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관중들은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함께 비를 맞는 관중들 관중들은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이명옥

관련사진보기


'MBC·KBS·YTN 3사 연대 파업콘서트 <방송 낙하산 퇴임 축하쇼>가 17일 여의도 공원에서  열렸다. 제법 비방울이 굵게 내렸지만  좌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1만 5천여 관중은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신영복 선생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일어설 때와 무릎을 꿇을 때, 침묵할 때와 입을 열어 말할 때를 아는 작은 거인  김제동이 무대에 섰다. 수많은 관중들의 열광적인 박수가 쏟아진 뒤 김제동은 입을 열었다.

"내가 세상에서 최초로 만난 가장 훌륭한 언론인은 '00이가 죽었으니 밥 먹으러 와라'라고 거짓 없고 진실되며 쉬운 말로 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마을 이장님이다. 비가 오는데도 자리를 가득 메운 분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일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제동은 "나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정부를 가진 적은 있었지만 사랑하지 않는 정부는 가진 적이 없었다"며 "애들 밥 좀 먹이자 언론 독립을 보장하라고 하면  빨갱이라고 한다. 하나의 목소리만 내는 방송은 끔찍하다. 이제 이념 논쟁은 이미 끝났다. 그런데도 툭하면 종북주의자들은 북한으로 가라고 한다. 여기 있는 분들 북한으로 가라고 하면 가고 싶은 분 있는가? 나는 북한으로 가라고 해도 절대 안 간다. 친구도 여기 있고 가족도 여기 있고 농협에 저축해 둔 돈도 있다"고 색깔론으로 함께 살자는 외침을 왜곡하는 상황을 풍자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람들은 불이 났을 때만이 아니라 위급할 때도 119를 부른다. 119는 너무 바쁘기 때문에 쓸데없는 전화를 하면 안 된다. 그런데 급상황실에 전화를 걸어서 '응급상황실입니다.'
'도지삽니다' 다시 전화를 걸어 '응급상황실입니다' '도지삽니다'...녹음된 테이프를 들어봤는데 그 상황은 '도지사가 된 것이 응급상황이다'라고 밖에 해석이 안 되더라."

또 김제동은 시민들은 누구에게든 "넌 누구냐"라며  관등성명을 대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선거철에는 찾아다니며 관등성명을 대다가 선거만 끝나면 자기들은 관등성명을 대지 않으면서 시민들에게 "너 누구냐'며 끊임없이 관등성명을 대라고 한다고 김문수 도지사와 정치인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일어설 때와 무릎을 굽힐 때 침묵할 때와 입을 열때를 아는 개념 문화예술인
▲ 작은 거인 김제동 일어설 때와 무릎을 굽힐 때 침묵할 때와 입을 열때를 아는 개념 문화예술인
ⓒ 이명옥

관련사진보기


나는 겁이 많고 여려서 나꼼수처럼 용감하게 말하지 못한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든 국무총리든 높은 사람이 나타나 '너  무릎 꿇어'하면 나는 무릎을 꿇을 수 밖 에 없다. 그러나 결코 두 무릎을 다 꿇지는 않는다. 왼쪽 무릎은 살짝 들고 있을 것이다. 딱 이만큼 내가 힘을 주고 버틸 수 있는 만큼 쪽팔리지 않을 만큼..."이라며 왼쪽 무릎을 한 뼘 만큼 들고 시민들에게 한 뼘 만큼 권력에 타협하거나 굴복하지 않는 의지로 세상을 바꿔가자는 바람을 전했다.

관중들은 비가 내려 축축한 바닥에 엎드려 관중을 향해 큰절을 올리는 김제동의 모습에서 진정한 강함이 무엇인지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강한 자 앞에 비겁하지 않고 약한 자들 앞에서 한없이 따뜻한 개념 문화예술인 김제동, 골리앗 삼성에 맞서 언론의 역할을 다하며 싸우는 주진우, 어떠한 권력 앞에서도 자기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 나꼼수 4인방, YTN 해직언론노동자 노종면과 10명의 해직자들, MBC 한학수 피디와 해고언론인들, 그리고 언론의 정체성과 공공성, 독립성을 찾기 위해 일어선 노조원들, 그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같은 곳을 바라보며 길을 걷는 시민들이 있는 한 세상의 거짓과 어둠은 진실과 빛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김제동처럼 권력 앞에 두 무릎을 꿇지 않는 한 뼘의 의지와 저항의 힘으로 우리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내야 한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이 아닌, 함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정원을 일궈 낼 것이다.

복직을 외치는 YTN 해직 언론노동자
▲ YTN 해직언론노동자 복직을 외치는 YTN 해직 언론노동자
ⓒ 이명옥

관련사진보기


언론인은 언론인답게. 문화예술인은 문화예술인답게, 정치인은 정치인답게, 농부는 농부답게 무엇보다 대통령이 대통령다운, 그래서 어디서 관등성명을 내도 부끄럽지 않은 세상, 사람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참세상을 우리의 의지로 만들어 갈 때까지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빛과 어둠을 동시에 수용하는 것. 어둠 속에서 반드시 여명이 밝아온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전진하는 한 세상의 권력자들과 어두운 세력들은 그들을 감당할 수 없어 언젠가는 무릎을 꿇게 될 테니.

국정원이 사회주의자라고 애매한 이웃을 덮쳤을 때
우리는 그들을 위해 함께 항의했다.
그들은 사회주의자가 아님을 알기에

그들이 시인을 가두었을 때
우리는 항의했다.
시인의 노래와 시인의 희망과
시인의 상상력을 가두는 사회에 미래는 없으므로

그들이 노동자를 해고하고  탄압했을 때
우리는 희망버스를 탔고 희망텐트를 쳤으며
희망광장에서 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외쳤다.
우리는 99%에 속한 노동자들이었으므로

그들이 언론인의 입을 막았을 때
시민들은 SNS를 통해 진실을 알렸다.
시민들의 알 권리와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위해

그들이 나를 잡으러 왔을 때
모두가 달려와 항의했으며 함께 비를 맞았고
힘이 빠져 무릎 꿇으려는 한 뼘의 세워진 무릎을 수많은 손들이  받쳐주었다.


태그:#방송 3사 낙하산 퇴임 축하 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