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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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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 힘이 아닌 짐이 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서 떠나게 됐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눈물로 임기 4년을 마감했다. 최 위원장은 22일 오후 5시 광화문 방통위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 내내 목이 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울보라는 별명을 가진 김충식 위원이 울지 말라고 야단"이라고 입을 뗀 최 위원장은 이임사를 시작하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장수 국무위원', 눈물로 4년 임기 마감

특히 "대학에 입학해 서울에 올라온 이후 50년이 넘게 광화문을 떠나본 적이 없지만 이제 광화문을 떠날 때가 가까이 된 것 같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공식 이임사를 마친 최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조직에 힘이 되느냐 짐이 되느냐를 기준으로 진퇴 문제를 생각해 왔다"면서 "우리 조직에 짐이 되는 시기가 왔구나 생각해서 떠나게 됐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이어 '화이부동', '새옹지마' 등 자신의 좌우명들을 하나하나 얘기하며 "그동안 아쉬운 것, 못난 선배로 기억되는 것들을 빨리 잊고 용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이임식은 외부 인사 없이 홍성규 부위원장, 양문석·김충식 상임위원을 비롯한 방통위 임직원들 200여명 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열렸다. 이임식을 마친 뒤엔 마지막으로 기자실에 들러 출입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방통위를 떠났다. 앞으로 계획을 묻는 기자 질문에 "앞으로 더는 울 일이 없을 것"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남겼다.   

이상득 의원과 같은 경북 포항 출신인 최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라 불리며 실세 중에 실세로 군림했다. 지난 2008년 3월 26일 초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지난해 3월 2기 연임에 성공하며 이명박 정부 '최장수 국무위원'이란 타이틀까지 얻었다. 지난 4년 최 위원장은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을 시작으로 미디어법 강행 처리, '조중동' 종합편성채널(종편) 허가 등 현 정부 언론 장악 선두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도 측근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시중 양아들'로 불렸던 정아무개 전 정책보좌역이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에게 EBS 이사 청탁 대가로 수 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해외로 도피하면서 야당과 시민단체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사퇴 압박을 받았다. 결국 지난달 27일 사의를 밝혔지만 청와대에서 후임 인선이 지연되면서 전날(21일)에야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시중-김학인 후임도 '고소영'... 로비 개입설까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리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회의장 한편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수여받은 대통령단체표창 리본이 걸려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리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회의장 한편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수여받은 대통령단체표창 리본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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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이날 오전 청와대에선 이명박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내 주위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생길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힌다"면서 "국민들에게 할 말이 없다"는 말로 최근 잇따른 측근 비리에 유감을 나타냈다.

또 이른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인사 기용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특정지역, 특정학교 인사들만 쓴 것 아니다"라면서도 "그런 인식이 많다면 고쳐나가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소영'으로 대표되는 인사 난맥상은 최시중-김학인 후임 인선에서도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마침 이날 방통위는 지난 2월 3일자로 의원면직된 김학인 이사를 대신해 이종각(59) 일본 주오대학 겸임교수를 EBS 보궐이사로 임명했다. 하지만 이종각 이사는 최시중 위원장과 같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데다 대구 출신에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이른바 '고소영' 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음 달 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계철 방통위원장 내정자 역시 고려대 출신이다. 민주통합당에선 KT 사장 출신인 이 내정자가 조영주 전 KTF 사장에게 24억 원대 금품 로비를 벌인 '글로발테크'에서 고문으로 일한 이력을 들어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취재기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위원회를 떠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취재기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위원회를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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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최시중, #방통위, #이계철, #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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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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