짜 주인들인 민중들을 위로하기 위한 잔치마당이 되었다.

백기완 선생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백기완 선생님 백기완 선생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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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민중들 앞에서 민중들을 웃고 울리며 새로운 삶의 투혼을 불사르게 하던 선생이 이번에는 후배들이 준비한 문화행사를 보며 웃고 울었다. 몸짓패 '선언'의 힘찬 몸동작에 박수를 치며 기뻐하던 선생은 철거민들과 쌍차, 기륭, 재능, 현대차 해고노동자들이 <흔들리지 않게>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자 주먹을 불끈 쥐고 노래를 따라부르신다.

마침내 목발을 짚은 송경동 시인이 무대 위에 서 <이어차 쳐라쳐라>는 시를 낭송하자 더 이상 흘릴 눈물조차 남아 있지 않다던 선생은 연신 수건으로 눈물을 훔쳐낸다. 백전노장의 눈물을 보던 이들은 가슴이 먹먹해져 애써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편지글을 송경동 시인은  헌시를 낭송했다.
▲ 김진숙 지도위원과 송경동 시인 김진숙 지도위원은 편지글을 송경동 시인은 헌시를 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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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 시인이 형상화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일서는 민중들의 뚤매(부활) 정신이 선생의 몸속에 흐르는 투혼의 가락을 끌어내 공명 줄을 울린 것이다. 선생은 선생을 수식하는 수많은 명칭 중에 혁명가도 투사도 아닌, 예술의 깊은 경지 중 초입에 입문한 시인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선생은 타고난 시인이요, 예술적 영감이 풍부한 분이다. 만일 선생이 평화로운 시대를 살았다면 분명 문학의 높은 봉우리에 우뚝 서 많은 문화예술인의 흠모와 질시를 동시에 받지 않았을까. 사실 선생은 이미 서너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다. 그러나 이 시대는 선생의 <임을 위한 행진곡>과 선생의 투사적 이미지만을 기억하게 만든다.

최고의 춤꾼으로 불리는 이애주  교수가 '비나리'를 펼치고  있다.
▲ 이애주 교수의 '비나리' 최고의 춤꾼으로 불리는 이애주 교수가 '비나리'를 펼치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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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소리꾼 임진택의 <백범 김구> 중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는 선생이 평생 독재 권력, 독점 자본과 맞서 싸우며 만들고자 했던 나라와 다르지 않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 시대 최고의 춤꾼 이애주 교수의 춤 '비나리'는 질곡의 시대를 넘어오면서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민중들의 삶, 자기 안의 장단을 따라 일어서고 다시 일어서는 뚤매(부활) 정신을 잘 형상화해 사람들의 가슴에 잠들었던 삶의 투지와 투혼이 불끈불끈 일어서게 만든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편지글이 낭독되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큰절을 올리자 또 다시 가슴이 뭉클하며 뜨거운 것이 목젖으로 치밀어 오른다.

백기완 선생님의 함성
▲ 백기완 선생님 백기완 선생님의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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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청년이며 실천가인 백전노장 백기완 선생은 지금도 마이크를 잡으면 세월이 저만큼 비켜선다. 선생의 질타와 포효는 서슬 퍼런 독재 시대에 호랑이의 포효와  조금도 다르지 않아 선생의 여든 해 생신이 실감나지 않는다.

군사 독재 시대를 두루 거치며 민족운동 통일운동을 해온 재야의 함성이며 거리의 투사. 영원한 청년 백기완 선생. 시인 윤동주는 <서시>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노래했지만 백기완 선생은 자신의 삶을 '하늘도 거울로 삼는 쪽빛처럼'이라는 절묘한 절창 한 구절로 응축해냈다.

김영훈 위원장이 백기완 선생님께 큰절을 올리고 있다.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김영훈 위원장이 백기완 선생님께 큰절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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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들은 거리에 투사로 설 때마다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투혼을 불사르듯 삶의 순간순간마다 선생의 '하늘도 거울로 삼는 쪽빛 삶' 앞에 자기를 삶을 비춰보면서 자기 반성과 함께 부끄러움을 곱씹을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든 생의 투혼 이 땅의 민중들과 함께 울고 웃던 선생의 눈에 다시는 시대의 아픔으로 눈물 흐르는 일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인사 대신 큰절을 올려도, 시인이 시를 낭송해도 울지 않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바로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선생은 인생 삼모작의 시간들을 우공이산의 마음과 황소걸음으로 '민중미학 특강'과 '노나메기 벽돌쌓기'에 쏟아붓는 것이리라.

이어차 쳐라쳐라
- 백기완 선생님 팔순을 맞아
송경동(시인)

당신은 찬 우물이었다
한살매 동안 눈물이 차고 넘쳐
어떤 건 시가 되고
어떤 건 절규가 되었다

당신은 장산곶매이고 솔개였다
자유를 향한 안간힘이고 솟구침이었다
잔잔한 당신을 따라
우리는 바다처럼 한없이 고요해지다가도
숨가쁜 당신을 따라 들녘처럼 내달리고
성난 당신을 따라 산맥처럼 솟구치기도 했다

당신은 모든 끊이지 않는 이야기의 뿌리였다
졸졸졸 물 흐르는 빨래터였고
불 꺼진 산골의 쑥덕쑥덕한 처마였고
시끌벅적 왁자한 장터였고
신바람난 마당판이었고
독재의 감옥이었고
피와 함성이 엉켜붙던 광장이었다

그런 당신과 우리는 오랫동안
역사의 한 몸이었다
하나의 쇳소리
하나의 동지였다
하나의 대열로 어깨 결은
하나의 전선
하나의 간절한 꿈자락이며 눈물이었다

어느덧 달구름(세월)은 흘러, 팔십 해
우리들의 자랑스런 동지여!
그 짜디짠 눈물은 다 흘렸는가
그 설움은 다 씻겼는가
그 분통은 다 태웠는가

당신의 눈에서 나오는 해방의 빛이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쇳소리가
당신의 몸에서 나오는 반역의 몸짓이 그리워
오늘 이 자리를 여니

말해주오
아직 우리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아직 우리들의 저항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고
아직 우리들의 해방의 춤사위는 멈출 때가 아니라고
아직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주오
우리들의 들녘
우리들의 쇳소리여
노나메기 노동자 민중의 새 세상을 향해
아리아리 꽝!
질라라비 훨훨!
이어차 쳐라쳐라!

독점자본 해체
민중해방투쟁 만세!
제국주의 타도
민족해방투쟁 만세!
조국의
자주민주평화통일운동 만세!

덧붙이는 글 | -'노나메기'에 함께하고 싶다면-

▲노나메기 벽돌 300만 장 쌓기
벽돌 한 장 값은 오 천원입니다. 벽돌쌓기는 노나메기 문화의 집 기금으로 모아집니다.

▲노나메기 재단 후원하기
월 1만원 CMS 회원이 되셔서 노나메기 재단의 살림을 후원할 수도 있습니다.

▲민중미학 특강 듣기
기간: 4월 3일~ 6월 12일(매주 화요일 늦은 7시 30분)
어디서 :경향신문 15층 민주노총 교육원

▲ 문화다양성 포럼. 학술회의. 문화 행사에 참여 가능.



태그:#백기완 선생 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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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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