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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사회공헌 교육사업 '드림클래스'가 이슈다. 15일과 16일 양일간, 11대 일간지(경향·국민·내일·동아·문화·서울·세계·조선·중앙·한겨레·한국)가 모두 '드림클래스'를 다뤘다.

삼성이 시행한다는 '드림클래스'는 학습 의지는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교육 기회가 적은 저소득층 중학생 1만5000명을 대상으로 방과후학습을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삼성사회봉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삼성 그룹은 지난해 12월 이후 시범사업을 실시해 왔으며, 참여 학생들의 학습 능력 면에서 성과가 우수한 것으로 판단해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분명 사업 자체는 칭찬할 만한 일이다. '드림클래스'와 같이, 대기업이 주도해 직접적인 교육 봉사를 실시한 사례는 드물다. 대기업답게 사업 규모도 크다. 최종적으로는 저소득층 학생 1만5000명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하니, 적어도 '눈 가리고 아웅'식의 일회성 이벤트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드림클래스' 사업과는 별개로, 이번 건을 다룬 몇몇 언론의 보도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기사인지, 기사를 빙자한 광고인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다.

2월 15일 네이버 뉴스캐스트 캡춰
▲ 2월 15일 네이버 뉴스캐스트 2월 15일 네이버 뉴스캐스트 캡춰
ⓒ 윤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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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하면 다르다니, 대체 뭐가?

15일 오후 7시 30분 경, 한 포털사이트의 뉴스캐스트 란에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었다. '"삼성이 한다고 뭐가 다를까 했는데"결과 대박'이라는 제목이다. <한국경제>의 기사였다. 같은 시각, 한국경제 홈페이지 메인에 배치된 기사는 '삼성이 손대면 달라 "수학 한 달 새 22점 올랐어요"'였다.

<한국경제>뿐 아니다. '드림클래스'를 다룬 <머니투데이>의 기사 제목은 ''삼성과외' 받았더니, 수학평균이 20점 올랐네'며, <매일경제>는 '삼성의 '따뜻한 과외'…저소득층 중학생 1만5000명 지원'이다. 심지어 <아시아경제>는 ''삼성 오블리주'...대기업들 이 정도만 하십시오'라는 노골적인 제목을 달기도 했다.

<한국경제>가 '삼성이 손대면 다르다'고 쓴 근거는 무엇일까. 학생들이 시행 첫날 본 시험에 비해, 한 달 후 치른 시험의 평균점수가 영어의 경우 10점, 수학은 22점 올랐다는 것이 전부다. 게다가 이 기사가 근거로 삼은 학생들은 중학교 1학년 학생 20명. 대체 한 달 동안 중학교 1학년 학생을 가르쳐 10점 가량 점수를(등수가 아니다) 올린 것이 '삼성이 손대면 달라'나, '삼성 과외 받았더니…' 따위의 제목으로 포장할 정도로 대단한 일인가.

심지어 <한국경제>는 이 기사의 부제를 '대학생에겐 일자리 창출…경쟁률 10대 1 넘는 곳도'로 달아놓았었다. 대체 '봉사 사업'에 '일자리 창출'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인 것은 어떤 의도인가. 이 기사가 노골적인 '삼성 깔때기'식의 기사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현재 이 기사의 제목과 부제는 변경되어 있다.)

'대학생에겐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제가 선명하다
▲ 2월 15일 한국경제 기사 '대학생에겐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제가 선명하다
ⓒ 윤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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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 저녁 한국경제 메인
▲ 2월 15일 한국경제 메인 2월 15일 저녁 한국경제 메인
ⓒ 윤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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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거리... 없어서 못하나, '삼성'이라 안하나?

이처럼 노골적인 '깔대기'가 아니더라도, 이 사업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기사는 전혀 없었다. 대부분의 기사는 이 사업을 설명하며 대기업의 '모범 사회공헌사업'으로 포장했고, 일부 기사는 '현장취재'를 가장해 '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메시지를 은연 중 전달한다.

대기업에 비판적이라는 진보언론들도 마찬가지다. <한겨레신문>은 16일자 19면 톱으로 '드림클래스' 사업을 '사회공헌사업의 진화'라고 설명했고, <경향신문> 역시 비판 없이 삼성 측의 설명을 그대로 실었다.

물론 진보언론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기업을 비판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잘한 것은 칭찬을, 못한 것은 비판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관점을 다양화할 필요는 있다. 삼성의 '드림클래스' 사업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지만, 모든 언론이 같은 관점에서 이 사업을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삼성은 대학생 강사로 선발된 학생들에게 한 달에 약 60만원 가량의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장학금'이지만 사실상 '과외비'와 다를 바 없다. 이번 사업을 위해 삼성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다.

그러니 관점을 달리하면, 음지에 있던 대학생 과외가 대기업에 의해 공식화된 셈이다. 과외비를 주는 주체가 학부모가 아닌 기업으로 바뀌었을 뿐. 게다가 삼성은 이번 사업을 통해 매년 대학생 3000여 명과 중학생 1만5000여 명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준다. 매년 잠재적인 '삼성장학생'이 양성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를 비판하거나 경계하는 언론은 찾을 수 없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이 순간에도 순수한 마음으로 교육 봉사를 하고 있다.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 중고등 학생들의 멘토가 되겠다는 봉사단체들도 부지기수다. 이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은 없다. 몇몇 언론에서 미담기사로 다루었을 뿐이다. 그러나 삼성이 교육 봉사를 실시하자, 말 그대로 모든 일간지가 발벗고 나섰다. 어떤 언론의 기사 제목처럼, 그야말로 '삼성이 하면 다르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http://gnosnep.egloos.com/)에 중복게재됩니다.



태그:#삼성, #드림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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