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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지적하며 사표를 제출했던 백혜련 전 검사(왼쪽)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을 지낸 송호창 변호사(오른쪽)가 2월 6일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한명숙 대표로부터 환영 꽃다발을 받은 백 전 검사와 송 변호사가 환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지적하며 사표를 제출했던 백혜련 전 검사(왼쪽)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을 지낸 송호창 변호사(오른쪽)가 2월 6일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한명숙 대표로부터 환영 꽃다발을 받은 백 전 검사와 송 변호사가 환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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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명숙 총리가 검사장 직선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재 검찰의 문제는 소수 검사들이 보여주는 ①스폰서 검사 ②정치검찰의 현상으로 나눌 수 있다. 스폰서 검사 문제가 개인에 의한 공소권의 사유화 현상이라면 정치검찰 문제는 권력자에 의한 공소권의 사유화 현상이다.

그런데 전자는 개인과 검사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으면 되지만, 후자는 권력과 검사들을 격리시키는 것만으로 해결이 어렵다. 권력자가 구체적인 요청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검사들이 자신의 정치적 또는 직업적 야망 때문에 자발적으로 권력자에게 유리하게 수사 및 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권의 독립'은 '권력자에게 굴종할 자유'를 부여할 뿐 기소권 및 수사권 남용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어렵기만한 검찰 개혁, 해법은 다양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해법도 다양하다. 우선 가장 가깝게는 정치검사의 '정치 야망의 용광로' 역할을 했던 기관을 없애는 방법이 있다. 바로 '대검 중수부 폐지'다. 하지만 대검 중수부가 없어지면 서울지검 특수부나 공안부와 같이 다른 엘리트 조직이 중수부를 대신하지 않을까?

두 번째로는 정부여당 인사에 대한 과소 수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부 산하에 제2의 검찰 '고위공직자수사비리처'(고비처)를 설치하는 방안이 있다. 이 고비처는 정부비판세력에 대한 과잉 수사에 대해서는 피의사실공표죄 수사 등을 통해 검찰을 견제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그러나 고비처장도 결국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임명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감사원, 경찰, 국정원도 하지 않는 일을 또 다른 행정기구가 하겠는가.

그래서 세 번째 방법으로는 제2의 검찰을 행정기관으로 만들지 말고 국회 통제 하에 두자는 '상설특검 설치'가 있다. 하지만, 여당 국회의원들마저도 행정부 공무원 못지않게 대통령 지시를 잘 따르는 우리나라의 극단적인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상설특검'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결국, 마지막으로는 국회도 대통령도 믿을 수가 없으니 민주주의 기본으로 돌아가서 국민이 검찰수장들을 직접 뽑는 '검사장 직선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검사장들이 선출직이 되면 너무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될 수 있고, 지방토호들과의 유착관계 즉 '스폰서 검사'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물론 '선출직 검사가 오히려 청렴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편, 정치적 야망을 가진 검사들의 문제라면 이들이 어떻게든 그 야망을 펼쳐볼 수 있도록 막강한 선출직 검사장직을 만드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 문제... 핵심은 '법관의 독립'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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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은 이렇게 검사들을 더욱 통제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지만, 법원 개혁은 법관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사법부 독립의 원리는 공정한 재판을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핵심은 법관의 독립(자유)이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인기에 영합해 법관 직선제가 거론되고 있다.

법관들이 직선제로 선출되면 유권자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미국주법관은 직선제지만 선출된다고 할 수 없다. 최초 임명은 모두 주지사에 의해 이뤄지고 경쟁자가 없는 신임 투표로 재임용을 결정하는데 거의 모두 신임된다. 다른 방식의 개혁이 필요하다.

상급심 법관들이 하급심 판결을 파기할 수 있는 권한을 넘어서서 실질적으로 상급심 법관 중의 하나인 법원장이 이들의 인사평정까지 하는 것은 개별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다.

법관은 판결로만 말하라고? 상급심 법관도 하급심 법관에 대한 인사평정이 아니고 상급심 판결로만 말해야 한다. 즉 상명하달식의 인사평정은 법관독립을 침해한다. 자율적인 인사평정이 될 수 있도록 교수사회, 국회 조직처럼 상·하급심 법관들이 스스로 각급 법원장 및 인사위 인사위원들을 선출함으로써 동등하게 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거나(그래서 법원은 '직선제'아니고 '간선제'다) 상급심 법관에 의한 평가가 투명해져 '평가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의 문제도 1차적으로는 법관의 '상관으로부터의 독립' 문제다.

<부러진 화살> 재판과 서기호 판사 인사과정은 기이하게 닮아 있다. "모든 걸 포함해서 알아서 다 결정했고 그 결정의 사유는 알려줄 수 없다"고 하여 '평가에 대한 평가'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부러진 화살>에서도 불만의 핵심은 와이셔츠 혈흔 부재에 대해 검찰이 "모른다"고 한 것에서 발생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판사가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려주지 않고 "다 알아서 결정했다"고 하는 것이다.(관련 내용 자세히 보기) 이렇게 불투명한 평가 하에서는 법관은 상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은 왜 이명박 아래서만 충성을 바칠까

6일 오후 법원이 국민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마련한 '소통 2012 국민속으로' 토론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 대회의실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상헌 NHN대표이사, 이정향 영화감독,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철규 IGM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 김소영 부장판사, 양연주 부장판사와 법원 관계자, 일반 시민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6일 오후 법원이 국민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마련한 '소통 2012 국민속으로' 토론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 대회의실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상헌 NHN대표이사, 이정향 영화감독,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철규 IGM세계경영연구원 부원장, 김소영 부장판사, 양연주 부장판사와 법원 관계자, 일반 시민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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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검찰 개혁과 법원 개혁을 추진하면서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보수화 문제'다.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법조인 숫자는 공산주의 국가들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적고 이들이 사회적으로 누리는 독점 이윤은 지대하다. 판·검사 모두 옷을 벗고 나오면 변호사가 돼야 하는 상황에서 검사들이나 판사들은 특권층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기 쉽다. 그렇게 되면 법조계가 누리는 독점 이윤을 은밀히 나눌 수 있는 다른 분야의 특권층에게 친절한 기소와 재판을 하게 된다.

정치검찰의 문제도 사실 '보수적 검사들'의 문제였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하에서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거부하고 대통령에 '맞짱'을 뜨던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 아래에서는 과잉 충성을 일삼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과 이 대통령의 연결고리는 바로 '특권층으로서의 정체성'이다.

그렇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는 '법관의 보수화 문제'다. '법관 독립'의 기획을 따르자면 법관의 보수화는 외부로부터 제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서민적 대통령이 뽑혀도 보수적인 재판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보수적인 법관의 재판이라도 외부에서 개입해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관이든 검사든 특권층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조인들의 사회경제적 존재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변호사 증원은 가장 중요한 사법개혁의 과제다. 현재 연간 출 변호사 1000명 시대에서 2000명 시대로 넘어가면서 부분적인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 2000명은 반드시 '로스쿨'이라는 값비싼 관문을 통과하게 돼 있다. 결국에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사람들이 법조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권 의식 가진 법조인부터 바꿔야

로스쿨 총 정원을 하루빨리 폐지하거나 획기적으로 늘이고, 변호사시험을 완전한 절대평가로 만들어야 한다. 완전한 절대평가로 시행하면 지금처럼 합격률 75%를 로스쿨이 구걸할 필요도 없게 되고, 비인간적인 상대평가도 할 필요가 없게 된다(관련 포스트 보러가기). 법률 소비자 보호를 목표로 하지 않는 모든 진입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 증원은 경제와 복지의 문제에도 영향을 준다. 경제민주화든 복지국가든, 공공성의 강화든 재원이 필요하다. 그 재원을 과점하고 있거나 재원의 과점을 정당화시켜주는 세력이 존재하는 이상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실현, 사회 공공성 강화는 불가능하다. 특권 의식을 가진 법조인들이 바로 특권층의 과점에 대한 '법적 정당화'의 과정을 책임져주는 세력이 될 수 있다.

또한, 변호사 증원은 그 자체가 경제와 복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마이클 샌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의 교훈은 '실력 있는 사람은 누릴 자격이 있다는 능력주의는 매우 불공정하며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논리적으로 막아선다'는 것이다.(관련 내용 자세히 보기) 법조인의 숫자를 제한해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준다는 전 세계 유일의 법조인 정원제야말로 바로 능력주의의 기념비와도 같은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작성한 박경신 기자는 고려대학교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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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검찰개혁, #법원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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