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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사임 발표한 불프 독일 대통령

휴대폰에 <슈피겔>지의 '오전 11시 독일 대통령 불프 사퇴 발표 예정'이란 기사가 떴습니다. 부지런히 지난 과정을 기사화하는 동안 대통령 사임 연설이 있었습니다.

 

지난 두 달간 독일 사회를 뒤흔들었던 대통령 스캔들이 결국 사퇴로 마무리된 것입니다.

 

사건의 전모는 이렇습니다. 2010년 독일 총리 메르켈의 추천으로 선출된 크리스티안 불프 대통령이 2011년 12월 12일 외국 여행 중 일간 <빌트>지에 압력을 가하는 전화를 넣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사건의 출발은 스프링거 출판사의 <빌트>가 불프 대통령이 2008년 부자 친구에게 싼 이자로 돈을 빌리고, 이 부채를 2010년 시중 금리보다 반 정도 싸게 은행 대출을 받아 갚았다는 기사를 실으면서였습니다.

 

이 정보를 입수한 불프 대통령은 그동안 쌓아온 스프링거 출판사와의 우정과 관계가 '심각한 파탄'을 맞을 것이라는 압력성 내용을 부재중인 편집장 메일박스에 녹음을 시켜놓은 것입니다. 대통령이란 지위를 이용해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싣지 못하게 명백히 언론에 압력을 가한 거죠.

 

이때부터 사건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독일의 거대 출판그룹으로 보수 성향과 영향력이 강한 스프링거 출판사의 대응입니다.

 

선정적이고 보수 편향의 기사로 지탄을 받아오던 <빌트>지가 독일 대통령의 압력전화를 받고 하루 정도 고민하고 편집장 회의를 한 끝에, 깨끗이 대통령의 압력을 물리치고 지난 12월 13일 의문 투성이의 대통령 은행대출에 대해 기사를 내보냅니다. 시간차를 두고 편집장에 압력전화를 넣은 대통령의 행태도 발표합니다.

 

이때부터 <슈피겔>, <슈트 도이치 차이퉁>, <베를린 차이퉁>, <포커스>, ARD, ZDF 등 신문, TV, 라디오 방송까지 진보 보수언론이 모두 하나가 되어‚ 대통령 스캔들을 집중 보도하며 파헤치지 시작합니다. 언론에 압력을 가하려 한 대통령의 행태가 거꾸로 부메랑을 맞은 것이지요.

 

독일 언론에 보도된 '볼프 대통령 스캔들'은 이렇습니다.

 

불프 대통령이 니더작센 주지사 시절 자동차 회사 VW와 포르쉐의 파산구명과 관련해 결정적 역할을 했고, 자동차회사 구명결정에 관련한 주지사의 활동이 결국은 이 자동차 회사와 관련된 대주주인 BW은행에게는 무척 고마운 일이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겁니다.

 

이 정책 결정이 있은 후, 이상하게도 BW은행에서 불프 주지사에게 50만유로를 대출해주는데, 그 은행 이자 금리가 일반인이 대출 받을 때 내야 하는 시중 금리 3.5%보다 훨씬 싼 2.1%밖에 안 되어서, 불프 대통령에게는 '선물'과 같은 이익을 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2003년부터 2010년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전까지 부자 친구들의 별장과 호텔에서 6번의 휴가를 가졌던 것과 기업과 부자 친구들과의 의심 가는 관계 등이 계속해서 파헤쳐졌습니다. 하지만 밝혀지는 사건들의 특징이 법을 어긴 불법 행위는 아니었고 형식과 절차를 갖춘 상태에서 특혜나 이득이 도모되는 교묘한 편법 행위였습니다.

 

이런 언론의 보도가 계속되자 불프 대통령은 지난 12월 15일 재빨리 <빌트> 편집장에게 압력 전화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유감이라며 사과하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사건 진화를 위한 소통에도 직접 나셨습니다.

 

지난 1월 4일에는 ZDF, ARD 공중파 방송국과 인터뷰를 통해 <빌트> 편집장에게 전화한 것에 대해 "심각한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친구에게 돈을 빌릴 수 없고, 친구 집에 휴가를 가지 못하는 나라에서 대통령을 하고 싶지는 않다"며, 순수히 인간적 차원에서 친구에게 돈을 빌렸고 휴가차 방문한 것이라는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또한 대통령 이전에 자신도 하나의 인간으로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독일 국민을 설득하려 했습니다.

 

메르켈 총리도 지난 2월 10일자 <루흐 나흐리히텐>을 통해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생활에 대한 질문까지 성실히 답변한 것을 고려했을 때, 이런 소통과 공개성을 통해 대통령으로 신뢰를 다시 얻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볼프 대통령을 비호했습니다.

 

그러나 순수한 거래와 친구 방문을 강조하며 대통령 이전의 인간으로 보장된 헌법 권리를 주장하는 불프 대통령에 대해 <슈피겔>지는 '불프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배하려 하나'(1월 5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불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으로 '합당한 일' 또는 '공사를 구분 못한 무능력'이란 논쟁을 떠나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심각한 위협"이며 독일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정의했습니다.

 

일부 공무원들도 <슈트 도이치 차이퉁>과의 인터뷰를 통해 "말단 공무원이 이 같은 편법을 저질렀다면, 엄격히 처벌을 받는 것이 독일 공무원 사회다. 엄격한 잣대를 자기 정화의 기준으로 삼는 독일 공무원 문화의 최고 수장으로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이같은 언론과 시민들의 비판과 끊임없는 반발은 사건이 두 달 지나도록 사임 않고 대통령직을 수행하려는 불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촉구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2월 16일 검찰이 대통령 면책 특권 취소를 독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원에 신청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언론과 시민의 거센 반발과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런 검찰의 움직임이 있은 바로 다음날인 2월 17일 오전 11시 불프 대통령은 대통령직 사임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통령직 사임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검찰이 주지사와 대통령이란 공직을 이용한 부당한 이득이 있었는가에 대해 조사하기로 한 것입니다.

 

명백한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이라는 꼼수로 불합리한 이득을 얻은 대통령을 사임시킨 독일언론과 시민들, 이를 통해 대통령 사임이란 불명예를 정치사에 남겼지만 그들이 지켜낸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에는 성역이 없다는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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