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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고등학교에 갓 입학하는 이만희 군이 3.1절을 맞아 "한미FTA 폐기"를 외치며 1인시위를 벌였다.
 경남 사천고등학교에 갓 입학하는 이만희 군이 3.1절을 맞아 "한미FTA 폐기"를 외치며 1인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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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16세 청소년이 한미FTA 발효에 반대하며 1인시위를 벌여 눈길을 끈다.

3월 1일 낮 12시. 경남 사천시 사천읍 여고오거리 한 모퉁이에 피켓을 든 한 젊은이가 나타났다. 그는 사천중학교를 졸업하고 사천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이만희군. 이군의 손에는 "국익이 언제부터 1% 이익이었나, 한미FTA 폐기! 나라까지 팔아서 돈 벌 테냐!"라고 적힌 피켓이 들렸다. 그리고 이군은 자신을 '단군할배 손자'라고 적었다.

정부는 오는 3월 15일을 한미FTA 발효일로 잡았다. 그동안 야당과 재야 시민세력이 한미FTA 반대 운동을 벌여왔던 것과 달리 정작 한미FTA 발효 소식에는 지역사회에서 이렇다 할 반발 움직임이 없는 상황. 이러다보니 이군의 1인시위가 더욱 눈에 띈다. 1인시위 현장에서 이군을 직접 만났다.

- 무슨 마음으로 나섰나?
"처음엔 집회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상황을 살펴보니 하기가 쉽지 않더라. 사람들을 많이 모아야 하는데 시간도 촉박하고. 인근 진주까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알아봤는데 집회 움직임은 없어서, 그냥 혼자 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만희 군은 한미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 상권이 미국에 먹힐 것"으로 내다봤다.
 이만희 군은 한미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 상권이 미국에 먹힐 것"으로 내다봤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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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3월1일을 택한 이유가 있나?
"당연하다. 옛날 선조들이 독립만세를 외치는 기분으로 시위를 벌이는 것이다. 상황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미국에 먹히는 것 아닌가."

- 왜 미국에 먹힌다고 생각하는지.
"협약 중에 독소조항이 아주 많은 것 같다. 특히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도 우리가 수입을 거부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들었다. 공기업을 민영화 하고 여기에 외국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문제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처음엔 일자리가 느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론 일자리가 줄게 될 것이다. 왜냐면, 상권이 다 먹힐 거니까."

-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해도 표현하기는 쉽지 않은데, 망설임은 없었나?
"처음하는 1인시위지만 망설이거나 떨리지는 않았다. 남이 모르는 불편한 사실들을 알려줄 수 있으므로 오히려 재밌다고 생각했다. 일찍 알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 이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그냥 공부를 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시민단체나 글을 통해 많이 알게 됐다. 굳이 계기를 말하라면, 옛날 실학자들이 실학에 몰두하다 천주교를 알게 된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처음엔 학생들의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를 바라보는 사회가 너무 보수적인 것 같아서 반발심도 생겼다."

사천시 사천읍 여고오거리에서 1인시위 중인 이만희 군.
 사천시 사천읍 여고오거리에서 1인시위 중인 이만희 군.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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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아닌지.
"부모님은 내가 1인시위 하는 줄 모르신다. 아마도 알면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다."

- 오늘 1인시위를 해본 소감은 어떻나?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전혀 신경 안 쓰는 사람도 더러 있었는데, 그럴 땐 기분이 '별로'였다. 앞으로 우리나라 사회의식을 전반적으로 높일 수 있는 쪽으로 공부하고 싶다."

이만희군은 기자의 물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또박또박 답했다. 적어도 '한미FTA'에 관해선 웬만큼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또한 이군의 말 행간에서 '침묵하는 어른들에 대한 원망'도 읽을 수 있었다. 피켓에 적은 글귀는 자신이 직접 정한 것이라 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미FTA, #이만희, #사천고등학교, #뉴스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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