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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진은 표지를 촬영한 것
▲ '모네의그림같은식탁' 책표지 본 사진은 표지를 촬영한 것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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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모네가 미식가였다는 것은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책 <모네의 그림 같은 식탁>은 그 점에 착안해 모네 집안의 특별한 음식과 자연과 벗하며 사는 삶의 기쁨을 이야기 하고 있다.

<모네의 그림 같은 식탁>의 저자인 클레르 주아는 미술사학자로서 오랜 세월 간 모네를 연구했다. 그 같은 경험을 바탕에다 두고, 프랑스 요리 전문 세프가 모네 가문의 일상 식탁을 현실로 되살려냈다. 또한, 예술사진가는 자연 식탁을 음영 깊고도 소박한 사진으로 재현했다.

이 책에 따르면 모네는 누구보다 시대와 밀착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동시대와 호흡하는 미술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며, 한편으론 수많은 요리 레시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그의 요리 수첩을 통해 일상인 모네를 읽어 볼 수 있게 한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일상의 최대 관심사였던 모네는 같은 시대의 작가 쿠르베나 뒤마와도 친했는데, 그들이 미식가로서 뿐만 아니나 요리도 즐겼던 것과 다르게 모네는 부엌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한다. 그저 식도락가였던 그는 먹는 것의 숭고한 기쁨과 그것이 주는 정신적 황홀의 경지를 즐기겠단 자기 기준이 명확한 사람이었고, 그러한 생각은 그림에 있어서도 자기 확신이 강한 인상파 그림으로 이어졌다.

"그림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 그는 요리란 맛있지 않으면 요리라고 할 수 없으며, 음식이란 그 무엇보다 번듯하게 먹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중년이 될 때까지 자신의 작품세계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과 싸우고, 이로 인해 넉넉지 못한 형편으로 좁고 불편한 작업실에서 고생을 하며 그 결과로 단순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모네에게 요리를 만들어 먹기 위한 농사는 일상의 큰 행복이었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다.

'식탁에는 반드시 채소가 올라와야 한다'는 신념으로 채소도 체계적으로 직접 재배했던 그는 구근 채소, 뿌리채소, 잎채소 등을 전통 분류법에 따라 따로 재배하는 등 전문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채소 농사를 지었다. 여행을 갈 때 마다 종자와 구근을 구입해선 집에 가져와서 심었다.

본 사진은 '모네의그림같은 식탁'을 촬영한 것
▲ 모네의 식탁을 재현 한 책속의 사진 본 사진은 '모네의그림같은 식탁'을 촬영한 것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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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밭이자 화원에선 장미가 만발하고, 수련이 들어찬 연못가를 산책하며, 그 가운데서 자연을 관조하며 마시는 와인, 아틀리에 겸 거실에서의 독서시간 같은 것들은 그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아름다운 풍경이면서 자연인 모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직접 가꾸는 채소밭에서 나오는 작물들과 축사에서 나오는 고기로 요리를 만들어 먹겠다는 야심이 가득했던 그는 그저 생존을 위해서만 그 같은 노력을 하진 않았다. 유달리 미식가였고 각종 문화 예술계 인사들의 집을 드나들며 익힌 식습관 덕에, 소박하지만 예의와 격식을 갖춘 모네 부인의 요리법은 식탁에 고스란히 반영돼 요리와 일상을 어울러서 어떻게 하면 행복을 누리고 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19세기 당시의 프랑스 요리가 조잡하고 뒤죽박죽한 상태에서 식도락 문화가 겨우 자리를 잡아가려고 할 즈음이었기에, 그 같은 노력은 더욱 가상하다 할 것이다.

사회가 발전을 거듭하고 어느 정도의 정점에 이르자 다들 하나같이 자연 친화적인 삶을 동경하게 됐다. 그저 요리조리 예쁘게 차려서 먹고 입고 누리기 좋아하던 여자 아이는 무슨 '깨갱이'짓이냐며 어머니한테 수없이 등짝을 두드려 맞으며 컸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의 타샤튜터'라는 이름으로 숭배와 경의의 인물이 되어 그의 자연친화적 삶을 본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아이를 둔 엄마들은 어찌하면 아토피 걱정 없이 아이를 먹여 키울까에 눈을 부라린다.

그저 자연적인 것, 유유한 삶이 칭송 받는 이 시대에 자신의 직업과 삶에서 행복을 찾아내고, 그것이 주변에 지극한 자극제가 되며, 나아가 이로 인해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우리에게 자연인 모네의 라이프 스타일은 무척이나 새롭게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 <모네의 그림 같은 식탁> (클레르 주아 씀 | 이충민 옮김 | 아트북스 | 2012.03 | 1만5000원)



모네의 그림 같은 식탁 - 인상파 화가 모네의 그림보다 생생하고 맛있는 요리법

클레르 주아 지음, 장-베르나르 노댕 사진, 이충민 옮김, 조엘 로뷔숑 서문, 아트북스(2012)


태그:#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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