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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매체가 부자들에게 장악된 사회, 전에 없이 이기적이고 거대하고 교만방자해진 금권, 극빈층과 최상위층 사이에 가로놓인 극심한 격차, 팔레스타인에서 잘 드러나는 불의한 국제질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도 새로운 발전 질서를 도입하지 못한 실책, 대량 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 등이 그것이다.

<분노하라>란 책에서 스테판 에셀이 왜 젊은이들이 분노하고, 행동하고, 항의해야 하는지를 설명한 내용이다. 꼼꼼히 되짚어 읽어보면 프랑스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프랑스에서, 그리스에서, 영국에서,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에서 학생들의 시위가 확산되고, 미국에서 1%의 부유층을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던 '나는 99%다'라는 구호의 시위가 벌어졌던 것의 공통적인 배경이다.

한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보장 예산 감축과 반값 대학 등록금 요구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젊은 세대의 좌절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오늘의 신세대는 성년의 문턱을 넘으면서 꿈과 희망을 품고 사회로 나가기는커녕, 빚과 좌절 속에서 불확실한 미래로 내던져지는 정신적 외상을 경험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조효제 교수는 <인권을 찾아서>를 집필했다. 프랑스의 노투사 스테판 에셀이 지적했던 호소가 왜 세계 수백만 독자들에게 전율할 정도로 충격을 주었는지를 생각하면서, 이 모든 문제가 글로벌과 세계화에 몰입하는 곳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고 무한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과 인간으로서의 품위가 여지없이 훼손되고 짓밟히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사회 진보에 필요한 인권 보장

<인권을 찾아서>
▲ 겉그림 <인권을 찾아서>
ⓒ 도서출판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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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찾아서>에서 다루고 있는 인권은 1948년 유엔에서 제정된 '세계인권선언'이다. 프랑스 혁명에서 선포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이 프랑스 한 국가의 선언에 불과했던 데 비해 2차대전 후 유엔인권위원회를 통해 선포된 '세계인권선언'은 서구 강대국과 비서구 개발도상국이 함께 참여해 작성한 최초의 공동 문서였다.

1948년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을 오늘날의 현실에 적용시키기에는 시대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1948년 이후 식민지의 독립, 인종차별 철폐, 소비에트 제국 붕괴 등을 거치면서 국제 사회에서 독재에 대한 정치적 저항운동에서 '세계인권선언' 정신은 '불의를 거부하고 정의의 관념을 옹호'하는 개념으로 정당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세계인권선언'을 통해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로 가는 길이 곧 진보된 사회로 가는 길임을 독자들과 더불어 공감하고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인권을 찾아서>란 제목을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세계인권선언'의 구체적 내용을 계단과 토대, 지붕의 기본 구조로 나누어 오늘의 시각으로 재해석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인권 문제

'학생 인권 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최근 한국에서도 '인권'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인권 조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학생들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과 품위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대하는 쪽에서는 학생 인권 보장이 교권을 약화시키고 학생 지도를 어렵게 할 것이라거나, 심지어는 동성애를 확산시키고 임신한 학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비합리적 주장을 하기까지 한다.

'학생 인권 조례' 제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먼저 '인권'이 무엇인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인권을 찾아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학생 인권 조례' 제정을 둘러싸고 목소리를 높이는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인권'이 무엇인지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내세우는 공허한 외침은 소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권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 대학생, 일반 독자, 인권운동가, 언론인, 국제기구에 진출하고자 하는 이들이 차분하게 읽으면서 의미를 되새겨볼만한 가치 있는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인권을 찾아서> 조효제 씀, 도서출판 한울 펴냄, 2011년 11월, 1만8500원



인권을 찾아서 - 신세대를 위한 세계인권선언

조효제 지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16)


태그:#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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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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