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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공장 전경
 현대모비스 공장 전경
ⓒ 현대모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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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3대 핵심 회사인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세계 자동차 부품업체 10위에 올랐다. 26조2946억 원의 연결기준 매출액을 올려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순이익 역시 사상 최대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시가총액 30대 민간기업 중 2011년 신입사원 연봉이 5900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부품 회사가 원청 업체인 현대차(5700만 원), 기아차(5500만 원)의 신입사원 연봉보다 많았다. 국내 100대 기업 전체 종업원 연봉에서도 7300만 원으로 최상위권이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월 13일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신입사원 265명의 입사식을 하고 오는 2020년 '글로벌 탑5' 진입을 다짐했다. 

현대모비스는 2010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직원 1인당 생산성에서 10대 상장사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순이익을 직원 수로 나눈 1인당 생산성이 3억9000만 원으로 상장사 평균 1억5300만 원을 크게 웃돌았으며, 현대차(9300만 원)·기아차(6900만 원)의 4~5배에 이르렀다.

최고의 연봉에 최고의 생산성이라는 현대모비스. 그러나 그 비밀의 장막을 걷어내면 추악한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대모비스 8개 공장은 비정규직 공장

2011년 9월 기준으로 현대모비스 직원은 6556명이고, 2개의 연구소와 11개의 공장이 있다. 이 중에서 전국 11개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는 1918명이다. 사무직, 기술직, 생산직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이 7300만원이다.

그런데 여기에 빠져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2011년 기준으로 2684명인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생산직 대비 58%가 넘는 노동자들이 사내하청 노동자다. 현대모비스는 이들을 '직원'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현대모비스의 지시를 받고 생산 시설을 이용해 자동차부품을 만들지만, 이들은 '유령'인 셈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현대모비스 11개 공장 중에서 울산, 아산, 이화, 서산, 포승, 광주, 천안, 김천 등 8개 공장의 생산라인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없다는 것이다. 정규직은 관리자들뿐이고,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생산라인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한다. '정규직 0명 공장'의 대명사인 기아차 모닝공장을 현대모비스는 8개나 가지고 있다.

'최고의 생산성'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현대모비스 직원 6556명에서 제외된 유령노동자 2684명이 모비스를 생산성 1위로 만든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이 부러운 노동자들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이므로 현대차 정규직"이라는 지난 23일 대법원 판결 이후,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홈페이지가 뜨겁다. 올라오는 글마다 500건의 조회를 훌쩍 넘기고,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본 글들도 많다.

대법원 판결 이후 회사가 어떻게 나올지 전망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이런저런 제안들도 올라온다. 정규직 판결을 받은 최병승 조합원과 같은 2005년 7월 1일 이전 입사자와 이후 입사자, 조합원과 비조합원, 조립라인과 서브라인, 2년 이상과 이하 노동자들의 우려와 고민, 갈등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대법원 판결 이후 나흘 만에 올라온 100여건의 글 중에서 현대모비스 사내하청 노동자가 남긴 글이 눈에 띄었다.

"저는 아직 어리고 별로 아는 거 없는 모비스 사내하청 일반사원이라 모비스와 현대차의 구조의 차이도 잘 모르고 하는 소린지는 모르겠으나 모비스 사내의 어떻게 그 많은 하청업체 직원들 중 그 누구 하나 여러분들처럼 정당한 대우를 위해 싸우려는 사람들이 단 한 분도 없을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에 무슨 구조 차이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비조합분들이나 조합원 여러분들 모두 꼭 이기셔서 좋은 결실 맺으시길 기원합니다!^^" (2012. 2. 26 모비스하청)

이 글을 본 한 조합원이 "이제 모비스 노동자들도 싸워야 합니다. 노동조합을 세우고 정당한 대우를 받으셔야 합니다"라는 글을 남겼고, 또 다른 조합원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모비스도 함께 노조원으로 받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이 글을 남긴 노동자는 아마 울산 남구 매암동에 있는 현대모비스 울산공장에 근무하고 있을 터다. 현대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흘러가는 생산 라인에서는 도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부품사인 현대 모비스도 불법파견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싸우는데, 현대모비스 하청노동자들은 노동조합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을까? 왜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불법파견 소송을 하는 노동자가 한 명도 없을까? 그가 궁금해 하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차이는 무엇일까?

현대모비스에 비정규직 노조원이 없는 이유

현대모비스 울산공장에는 1386명의 생산직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 정규직은 215명, 사내하청 노동자가 1171명이다. 생산직 대비 사내하청 비율이 무려 84.5%다. 쉽게 말하면 정규직은 '관리자'이고,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는 모두 사내하청으로 채워져 있는, 사실상 '비정규직 공장'이다.

노조에 가입한다면 그날로 '업체 폐업' 또는 '계약 해지'다. 현대모비스 울산공장에서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가 한 명도 없는 이유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해고자들은 지난 22일 아침 8시 출근시간에 현대모비스 아산공장에서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며 선전전을 벌였다. 금속노조에 가입해 함께 싸워 생존권을 지키자고 알렸지만, 회사는 출근시간을 한 시간이나 늦춰 아예 마주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397명의 노동자 중에서 정규직은 19명, 사내하청 노동자는 95.2%인 378명이다. 모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내하청 업체 관리자들과 현대모비스 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시를 받으며 시트를 비롯한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비교할 정규직이 없는 비정규직 공장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이고, 파견 노동자가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인정한다고 최종판결을 내린 가운데,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와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구 회장의 구속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하늘로 풍선을 날리고 있다.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이고, 파견 노동자가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인정한다고 최종판결을 내린 가운데,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와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구 회장의 구속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하늘로 풍선을 날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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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원고들은 컨베이어 벨트 좌우에 참가인(현대차)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혼재하여 배치되어 참가인 소유의 생산 관련 시설 및 부품, 소모품 등을 사용하여 참가인이 미리 작성하여 교부한 것으로 근로자들에게 부품의 식별방법과 작업방식들을 지시하는 각종 작업지시서 등에 의하여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사내협력업체의 고유 기술이나 자본 등이 업무에 투입된 바는 없었다."

현대모비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모든 내용은 다 똑같지만 '컨베이어 벨트 좌우에 정규직 근로자들과 혼재하여 배치되어'라는 대목이 다르다. 비교할 정규직 노동자가 없는 공장이 바로 현대모비스다.

'최고의 회사' 현대모비스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이렇게 전국 11개 공장의 수 십 개 사내하청 업체로 쪼개져 노동조합을 만들 엄두도, 법원에 소송을 걸 용기도 내지 못한 채 유령처럼 일하면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도 포승, 광주, 반월공장이 생산직은 관리직뿐이고, 생산 공정은 전원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만으로 운영되는 비정규직공장이다. 이들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 중 사내하청 비율이 자그마치 86%가 넘는다.

최근 현대차는 변속기를 비롯해 주요 자동차부품을 현대위아로 넘겨 생산하고 있는데, 주로 비정규직으로만 운영되는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고, 비정규직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순이익 50% 증가, 일자리 2% 증가

국내 4대 부품사 중에서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로 동종 부품사에 비해 막대한 매출과 순이익을 남기고 있다. 2009년 국민의 막대한 세금이 폐차지원금으로 자동차산업에 투입됐고, 이는 완성차와 함께 부품사의 매출과 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쳤다.

최대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는 2010년 매출액이 28.8%, 순이익이 50.0% 늘었지만, 정규직은 고작 2.2%인 137명 늘었다. 2대 부품사로 떠오른 현대위아도 매출액 42%, 순이익이 77% 이상 늘었으나 정규직 노동자는 겨우 178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가 정규직은 관리자들뿐이고,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만으로 운영되는 '정규직 0명 공장'을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이 '나쁜 공장'의 배를 채운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에는 파견 자체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도급계약서를 작성해 사내하청으로 위장하고 근로자파견법을 위반한 혐의로 4명을 구속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불법파견을 저지른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가장 야만적인 비정규직 공장인 기아차 모닝공장,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에는 손도 까딱하지 않고 있다.

국내 최대 재벌인 현대차그룹은 법인세 인하, 폐차 보조금, 고환율 정책 등 이명박 정권의 '재벌 퍼주기' 정책으로 막대한 순이익을 남겼다. 그들의 '돈 잔치' 장막 뒤에 비정규직 공장의 노동자들이 깊은 절망에서 신음하고 있다.


태그:#현대차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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