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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초 축제의 꽃은 불놀이입니다. 각 마을에서 12 간지에 따라 그해 짐승을 만들어 지신밟기를 하고 이튿날 밤 불태웁니다. 12 마을이 참가하여 다시 12 기를 불에 태웁니다. 추운 겨울을 끝내고 새 봄을 맞이하는 축제입니다.
 사기초 축제의 꽃은 불놀이입니다. 각 마을에서 12 간지에 따라 그해 짐승을 만들어 지신밟기를 하고 이튿날 밤 불태웁니다. 12 마을이 참가하여 다시 12 기를 불에 태웁니다. 추운 겨울을 끝내고 새 봄을 맞이하는 축제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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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켄(滋賀県)에는 비와코(琵琶湖) 호수라는 큰 호수가 있습니다. 이 호수는 비파형으로 위가 비교적 둥글고 아래가 비좁아 세타가와(瀬田川) 강으로 물이 빠져나갑니다. 둘레가 250 킬로미터가 넘습니다. 호숫물은 오사카, 교토, 고베를 비롯한 간사이 지역 1400만 명 정도가 수돗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비와코 호수를 중심으로 지금은 시가켄이라는 부르지만, 전에는 오우미쿠니(近江国)라고 불렀습니다. 오우미쿠니 당시 중심지는 지금의 오우미하치망시였습니다. 비와코 호수 남쪽에 있는 오츠시(大津市)에서 오우미하치망시까지는 비와코 호수 동쪽에서 북으로 약 40여 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습니다.

오우미하치망시 히무레하치망구우(日牟礼八幡宮) 신사 주변에서는 해마다 양력 3월 15일이 가까운 토요일과 일요일 사기초 축제를 엽니다. 이 축제는 마을 사람들이 한 해의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뜻으로 그해 해당하는 12간지 동물 모양을 만들어서 어깨에 지고 마을을 돌면서 지신밟기를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밤 '다시'라고 하는 12간지 동물을 불에 태웁니다.

  여러 마을에서 만든 용 모양 다시 가운데 용만 모아 보았습니다. 마을마다 용에 자신의 꿈과 희망을 담아서 정성껏 만듭니다. 거의 석달 동안 준비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여러 마을에서 만든 용 모양 다시 가운데 용만 모아 보았습니다. 마을마다 용에 자신의 꿈과 희망을 담아서 정성껏 만듭니다. 거의 석달 동안 준비하면서 만들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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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월 18일과 19일 이틀간 사기초 축제가 열렸습니다. 올해는 용띠 해로 각 마을에서는 용의 뜻과 마을 사람의 기원과 희망을 담아서 용 모양으로 '다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이것을 어깨에 메고 마을을 돌면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싸웠습니다. 

원래 사기초에 참가하는 남자는 여장을 하고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곳 역시 농촌인구 감소를 여자들도 남자들과 같이 참석해서 '다시'를 만들고, '다시'를 어깨에 메고, 술을 마시고 고함을 지릅니다.

사기초 축제는 봄맞이 축제입니다. 이제 길고 추운 겨울도 가고 오는 봄을 맞이하여 더욱 열심히 살고자 하는 마을 사람들의 다짐과 올해도 더 풍요롭고 안전한 마을이 되었으면 하는 기원을 담아서 마을 잔치를 엽니다. 이 잔치에 술이 빠질 수 없고, 서로 이어주는 뜨거운 열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다시 한 기가 지신밟기를 마치고 도리이를 통과하여 신사 앞마당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들어와서 다시를 들고 온갖 놀이를 버립니다. 그리고 다시 받침대를 풀어서 빼내고 불을 붙입니다. 자기 마을 다시가 불에 다 타면 참가자들이 신사 본전에 가서 절을 하고, 무당의 가구라(神?)를 보고 축수를 받습니다
 다시 한 기가 지신밟기를 마치고 도리이를 통과하여 신사 앞마당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들어와서 다시를 들고 온갖 놀이를 버립니다. 그리고 다시 받침대를 풀어서 빼내고 불을 붙입니다. 자기 마을 다시가 불에 다 타면 참가자들이 신사 본전에 가서 절을 하고, 무당의 가구라(神?)를 보고 축수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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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10여 미터의 긴 장대를 엮어서 만든 '다시'를 어깨에 메고 다시 위에 탄 사람의 구령에 맞추어 제자리를 돌기도 하고, 좌로, 우로 돕니다. 이때 사람들은 모두 "맞세! 맞세!"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아마도 이 맞세라는 말은 봄을 맞이하자는 뜻이 아닌가 합니다. 그밖에 사람들은 "야레, 야레!"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다시 한 기를 어깨에 메고 움직이는데 보통 사십 명 정도가 참가합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시가켄이 오우미쿠니 당시 이곳 오우미하치망이 비와코 호수의 중심지였습니다. 이곳에는 지금도 하치망(八幡) 성터가 남아있습니다. 이 성터에는 도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의 조카 도요토미히데츠그(豊臣秀次, 1568~1595)가 세력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곳 시가켄은 쌀과 돈이 많아서 이 지역을 안정적으로 장악해야 정권유지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오우미 지역에 쌀과 돈이 많은 것은 백제문화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백제 멸망 전후 백제 유민들이 이곳 오우미하치망시와 가까운 히노초(日野町) 등 여러 곳에 머물렀습니다. 그들은 이 지역에서 비와코 호수 물과 주변으로 흘러드는 강물을 이용하여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치고 직접 농사를 지어서 세력을 유지했습니다.

  <사진 위> 마을 마다 석 달에 걸쳐서 다시를 준비합니다. 마을에 따라서 건물을 마련한 곳이 있고, 공원에 임시 천막을 치고 준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 아래> 축제에 술이 빠질 수 없습니다. 젊은이들이 병 채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신사 가구라 무대에서 일본 무당이 가구라(神?)를 추고 있습니다.
 <사진 위> 마을 마다 석 달에 걸쳐서 다시를 준비합니다. 마을에 따라서 건물을 마련한 곳이 있고, 공원에 임시 천막을 치고 준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 아래> 축제에 술이 빠질 수 없습니다. 젊은이들이 병 채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신사 가구라 무대에서 일본 무당이 가구라(神?)를 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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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사람들은 복식부기를 사용하여 장사를 하고 주변사람에게 직접 복식부기를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오우미를 중심으로 복식부기를 사용하여 장사하는 사람들을 오우미 상인이라고 불렀습니다.

오우미 상인은 복식부기뿐만 아니라 상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장사가 돈을 위한 것이 아니고, 물건을 거래하는 사람과 사회에 유익을 끼쳐야 한다는 것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철저한 금욕생활, 박리다매, 예의범절, 근검절약, 열린 경영, 정치 참여 배제 등을 몸에 익히고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오우미(近江) 상인은 다시 오우미 지역에 따라서 다카시마(高島) 상인, 하치망(八幡) 상인, 히노(日野) 상인, 고토(湖東) 상인 등 여러 이름으로 나뉘기도 하지만 크게 오우미 상인으로 부릅니다. 오우미 상인의 자금은 나중에 은행들을 설립하여 일본 근대화의 종잣돈이 되었으며 지금도 일본에 남아있는 다카시마야 백화점, 세이부 백화점 계열회사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이곳 오우미 상인 후손 회사들입니다.  
         
사기초가 열리는 오우미하치망 시가지를 걷다 보면 마을이 바둑판식으로 잘 나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1585년~1590년 사이 하치망 성 아랫마을로 일부러 계획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치망 성터(해발 283) 동남쪽에 히무레하치만구우 신사가 있고 운하 건넛마을이 펼쳐집니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거리 장터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모아보았습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코노미야키, 터키식 케밥, 다코야키, 야키소바입니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거리 장터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모아보았습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코노미야키, 터키식 케밥, 다코야키, 야키소바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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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자 앞과 마을에는 비와코 호수와 연결된 인공운하가 있습니다. 이 운하는 깊이 1.4 미터, 넓이 11~18미터, 길이 6킬로미터로 인공운하입니다. 이 운하는 비와코와 마을 사이에 물자를 운반하던 것입니다. 지금은 관광객을 태우고 다닙니다. 사기초 축제 때 동물 모양의 '다시'를 만들 때 화학 재료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자연물을 이용하여 만듭니다. 이것 역시 불에 태울 때 공해를 줄이기 위해서 예로부터 사용되던 방식이라고 합니다.

오우미하치망 12개 마을이 모여서 축제를 하는 데는 많은 경비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축제가 아닙니다. 마을 사람들은 한해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축제에 참가하기를 희망합니다. 이것 역시 흥성거렸을 옛 영화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우미하치망시와 한국 밀양시는 1994년 자매관계를 맺고 교류를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오우미하치망시는 조선통신사가 묵고 가던 여관이 있던 곳입니다. 가을철 한국 풍물패를 불러서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연하는 축제를 열기도 합니다. 그 밖에 오우미하치망시에 있는 여러 학교에서는 일찍부터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사 앞 집 정원에 철 늦은 매화가 피었습니다. 밤쿠헴이라고 하는 독일식 케잌입니다. 신사 앞에 클럽 하리에라고 하는 과자 공장에서 만듭니다. 이곳이 본점으로 전국 33 곳에 지점이 있습니다. 시가켄 특산 빨간 구약나물(곤약)입니다. 곤약을 만들 때 이삼산화철을 넣어서 붉게 만든다고 합니다. 신사와 마을 사이를 흐르는 운하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사 앞 집 정원에 철 늦은 매화가 피었습니다. 밤쿠헴이라고 하는 독일식 케잌입니다. 신사 앞에 클럽 하리에라고 하는 과자 공장에서 만듭니다. 이곳이 본점으로 전국 33 곳에 지점이 있습니다. 시가켄 특산 빨간 구약나물(곤약)입니다. 곤약을 만들 때 이삼산화철을 넣어서 붉게 만든다고 합니다. 신사와 마을 사이를 흐르는 운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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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小倉榮一郎,『近江商人の理念―近江商人家訓撰集』,サンライズ出版, 2003.10.
다네야 Club Harie 홈피http://taneya.jp/index.html 2012.3.19.

덧붙이는 글 | 박현국(朴炫國)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오우미하치망(近江八幡) , #사기초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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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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