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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상암동 '박정희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개관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상암동 '박정희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개관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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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장물 논란'이 박근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정수장학회 문제를 정면 제기하고 나선데다, 서울시 교육청은 오는 7월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이사장의 급여 책정 등에 대한 전면 실태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수장학회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부산일보> 사태도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

포문을 먼저 연 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다. 문 상임고문은 지난 16일 트위터에 "정수장학회는 김지태 선생의 부일장학회가 강탈당한 장물"이라며 정수장학회 문제를 정면 제기한 바 있다.

문 상임고문은 지난 21일에도 "장물을 남에게 맡겨 놓으면 장물이 아닌가요? 착한 물건으로 바뀌나요? 머리만 감추곤 '나 없다' 하는 모양을 보는 듯하네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박 위원장이 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 "2005년 이사장을 그만둬 그 후론 저와 장학회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한 것에 따른 반응이었다.

민주통합당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위원장이 진심으로 과거와 단절하겠다면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부터 강행해야 진정성을 얻을 수 있다"며 "자기와 (정수장학회가) 관련이 없다면 최필립 이사장을 퇴임시키고 재단을 사회환원하라"고 촉구했다. 과거 청와대에서 박 위원장의 비서관을 지낸 최필립 이사장을 비롯해 정수장학회의 임원진 모두가 박 위원장의 실질적인 영향력 아래 있다는 인식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정수장학회 실태조사 방침은 이 같은 야권의 공세에 힘을 실을 수도 있다. 매년 7월 지도·감독 대상 1100여 개 법인 중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을 골라 실시하는 정례적 조사이긴 하나, 그 결과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2005년 감사 당시 시교육청은 박근혜 당시 이사장에게 연간 1억3200만 원을 급여로 지급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공익법인의 설립 목적이나 사회통념상 과다한 급여라는 게 이유였다.

시교육청은 현재 1억7000여만 원에 달하는 최필립 이사장의 급여 역시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고 본다. 시교육청은 공익법인 임원이 지급받는 연간 총 급여액이 8000만 원을 초과할 수 없도록 개정된 '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에 따라 최 이사장 등 임원 등에게 적절한 급여가 지급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정수장학회에 알아서 좀 해 달랬는데 당신들이나 잘하란다"

정수장학회 논란이 확산될수록 박 위원장과 당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권을 향해 갈 길이 바쁜 박 위원장은 여전히 '과거'에 발목을 붙잡힌 꼴이 되는 것이고, 당으로선 불과 49일밖에 남지 않은 총선 상황이 염려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통합당 측은 부산 총선의 주요 쟁점으로 '정수장학회' 문제를 꼽고 있다.

당 관계자들도 이 같은 점을 염려해 박 위원장에게 여러 번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 정리를 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수장학회와 자신은 더 이상 무관하다는 박 위원장의 입장은 완강하다.

이와 관련, 김세연 비대위원은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여러 사람들이 박 위원장에게 (정수장학회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건의를 했지만 박 위원장은 잠시 비난을 피하기 위해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을 안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도 "(저와 더 이상 관계가 없다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장학회가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며 장학회에 공을 떠넘겼다.

새누리당 측도 이 점을 고려해 정수장학회 측에서 스스로 문제를 풀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장학회 측은 '정치 공세'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친박계 의원들이 정수재단 쪽에서 알아서 좀 해 달라는 뜻을 전한 모양인데 당신들이나 알아서 잘하라고 한단다"라고 장학회 측의 반응을 전했다.

최필립 이사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인터뷰를 통해서도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은 자기들 할 일이나 하라고 해라, 지금 와서 정수장학회 때문에 피해를 본다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사람들 아닌가"라며 여권 일각의 자진 사퇴 종용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어떻게든 (대선이 치러지는) 12월 19일까지 장학회를 지킬 것"이라며 "그 전에 그만두고 싶어도 장학회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된 이상 그만두기 더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장학회 이사진 교체 계획에 대해서도 최근 시교육청의 실태조사 방침을 염두에 둔 듯 "내가 그만두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형무소 동기'들이 관선 이사로 내려오게 돼 있다, 거기서도 정치적 성향이 개입된다"면서 "이사장 그만두면 또 다른 걸 내놓으라고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대책은 여당에서 세웠어야 했는데 그동안 안주한 거 아닌가, 자기들이 일찌감치 나서서 다졌으면 <부산일보>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라며 새누리당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태그:#박근혜, #정수장학회, #최필립,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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