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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오는 4·11 총선을 앞두고 이번 선거에 처음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의 도전기를 듣는다. 이 기획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마련된 '87년 체제'를 넘어 신자유주의 극복과 '2013년 체제'를 향한 한국정치의 길목에서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격전의 현장에서 제대로 된 정치를 펼 정치인에 대한 점검을 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기획이다. 깐깐한 유권자의 꼼꼼한 선택, 그 출발은 '4·11 첫 도전'으로부터 시작된다. <편집자말>

 

"진보는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굉장히 치열한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들이 절실히 원하는 게 뭔지 잘 보지 못한 한계가 있다. 정말 낮은 곳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을 실현해야 하고, 말하기보다는 듣는 데 주력해야 한다. 주관적 주장을 앞세우면 집권 못한다."

 

참여연대 창립멤버로서 18년간 시민운동을 했던 박원석 전 협동처장이 통합진보당 간판으로 정치권에 진출할 결심을 끝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일약 '스타 운동가' 반열에 오른 박 전 처장은 반값등록금 집회를 이끌고 '2030세대들의 형님'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그런 그가 오랜 고심 끝에 시민운동을 정리하고 정치가로 변신하기로 했다.

 

오랜 세월 시민운동에 몸담아 온갖 시위에 참여하고 정책대안을 내며 한국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했지만 그것은 '영향의 정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일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그는 19대 국회 원내로 꼭 진입해 민생정치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처장은 14일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겉돌고 무능하고 대안제시 못 하는 정치권 모습을 보면서 제도권 밖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권 안에서 제도적 대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MB정권 이후 정치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주권자들이 어떤 의식과 행동을 보이느냐에 따라 정치가 달라진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학자금 신용불량자 3만 시대...미친 등록금 부채탕감 해줄 것"

 

그는 "최근 금감원 통계를 보니까 5만 명의 대학생들이 대부업체에 800억 원의 빚을 지고 있다"며 "학자금 신용불량자가 3만 명이고 미친 등록금은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학자금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들의 학자금 부채를 탕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번호를 매겨가며 일일이 정책현안을 열거하면서 민생현안부터 재벌개혁, 사법개혁까지 포괄적 의제를 전달하는 그는 거처를 정치로 옮길 뿐 그의 '정치운동'은 계속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그와 함께 활동했던 많은 선배들이 민주통합당에 입당했지만 그는 통합진보당의 입장에서 비판의 수위를 낮추지는 않았다. 그는 "민주통합당의 최근 지지율이 오르니 점점 배가 불러지는 모양"이라며 "배부르니 일어나 일할 생각은 안하고 누울 생각부터 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또한 그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 협상이 깨진다면 그것은 민주통합당 때문"이라며 "지지율이 높아 통합진보당 정도는 밟고 가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 선거는 망친다, 현 지도부가 어떤 생각인지 모르나 야권연대는 신의성실원칙에 따라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원석 전 처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18년째 시민운동에 종사하다 왜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가 끝난 뒤 수배가 됐고 감옥에 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수백 만 시민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였다. 정권 초기였지만 MB식 통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촛불은 2010년 지방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MB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겉돌고 무능하고 대안제시 못하는 정치권 모습을 보면서 제도권 밖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권 안에서 제도적 대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MB정권 이후 정치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주권자들이 어떤 의식과 행동을 보이느냐에 따라 정치가 달라진다는 믿음이 생겼다."

 

- 박원순 변호사도 참여연대 출신인데 그의 서울시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 이후 박원순 시장이 속도감 있게 서민 삶에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가 바뀌면 삶도 바뀌는 구나 생각하고 있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이 여전히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정치를 통하지 않고는 세상을 바꿀 방법도 없는 게 현실이다. 시민운동을 통해 성장한 사람들이 과감하게 정치의 장으로 나가서 그간 가졌던 문제의식을 실질적으로 개혁하는데 쓰는 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치하기로 결심했다."

 

- 통합진보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민운동에게 정치는 뜨거운 감자다. 정치를 통해 권력을 획득하고 선용해서 세상을 바꾸는 게 확실하고 빠른 길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개인적으로 정치인이 된다는 것이 뭔가 변질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어찌 보면 시민운동이 정치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엘리트의식에 기반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시민운동 1세대인 박원순 변호사가 정치의 변화를 일군 것처럼 그 후배세대들이 정당과 정치권으로 진입하면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정치권 내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통합진보당을 선택한 까닭

 

- 최근 통합진보당 지지율이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통합은 됐지만 통합을 넘어선 확장, 혁신, 이런 게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그 비판으로부터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진보는 혁신이 존재 자체이며, 운명이다. 그렇지 못하면 진보가 아닌 진부가 된다. 구체적으로는 통합의 과정에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통합할 때 균열을 최소화 하기 위해 당내 의사결정구조의 지분을 세력 크기별로 배분해서 결정하다보니까 국민들 앞에 통합진보당의 존재를 과시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대표 최고위원선거를 국민참여경선으로 치르면서 80만에 육박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정치이벤트가 성공했고, 통합의 의미와 과정을 국민들에게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 진보정당에 필요한 혁신이 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진보정당이야말로 가장 혁신적인 정당이 돼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중심성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거기에 딱 고정돼 있어서는 안 된다. 그걸 넘어 다양한 가치를 진보정당 내로 끌어들이면서 적극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니 패권주의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채 그대로 존재한다. 과거 NL, PD와 같은 운동권 구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의견그룹이 형성돼야 하고 합리적 경쟁이 가능한 게임의 규칙과 제도적 틀이 마련돼야 한다. 제일 뼈아픈 것은 정치적 소수인 진보의 무기, 비전, 의제, 정책과 이슈의 이니셔티브를 잘 못살리는 것이다."

 

-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진보가 먹고사는 문제에 굉장히 치열한 정치를 해야 한다. 진보정당의 진정성과 헌신성에 머무르지 않고 정말 대안을 만들고 이 대안을 끌고 가는 주체가 돼야 한다. 지난 민주정부 10년간 우리나라의 경제사회 구조가 변했고 국민의 욕망이 변했는데도 그에 부합하는 콘텐츠가 없었다. 국민들이 절실히 원하는 게 뭔지 잘 보지 못한 한계가 있다. 진보정치는 정말 낮은 곳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을 실현하고, 말하기보다는 듣는 데 주력해야 한다. 객관적 진단이나 평가보다 주관적 주장을 앞세우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는 집권 못한다."

 

- 만일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가.

"결국 민생문제다. 최근 금감원 통계를 보니까 5만 명의 대학생들이 대부업체에 800억 원의 빚을 지고 있다. 학자금 신용불량자가 3만 명이다. 개인들의 게으름 문제로 볼 것인가. 미친 등록금은 구조적 문제다. 학자금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들의 학자금 부채를 탕감해줘야 한다.

 

알바를 통해 원금까지 다 갚은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형평성을 고려해 이자를 탕감하고 변제능력이 될 때까지 무이자로 꿔주는 방법도 세울 수 있다. 요즘 20대와 30대를 실신지경이라고 한다. 실업자 아니면 신용불량자라는 게다. 이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일들을 하겠다."

 

- 민주통합당이 야권연대에 소극적이라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나.

"이해찬 전 총리가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 이정희 대표를 향해 그 지역구에서 지기 싫으면 떠나라고 했다. 그것은 공당의 대표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정치적 결례다. 최근 지지율이 오른 민주통합당이 점점 배불러지니 일어나 일할 생각은 안하고 누울 생각부터 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만일 야권연대 협상이 깨진다면 그것은 민주통합당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엔 후보가 넘쳐나고 지지율도 높다. 그에 비하면 통합진보당 정도는 밟고 가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 이 선거 망친다. 민주진보는 공멸할 것이다. 지금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어떤 생각인지 모르나 야권연대는 신의성실원칙에 따라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

 

-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은 왜 높고,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왜 안 오를까.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MB정권에 대한 국민적 염증이 크기 때문이다. 결코 민주통합당이 좋아서 옳아서 혁신해서 맘에 들어서가 절대 아니다. 1 : 1 구도를 만들어 이길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들이 민주통합당으로 몰아주기 할 것이다? 착각 말라. 이번 총선에서 비극적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철저히 민주당의 책임이다."


태그:#박원석, #광우병?쇠고기?반대,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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