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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 오후 2시, 국립극단 스튜디오 하나에서 국립극단의 연극 <궁리>(이윤택 연출)의 기자간담회 및 프레스 시연회가 있었다. 국립극단의 연극 <궁리>는 조선조 최고의 과학자이지만 지방 관노비 출신으로 역사속에서 사라진 장영실의 이야기이다.

 

연극 <궁리>의 프레스 시연에 앞서 연출을 맡은 이윤택은 "지방문화의 소외성은 오늘이나 예전이나 우리에게 남아있는 숙제이다. 지방 부산출신으로 재능은 뛰어나지만 핍박받은 삶을 산 장영실의 이야기를 조명하여 서울 중심으로 치우친 문화와 정치적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했다"며 연극의 취지를 설명하였다.

 

2막 14장으로 구성된 연극은 우리에게 세종, 이순신 장군만큼이나 훌륭한 위인인 장영실이 역사속으로 사라진 이유에 대하여 풀어낸다. 이것을 중국을 등에 업은 인문 사대주의자들과 세종을 중심으로 한 자주세력 사이의 첨예한 대립 사이에서 장영실이 희생된 것으로 조명한다.

 

 

연극이 시작하자 23명의 앙상블은 거대한 폭풍을 표현하며 혼돈을 알리는 음악 속에서 들쭉날쭉 엎드린 채 뜀박질을 한다. 세종(이원희 역)이 탄 어여(수레)를 움직이는 중이다. 그들은 장영실(곽은태 역)이 만든 조선 최고의 보배인 자격루를 상징화한 무대를 무겁게 또는 흥겹게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

 

그러다 이내 그들은 한 덩어리가 된다. 그 한 무리는 수레가 되어 바퀴를 굴리며 무거운 인생을 움직이는 듯 하다. "어구여차 어구여차~.." 구성지며 힘찬 울림이다. 그러다 그들은 어느새 무너져 내린다. 바퀴가 빠져나가버린 것이다. 그 죄로 장영실은 옥에 갇힌다. 상투와 옷이 벗겨진다. 반면 세종(이원희 역)과 신하들은 흥겨운 사물한판을 벌인다. 갖가지 대열을 만들며 그들은 인생사 한시름 잊듯 아니면 오히려 인생사를 희하듯 짧고도 신나는 한판을 펼친다. 세종 역의 이원희는 익살스러우면서도 영리하고 위엄있는 임금 세종의 역할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수레를 잘못 만든 장영실에게 임금 세종은 "누가 너를 가두었냐"라며 묻는다. 결국 그를 가둔 것은 장영실 자기자신이었다. 천민으로서 너무도 많은 세상을 살리려는 재주가 오히려 화가 되었다. 주인공 장영실 역의 곽은태는 이 연극에서 임금의 친구이자 동료이면서도 핍박받지만, 오히려 끝까지 임금을 사랑하고 그를 불쌍히 여기는 인간 장영실의 연기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장영실을 옹호하고 수레를 만들며 감옥에서 매도 같이 맞는 조순생(박우식 역), 임효돈(김수보 역), 최효문(강학수 역), 당직사령(장재호 역)의 연기 또한 좋았다. 황희(이종구 역), 조말생(전형재 역), 정갑손(심완준 역)의 장면 또한 장영실을 옹호하는 재야학자들의 장면으로 의미가 있었다.

 

다음으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연출의 이윤택은 "이번 연극은 세종왕조실록의 기록으로 100% 사실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력으로 복원해 낸 것이다. 허구는 없다. 하나의 상상이 있다면 작품 마지막에 장영실이 사라진 장소를 설정한 정도이다. 자격루는 이상의 세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장영실 역의 곽은태는 "대전공연이 특히 설렌다. 그쪽에 있는 동료들과 만나게 된다니 기쁘다"고 공연의 소감을 밝혔다. 황희 역의 이종구는 기자간담회 시작 전 우리말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유인물을 배포하였다. 그는 "황희 정승 역을 맡으면서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ㅇ(이응)'의 발음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라며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강조했다. 안무의 김남진은 "움직임이 좋은 배우들과 작업하여 기뻤다. 배우들이 가진 원초적인 것으로 안무를 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립극단 손진책 예술감독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소재를 이윤택 연출과 함께 또한 지방의 예술극장들과 공동으로 주최하고 공연하게 되어 의미가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립극단의 연극 <궁리>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공연(3월 23일~25일)을 시작으로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4월 24일~5월 13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5월 18일~5월 20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5월 24일~27일)에서 공동주최 공연한다. 연출 이윤택, 출연 곽은태, 이원희, 박우식, 김수보, 최효문, 장재호, 이종구, 조형재, 심원준 등이 참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연극 궁리, #국립극단, #이윤택, #손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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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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