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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하고있는 박홍섭마포구청장
▲ 마포구 청소년 타운홀 미팅 모습 인사말하고있는 박홍섭마포구청장
ⓒ 마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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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8일 마포구에서는 '마포구 아동청소년 폭력대책 마련을 위한 타운홀 미팅'이 열렸다. 학교폭력 문제로 온갖 정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문제의식 속에 마포구, 마포희망나눔, 성산종합사회복지관 공동개최했다.

행사는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학교폭력 관련 영상상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지역복지 시민단체 마포희망나눔에서 지난해 9월 실시한 '마포구 아동 방과후돌봄 및 안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발표가 이어졌다.

마포구 2개 초등학교 1학년에서 6학년 12개 반 2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폭력 경험 있다'는 응답이 17.8%인데, 폭력 가해자는 학교 친구와 선후배가 57.1%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폭력 빈도는 1년에 한두 번이 43.8%로 가장 많았으나, 한 달에 한두 번 25.0%, 일주일에 한두 번 이라는 응답은 20.8%로 높게 나타났다.

폭력을 경험한 후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경험에 대해 59.2%의 아동이 요청하지 않았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더 폭력을 당하게 될 것 같다'는 응답이 35.1%로 가장 많았고,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도 19.3%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날 참가한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우리 마포구의 아이들이 당당하게 올곧게 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타운홀 미팅의 첫 이야기는 '학교폭력의 현황'

학교폭력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있는 청소년
▲ 마포구 청소년 타운홀 미팅 학교폭력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있는 청소년
ⓒ 마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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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겪고, 보고 있는 학교폭력 현황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중학교 1학년 신아무개 학생은 "학교 뒤에 주차장에서 애 한 명을 밟았다는 것을 이야기로 들었다. 나중에 가보니 주차장 쪽에 피가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황아무개 학생은 "중학교 1학년 때 남자애들 사물함 쪽에서 한 명을 눕혀놓고 단체로 때리고 있었다. 딱 볼 때는 폭력인데, 맞는 아이가 웃고 있으니까 장난인지 헷갈렸다. 그 애는 "쟤네가 때리면 그냥 맞아주는 거"라고 말했다. 쉬는 시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쉬는 시간에 많은 일이 일어난다. 옆에 있는 여자 아이들은 아예 관심이 없고, 남자들은 그 상황에 신기하고 그런지 더 열광을 하는 것 같고, 여자 아이들은 때리기보다 '왕따'로 학교폭력을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왕따나 은따 당하는 아이는 성격이 내성적, 행동이 남들과 다른 경우에는 아이들이 멀리하고 점점 왕따가 된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암묵적으로 왕따를 하는 것 같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 경우 왕따를 당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성아무개 학생은 "중학교 3학년 때 심한 왕따를 당한 여자 아이가 있었다. 늘 선생님들이 교실에 있어서 교실에서는 왕따를 못하고, 방과 후에 학교 뒷문으로 가서 남자애들 10명이서 옷을 벗기고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다. 아이가 울자 우는 것도 찍고, 말하면 때리거나 죽이겠다고 협박을 했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오래전부터 당해서, 그게 계속되는 것 같다. 그 사건이 소문이 돌아서 선생님이 알게 됐고, 사진을 지우라고 해서 사진을 지우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또 한 학생은 "친구 중에 왕따 당하는 아이가 있다. 수련회 갔을 때 그냥 가만히 가는데도 너무 심하게 차는 모습을 보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왕따를 당하면 소문이 돌아서 중학교에 가서도 계속 왕따를 당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민아무개 학생은 "선생님이 한 아이에게 왜 이리 더럽냐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줘 그때부터 남학생 하나가 왕따를 당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박아무개 학생은 "친구들이 폭력을 하는 것을 봤는데, 초등학교 때는 심하다고 생각 했는데, 중학교, 고등학교로 가면 더 걷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남자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이 엄청 힘 있는 애들이어서 건드릴 수가 없다. CCTV는 복도에만 있고 교실에는 없는 상황이라 심심할 때 마다 그 아이를 때리는 상황이다. 신고해서 교무실에 불러 가도 갔다 와서 또 때리고, 선생님께 눈물 흘리고 죄송하다고 해서 넘어가면 다음에 또 때린다. 힘센 아이들이 시작하면 그냥 다들 돌아가면서 때린다. 폭주족에 그 아이를 데리고 가면 또 주변 애들이나 후배들에게도 맞게 된다. 전학가도 그 학교에 따라가서 때리기도 해서 방법이 없는 것 같다"며 한숨지었다.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은 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할까

학교폭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는 청소년
▲ 마포구 청소년 타운홀 미팅 학교폭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는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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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이아무개 학생은 "중학생이 되면서 사춘기 시작으로 감정변화가 많다. 또 영웅 심리로 폭력을 행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가장 큰 것은 게임, 인터넷, 핸드폰으로 폭력에 노출되고 모방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가정의 환경을 꼽았다. "가해자 아이들은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가정 안에서 폭력을 보고 경험했거나 가정환경이 어려워서 교육받을 기회가 없었다거나 해서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폭력 무감증'도 이유라고 꼽았다. 한 학생은 "초등학교 때는 재미로 시작한다. 학교폭력의 경우에는 개인이 하는 것이 없고 거의 집단으로 한다. 집단이기 때문에 그 아이의 표정이나 힘든 것을 보면서 집단으로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서 자꾸 때리는 것 같다. 학교에서 학교폭력 문제로 학교에서 교육을 하는데, 심한 사례들이 나올 때 아이들이 자기가 그렇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한다. 자신과 교육 자료의 행동을 분리해서 생각한다. 또, 가해자의 학부모도 다른 아이가 먼저 때려서 우리아이가 응대한 것인데, 우리 아이가 뭐가 잘못이냐는 식으로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한 학생은 "폭력을 행하는 아이들의 경우, 경찰이 오면 반성문 쓰고 나온다며 간단하게 생각한다. 폭력을 행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알게 해야 한다. 자세히 알려줘야 한다. 아이들이 그걸 잘 모른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이유

학생들은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도움 요청을 안 한다고 말했다. 또 "피해를 당하는 아이를 도와주면 보복 폭행을 받게 될까봐 도와주지 못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고등학생 박아무개 학생은 학교폭력 문제를 "어른들과 선생님이 너무 쉽게 아이들만의 문제로 넘겨버린다"며 "학교에서도 담임선생님들이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 경찰에서도 최근 대책마련을 했지만 그 전까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선생님들이 폭력을 당했다고 하는 말 할 경우에 그 아이를 더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보다 하면서 선생님이 오히려 더 그 아이를 무시한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실효성이 없다

토론 중인 참가자들
▲ 마포구 청소년 타운홀 미팅 토론 중인 참가자들
ⓒ 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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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은 딱 잘라서 "솔직히 대답할 수 없다. 종례 식 때 설문지 나눠주면서 선생님이 '있으면 적고 없으면 덮어라'라고 말씀하신다. 아이들은 설문지를 장난으로 받아들인다. 또 무기명에 대한 신뢰가 없다. 폭력이 나왔다고 하면 각 반에서 찾아낼 것만 같다. 짝꿍들이 옆에서 쓰는 것을 다 보게 되고 사실 확인을 하니까 일이 커지지 않도록 두려워서 솔직하게 못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박아무개 학생은 "대부분 솔직하게 쓰면 왠지 압박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름을 안 쓰는 경우에도 위축되어서 심한 압박감이 든다. 잘 아는 사람들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쓰라고 하면 솔직하게 못쓴다"고 답했다.

또 설문지의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한마디로 '내용이 부실하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중학교에서 일진회 22명가 경찰에 잡혔다. 그러나 학교폭력 서클이 있었다는 사실이 설문조사를 했는데도 드러나지 않았던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설문조사가 더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교실에서는 반 친구들 눈치 때문에 어려우니 인터넷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종합토론에서는 대안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청소년 한 명은 "학교폭력은 관심이 있어야 해결이 될 것 같다. 정기적인 상담이 학교에서 있어야 한다. 직접 보고 이야기를 해야 말을 하기가 쉽다. 목격자도 말할 수 있어서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 같다"며 일상적 상담을 요청했다.

또 다른 학생은 "교육청에서 어디로 전화하라고 홍보를 해도 아이들은 무시한다.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는 사람 없다. 한분이라도 선생님이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있으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남학생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있는 시간이 훨씬 많다. 학교에서의 교육이 있을 때는 정작 들어야 하는 학생들은 잔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제재를 안 한다. 형식적인 교육보다는 직접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변화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석한 어른들과 관계기관의 이야기 시간

김기석 마포구청소년지도협의회위원은 "다 우리의 탓인 거 같다. 가정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교육을 많이 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구녹색어머니회 회장은 "강자가 약자를 괴롭힌다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팠다. 부모가 아이를 때리고, 아이는 학교에서 더 약한 장애 아이들이나 약자를 괴롭히고 있다. 학부모도 내 자식이 맞고 오는 것은 못 본다는 자세는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약자를 괴롭히는 이유가 우월감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라면, 가정에서 우월감을 받지 못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도록 가정에서 노력의 필요성을 말했다.

이날 사회자 마포구 오진아 의원은 "경찰청에서 대안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형사 처분을 만 14세에서 12세로 낮추자는 의견이 있고, 대구 학생 자살 사건 가해자 2명 학생을 구속했다. 학교폭력과의 전쟁인데 아이들을 전과자를 만드는 것이 해결 방법이라고 보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마포경찰서 담당자는 "강력한 처벌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루 이틀 학교 폭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없던 것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니다. 조직폭력배가 경찰을 무서워하는 것은 힘이 약해서가 아니다. 강한 처벌이 폭력을 줄일 수 있는 이유일 수 있다. 보복폭행을 해도 신고를 안 하는 것이 문제다. 계속 처벌이 되고, 가중처벌이 되면 폭력은 줄어들 것 이라고 본다. 경찰을 믿으면 좋겠고, 먼저 신고를 하면 좋겠다. 경찰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 서포터를 한다. 주 1회 이상 담당 형사 접촉해서 관리를 한다. 믿고 맡겨 달라"고 답했다.

인사말하고있는 박홍섭 마포구청장
▲ 마포구 청소년 타운홀 미팅 모습. 인사말하고있는 박홍섭 마포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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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책임을 통감한다. 지난해까지 학생 생활지도를 담당했다.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선생님들에 대한 기대가 있으나,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면 선생님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간단한 문제들은 선생님들의 훈계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심각한 경우에는 아이들도 '선생님은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초등학생임에도 못된 행동 사실 확인 시 안했다고 하는데, 증거가 없을 시는 증명할 방법이 없고, 증거 없이 개입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어 어려움이 있다.

아이들 사이에도 권력구조가 있는데, 선생님이 없는 쉬는 시간 등은 '약육강식의 동물의 왕국'이 된다. 그 틈에서 성인의 권력구조, 조폭의 권력구조와 아주 흡사한 상황이 된다.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가해자․ 피해자가 모두가 명확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의 역할을 분명히 줘야 한다. 가해자에 대해서 격리시킬 수 있는 권한을 선생님들에게 줘야한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권한은 10일간 등교 정지다. 가해자는 열흘간 쉬고 나오면 되는데, 피해자는 가해자가 두려워서 학교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격리 및 치료가 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또한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상담과 치료의 전문가들, 사회가 함께 담당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역할은 궁극적으로 필요하다. 문제 부모가 문제 자녀를 만든다.

객관적 사실이 나타나면 가해자에게 사실인정, 사과요청, 재발방지, 화해가 그 과정인데, 잘못 인정부터 힘들다. 피해자는 죽겠는데 가해자는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가해자와 그 부모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서울서부교육지원청 담당 과장은 "학교전체의 분위기를 조성해서 가해자가 심리적인 위축을 받고,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는 조치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온정적인 마음으로 '기회를 주자'고 하다가 이렇게 점점 더 심해져서 이렇게 되었다고 본다. 심각하고 상습적 반복적인 경우 확실히 지도를 하겠다. 현재 학교폭력 예방교육 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효성이 떨어진다. 학습단위의 소규모 체험위주의, 상황별 대응할 수 있고, 행동으로 체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 중학교의 경우에는 전문상담원이 있으니 상담을 활용하고, 학교폭력 문제가 많은 학교는 배움터 지킴이를 2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선생님들의 경우에는 아이들 세계와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2월 3일에 교육청, 민간단체, 구청 등 관계자들이 모여서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본 마포구 오진아 의원은 "10명 중 7명이 아이들이 '학교와 가정에서의 스트레스로 힘들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데가 없다. '아이 한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의 유기적인 연계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타운홀 미팅이 이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타운홀 미팅 후, 2월 3일 서울서부교육지원청에서는 '아동청소년폭력문제 해결을 위한 2차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마포구는 "교과부 지침으로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차원의 학교폭력 대책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서울서부교육지원청은 '마포구 방과후 돌봄과 안전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들에 대한 교육청과 학교차원에서 재 상담을 실시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기로 했다. 지역사회 기관들은 마포구에 있는 학교폭력에 관한 예방 및 사후 지원 자원을 파악하여 서울서부교육지원청에 전달하기로 했다.


태그:#학교폭력, #마포, #아동,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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