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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며느리'가 '예비 시아버지'에게 준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선물 상자
 '예비 며느리'가 '예비 시아버지'에게 준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선물 상자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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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똑똑"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에 인터폰 화면을 보니, 어떤 사람이 현관문 밖에서 노크한다. 이상하다. 이 시각에 우리 집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하면서 혹시 '예수 믿고 천당' 가라고 집집이 방문 포교 (布敎, 捕校) 활동하는 전도사들로 생각하고 인기척을 죽이고 인터폰 화면을 자세히 보니 뜻밖에 젊은 아가씨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현관 앞에서 "누구세요." 하니, 뜻밖에 "아버님, 저에요." 하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문을 열었다. '아, 이게 누구란 말인가?' 다름 아닌 오는 3월 하순 우리 작은 아들과 결혼을 앞둔 '예비 며느리'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어서 와" 하면서 아내와 함께 '예비 며느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안내를 하니 "아버님 이거 받으세요." 하면서 아주 작고 검은 종이 봉투 내놓는다.

뜻밖이다. 날씨가 추우니 어서 들어 오라고 하니 예쁜 '예비 며느리'는 "아버님, 오늘은 들어가지 못하고 곧바로 종섭씨 데리러 공항에 간다"고 한다. 종섭인 우리 작은 아들인데, 지방으로 출장을 갔다가 김포공항으로 오는데, 마중을 간다며 집 안엔 들어오지도 않고 현관 앞에서 "아버님, 어머님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하고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아내가 내 손에든 봉투를 보며 "여보 그게 뭘까요?" 하며 궁금증을 가지고 아내와 함께 검은 봉투를 열어보니 네모난 상자가 나온다. 더욱 궁금해져 조심조심 상자를 열어본다.

그런데 그 네모 상자는 다시 아주 작은 네 칸으로 나뉘어 한 칸에는 앵두처럼 새빨간 하트 모양의 초콜릿이 들어 있고, 또 한 칸에는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네모 연갈색 초콜릿이 들어 있고, 또 한 칸에는 한라산 백록담처럼 돌출형 모양에 갈색 초콜릿이 들어 있고 나머지 한 칸에는 탁구공보다 작은 흰색 초콜릿 한 개가 들어 있다.

그것을 본 아내, 그러니까 예쁜 예비 며느리의 장래 시어머닛감 하는 말 "세상에 어떻게 요렇게 예쁜 초콜릿을 장래 시아버지에게 선물할 생각을 했을까? 여보 우리 '예비 며느리' 정말 당신 생각하는 그 마음이 아주 예쁘네!" 한다.

"여보, 당신은 좋겠네요."

예쁜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예비 며느리에게 받고….

'예비 며느리'가 '예비 시아버지'에게 보낸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내용물
 '예비 며느리'가 '예비 시아버지'에게 보낸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내용물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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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여보, 당신이 먼저 초콜릿 개시를 해요." 라고 말을 했더니 "여보, 난 도저히 이렇게 예쁜 초콜릿을 감히 먹어 버릴 수 없을 것 같아요." 라고 하면서 "당신에게 예비 며느리가 '발렌 타이다' 선물을 한 것이니, 당신이나 먹으라"고 한다. 막상 초콜릿을 한 개를 먹으려 하니, '예비 시아버지'에게 선물한 '예비 며느리' 고마운 마음을 먹어 버리는 것 같아 먹을 수가 없다.

그랬더니 아내가 "그럼, 올해 초등학교 5학년 되는 손자 아이에게 주자"고 한다. 그런데 마침 학원에서 돌아온 손자 녀석이 "오늘, 할머니 드리려고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을 학교에 사 놓고 깜빡하고 왔다"며 "내일 할머니 갖다 드릴게요"라고 말한다. 손자 녀석에게 "도영아 밸런타인데이에는 남자가 초콜릿 선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초콜릿 선물을 주는 거란다" 하면서 밸런타인데이에 대한 유래를 알려주었다.

"그리스도교의 성인(聖人) 발렌티누스의 축일(祝日). 원정하는 병사의 결혼을 금지한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에 반대한 사제 발렌티누스가 처형된 270년 2월 14일을 기념하는 날로, 처음에는 어버이와 자녀가 사랑의 교훈과 감사를 적은 카드를 교환하던 것이 점차 연인끼리 사랑을 고백하거나 선물, 편지 따위를 주고받는 날로 바뀌었다."라고 말이다.

우리 도영이가 할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주 고맙고, 기특해서 할아버지가 새 '작은 엄마'에게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선물을 주었다. 먹보 녀석이 신바람 나서 초콜릿을 받아들고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손자 녀석까지 초콜릿이 너무 예뻐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할아버지 서재에 놔두고, 고마운 '작은 엄마' 생각하라나 뭐라나. 이렇게 예쁜 초콜릿은 사진을 찍어서 할아버지 카페와 블로그에 올려놓으라고 주문을 한다. 그래서 손자 녀석의 말처럼 '예비 며느리'에게 받은 예쁜 초콜릿 사진을 찍어 카페와 블로그에 올리다 내친김에 기사를 쓴다.

'예비 며느리'가 '예비 시아버지'께 준 밸런타인데이 선물 봉투
 '예비 며느리'가 '예비 시아버지'께 준 밸런타인데이 선물 봉투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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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발렌타인데이, #예비 며느리, #시아버지, #시어머니,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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