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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영방송 방송저널리즘 복구' 토론회에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오른쪽)과 정연우 민언련 대표(가운데)가 나란히 참석했다.
 10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영방송 방송저널리즘 복구' 토론회에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오른쪽)과 정연우 민언련 대표(가운데)가 나란히 참석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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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비판 칼럼을 썼더니 트위터로 엄청난 '나꼼수 사랑' 메시지를 받았다. 공영방송도 그 정도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KBS, MBC(노조)가 찬 바닥에 앉았어도 관심이 없다."

10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선 언론 현업인과 학계, 시민단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공영방송 방송저널리즘 복구'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MBC 파업을 계기로 공정성을 상실한 공영방송을 되살릴 방법을 찾으려는 '긴급 토론회'였지만 반응은 썰렁했다. 넓은 기자회견장에 방청객은 20여 명에 불과했고 취재진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런 시민들의 무관심에서 공영방송의 위기를 본 건 이날 사회를 맡은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만은 아니었다.

"공영방송 후퇴에 나꼼수-뉴스타파로 눈 돌려"

이기형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은 최근 MBC가 공정성을 잃었다는 이유로 각종 집회장에서 쫓겨나고 시민들에게 인터뷰를 거절당하는 현실을 고백한 박주린 MBC 기자의 글(<오마이뉴스> MBC 6년차 기자 고백 "취재 현장서 쫓겨나..." ) 등을 인용해 방송저널리즘 위기를 짚었다.

한발 더 나아가 "현재 정체되고 축소된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대치하는 <나꼼수> <저공비행> <뉴스타파>에 대중들이 큰 지지와 열망을 투사하는 건 언론 구성원과 연구자들의 반성과 문제의식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용익 MBC 전 논설위원 역시 1987년 6월 항쟁 현장에서 MBC 취재차량이 시민들에게 공격받았던 장면을 떠올리며 "공영방송이 25년 만에 다시 냉대 받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고 자조했다. 최 전 위원은 "민주정부 기간 동안 공영방송인들이 안이와 나태의 늪에 빠져 편집국 독립을 위한 보도국장 직선제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안전판을 갖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서 언론노조와 방송사 노조에도 일부 책임을 돌렸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시민 저널리즘과 SNS를 통한 직접 저널리즘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주류 매체를 통한 대의 저널리즘이 이전 영광을 되찾겠다는 건 허상이고 직접 저널리즘에 미래가 있다고 공영방송 책무를 낮추는 것도 오류"라면서 "직접 저널리즘과 상호보완적 관점에서 공영 저널리즘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민언련 '미디어렙법 앙금'만 드러내

한편 이날 토론회엔 9일 미디어렙법(방송광고판매대행 관련 법) 처리를 놓고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였던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과 정연우 민언련 대표가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언론노조는 중소방송사 보호를 위해 '법안 통과' 자체에 방점을 찍었던 반면 민언련은 '조중동 종편' 특혜 등을 문제 삼아 법안 통과를 반대하면서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그나마 최근 KBS-MBC-YTN 노조 공동 투쟁을 계기로 연대 가능성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날 토론회는 '앙금'이 채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방송저널리즘 복구'라는 표현 자체에 의문을 제시한 뒤 "지난 4년 동안 공영방송 저널리즘이 쉽게 붕괴된 원인을 정치권력이나 반MB 문제로 돌려선 안 되고 언론계에 만연한 자본 논리 내면화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면서 "지난 4년 자본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이나 심층보도는 없었지만 노무현·김대중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이전 민주 정부까지 공영방송 문제를 확대했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 역시 "공영방송에 대한 시중의 냉담한 반응은 현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정권에서 단물만 빨아 먹고 정권에 붙었던 일부 인사들의 문제"라며 "지난 10년 건강하고 상식적인 윤리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면 오늘날 '유리알 공영성' 같은 패배감은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은연 중 참여정부 시절 방송 정책에 적극 관여했던 민언련 쪽 인사들을 겨냥한 것이다.

반면 정연우 민언련 대표는 현 정부 들어 공영 방송 붕괴를 막지 못한 책임을 야당, 언론현업인, 학계, 시민단체에게 돌렸다. 특히 정 대표는 "방송통신위원회, MBC 방송문화진흥원, KBS 이사회 등 야당 추천 위원들이 언론 장악을 막을 형편이 안 되면 박차고라도 나왔어야 했는데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사실상 민주통합당과 연대해온 언론노조, 언론연대 등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런 언론운동계 내부 갈등은 최근 공영방송 노조 파업 투쟁이나 언론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을 더 부추기고 있다. 이에 원용진 교수는 "민언련과 언론연대가 10여 년 파행을 청산하기 위해 움직일 시점이 아닌지, 언론 현업인도 시민들에게 연대를 제안할 절호의 시기가 아닌지, 오늘이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언론 현업인들과 시민단체의 재결합을 당부했다.


태그:#공영방송, #언론노조, #언론연대,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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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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