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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3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성곽을 따라 걸으며 서울의 내일을 구상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북대문인 숙정문입니다)
 지난 1월3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성곽을 따라 걸으며 서울의 내일을 구상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북대문인 숙정문입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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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이렇게 멋진 성곽이 있었어?"

제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600년의 세월이 담긴 도성이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까마득히 몰랐다는 사실이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강추위가 예보됐던 지난 1월 31일, 이른 새벽부터 온종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 성곽을 걸었습니다. 이날 박시장과 함께하는 서울 한양도성 답사는 숭례문 → 남산 → 낙산 → 백악산 → 인왕산(수성동)을 거쳐 서울시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습니다.

예부터 봄과 여름이면 한양사람들은 성 둘레를 한 바퀴 돌면서 성 안팎의 경치를 구경했는데, 이를 순성(巡城)놀이라고 불렀답니다. 성 주변 경치도 구경하고, 자신의 소원을 빌며 걸었던 순성놀이는 백성들에게 사랑받던 전통행사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행사는 고사하고 지금껏 이런 멋진 성곽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왔던 것이지요.

숭례문을 시작으로 우측 방향으로 남산을 거쳐 성곽을 따라 한바퀴 도는 일정이었습니다.
▲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한 서울성곽 순성 여정. 숭례문을 시작으로 우측 방향으로 남산을 거쳐 성곽을 따라 한바퀴 도는 일정이었습니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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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의 한양도성 순례는 더 나은 서울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1월 28일 헬기를 타고 우면산 산사태 복구 현장과 뉴타운 지역 등 서울 전역을 둘러보며 재난안전과 도시계획 살펴봤던 발걸음의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시장 취임 100일을 맞아 2월 8일 서울시민들에게 띄운 박 시장의 편지에서 그 바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지난 10년이 도시를 위해 사람을 희생한 10년이라면, 앞으로 10년은 사람을 위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10년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철학, 도시 문명의 발전과 쇠퇴, 시민의 참여와 협력이라는 주제의 진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다시 뜁니다. 저는 서울의 성곽을 걸어서 돌고 헬기를 타고 서울을 바라봅니다. 일본에 가서 다른 것들도 보겠지만 도시의 흥망과 쇠락의 원인과 대안에 대해서 더 깊이 공부하고 오겠습니다."

MB와 함께 사라졌다, MB가 가니 돌아오는 숭례문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오전 6시 50분. 숭례문을 돌아보는 것으로 한양도성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국보 1호인 숭례문은 올 12월 공개 예정으로 복원공사가 한창입니다. 새벽이라 어둡고 공사를 위한 철 틀에 가려져 있었지만, 숭례문은 우리 곁에 돌아오기 위해 다시 태어나고 있었습니다.

2012년12월, 우리 눈 앞에 나타나기 위해 복원공사 중인 숭례문입니다.
 2012년12월, 우리 눈 앞에 나타나기 위해 복원공사 중인 숭례문입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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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을 위한 공사 비용으로 151억 원이 소요되는 숭례문을 살펴보니 참 희한하단 생각이 듭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숭례문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을 며칠 앞둔 2008년 2월 10일 화재로 소실됐습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퇴임을 앞둔 2012년 12월에 복원 완료됩니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2008년 2월 10일, 숭례문 화재 현장입니다. 접근성을 높인다며 숭례문에 사람들이 쉽게 다가서게 해놓고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어떤 분 덕에 국보 제1호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되었습니다.
 2008년 2월 10일, 숭례문 화재 현장입니다. 접근성을 높인다며 숭례문에 사람들이 쉽게 다가서게 해놓고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어떤 분 덕에 국보 제1호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되었습니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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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을 살펴본 일행은 버스를 타고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남산에서 서울을 조망한 후, 남산의 성곽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 일행은 흥인지문(동대문)과 낙산을 거쳐 북악산에 이르는 역사의 흔적을 찾아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었습니다.

서울 성곽의 세계적 가치

서울 성곽은 태조가 한양으로 천도한 후, 수도 한양을 방어하기 위해 1396년(태조 5년) 축조한 도성입니다. 그 후 세종과 숙종 때 성을 보수하며 조선시대 각기 다른 성곽 축조 기술의 변천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무너진 성곽을 보수하다보니 한 공간에 태조와 세종과 숙종이 동시에 공존하는 특이한 역사의 숨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좌측부터 태조.세종.숙종 때 쌓은 성곽입니다. 서울성곽을 따라 거닐면 한 공간에서 동시에 여러시대를 만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좌측부터 태조.세종.숙종 때 쌓은 성곽입니다. 서울성곽을 따라 거닐면 한 공간에서 동시에 여러시대를 만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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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양도성은 현존하는 도성 중 세계에서 가장 긴 기간(514년, 1396~1910) 동안 도성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또한, 총 길이 18.6km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도성이기도 합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보물인 것입니다.

한양도성은 4대(大)문[숭례문(남대문·국보 1호), 흥인지문(동대문·보물 1호), 숙정문(북대문), 돈의문(서대문)]과 4소(小)문(창의문·광희문·혜화문·소의문), 그리고 두 개의 수(水)문인 오간수문과 이간수문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중 돈의문(1915년 멸실)과 소의문(1914년 멸실)은 멸실돼 지금은 이름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세계 최대'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남산에서 흥인지문으로 이어지는 길에 위치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공사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이곳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디자인이 서울을 먹여 살린다며 총 공사비 4326억 원을 퍼부은 곳입니다. 박원순 시장에게 공사현황을 설명하는 공사 관계자는 '세계 최대'의 곡선건물이라는 사실을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공사안내 현황판에도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이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4300억원을 퍼부은 오세훈 전 시장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공사 현장입니다.
 4300억원을 퍼부은 오세훈 전 시장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공사 현장입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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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곡선 건물을 만들기 위해 현장에는 크고 작은 흰색 철봉들이 가득 있었습니다. 철봉의 끝마다 볼트가 달려 있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곡선건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길고 짧은 철봉의 볼트를 서로 연결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입니다.

제가 오세훈 전 시장의 깊은 뜻이 담긴 디자인을 몰라서일까요? 끝없이 널려있는 철봉 앞에 '도대체 저게 무슨 의미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지요. 과한 것은 부족한 것과 같다. '왜? 무엇을 위해?' 여기에 세계 최대의 곡선 건물을 만들기 위해 4326억 원이란 돈을 퍼부어야 했을까요? 

이게 바로 서울시를 먹여 살릴 오세훈 전시장의 세계 최대의 곡선 건물입니다. 어떻게 만들어지냐고요? 함께 살펴보시지요.
 이게 바로 서울시를 먹여 살릴 오세훈 전시장의 세계 최대의 곡선 건물입니다. 어떻게 만들어지냐고요? 함께 살펴보시지요.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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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개에 이르는 크고작은 흰색 철봉들을 볼트로 연결합니다. 그 덕에 세계최대의 곡선이 가능합니다. 근데 곡선으로 뭐할건데요?
 수만개에 이르는 크고작은 흰색 철봉들을 볼트로 연결합니다. 그 덕에 세계최대의 곡선이 가능합니다. 근데 곡선으로 뭐할건데요?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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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봉하나하나를 조립하여 어느 크기로 만들면 크레인으로 들어올려 또 다시 공중에서 서로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이 철봉으로 건물 전체를 씌우는 것이지요.
 철봉하나하나를 조립하여 어느 크기로 만들면 크레인으로 들어올려 또 다시 공중에서 서로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이 철봉으로 건물 전체를 씌우는 것이지요.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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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시장은 '세계 최대'를 참 좋아합니다. 오 전 시장은 한강 세빛둥둥섬도 세계 최대라고 자랑했습니다. 문제는 세계 최대다 보니 관련 기술도 없어 공사를 수차례 중단해야 했습니다. 또한, 공사비도 애초 계획 660억 원의 두 배에 이르는 1100억 원이 넘게 투입됐습니다. 오 전 시장은 '세금 한 푼 안 들어간 민자사업'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가 29.9%의 지분을 갖고 있어 앞으로 '세금둥둥섬'으로 전락할 것이 걱정스러울뿐입니다.

오 전 시장은 세빛둥둥섬을 자랑하고 싶어 G20의 개최 장소로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G20은 지난 2010년 11월에 끝났지만, 준공을 거듭 연기하는 세빛둥둥섬은 아직도 언제 개장할지 모릅니다. 세계 최대 '세금둥둥섬'에 비춰볼 때, 4326억 원을 퍼부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서울시민들에게 과연 어떤 도움을 줄지 염려스럽기만 합니다.

겉으로 화려함만을 추구하며 서울시 재정을 거덜 낸 오세훈 전 시장의 잘못을 염려한 것일까요? 박원순 시장은 2월 8일 서울시민에게 띄운 편지에서 서울시정의 방향을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구호를 대문자로 써서 외치고, 커다란 건물을 세워 자랑하고, 대규모 행사를 해서 널리 알려도 서울 사람들이 살기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소박한 꿈을 꿀 수 있도록 해 주는 그런 시장이 되고 싶습니다. 대신 꿈을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그 꿈을 꿀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새로운 삶에 도전하려는 젊은이들의 꿈을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서울 사람들이 다시 꿈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고 싶습니다. '사람을 위해, 시민과 함께.' 제가 시장 직책을 수행하는 원칙이자 철학입니다. 사람을 위해 도시가 변하는 것이 맞고 시민이라는 위치가 가장 소중한 지위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한양도성 복원에 걸림돌인 서울시장 관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흥인지문을 지나 낙산성곽을 따라 드디어 혜화문에 도착했습니다.  혜화문 바로 곁에 서울시장 관사가 있습니다. 문제는 서울시장 관사가 서울성곽 위에 있어 서울성곽 복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흰색 울타리와 건물이 서울성곽 복원을 막고 있는 서울시장관사입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그 설명을 들은 박시장은 시장관사의 이전을 약속했습니다.
▲ 서울성곽 위에 서울시장 관사가 있습니다. 흰색 울타리와 건물이 서울성곽 복원을 막고 있는 서울시장관사입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그 설명을 들은 박시장은 시장관사의 이전을 약속했습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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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관사가 성곽 복원에 걸림돌이라는 동행한 전문가들의 지적에 박원순 시장은 "그런 사실을 몰랐다"며 "서울성곽의 올바른 복원을 위해 서울시장 관사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1년 5월 18일 MBC뉴스는 '서울 성곽 600년 만에 복원... 시장 관사가 걸림돌'이란 보도를 통해 서울시장 관사 이전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보도내용을 요약하면 '서울시가 수백억 원을 들여 서울 성곽을 2014년까지 복원해 세계 유산에 등재할 계획인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용 중인 관사가 공교롭게도 복구해야 할 성곽 위에 지어져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장 관사 이전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으니 성곽을 복원하면서도 떠날 마음이 없었겠지요.
▲ 서울성곽위에 그림같이 자리한 서울시장관사입니다. 이렇게 좋으니 성곽을 복원하면서도 떠날 마음이 없었겠지요.
ⓒ m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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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살고 있는 시장 관사가 성곽 복원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에 오세훈 전 시장은 왜 관사 이전을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서울성곽 복원은 오 전 시장이 생각했던 '디자인'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박원순 시장의 관사 이전 약속에 서울성곽 복원 전문가들의 얼굴은 밝아졌습니다.

북악산 정상에서 광화문을 바라보며

지친 다리를 이끌고 드디어 북악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북악산 정상에 서니 남산타워가 맞은 편에 보였습니다. 새벽에 저곳에 서 있었는데, 지금은 정반대편에서 남산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많이 걷기도 했지만, 그만큼 서울이 작다는 생각이 들자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서울이 참 작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남산 타워에서 출발하여 정반대 북악산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산등성이 아래 경복궁과 광화문이 보입니다.
▲ 남산에서 출발하여 여기까지... 서울이 참 작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남산 타워에서 출발하여 정반대 북악산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산등성이 아래 경복궁과 광화문이 보입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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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북악산을 오르는 길은 지친 다리보다 마음이 더 무거웠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성곽을 끼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두 세계가 공존하고 있음을 봤기 때문입니다.

천막 천으로 지붕을 덮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벽돌로 눌러 놓은 달동네가 있었습니다. 아직 서울에 이런 동네가 있었군요. 달동네 모퉁이를 돌자 지금과는 정반대로 한껏 자태를 뽐내는 부자들의 저택들이 눈에 확 띄었습니다.

누구는 돈이 많아 산언덕에, 누구는 돈이 없어 산언덕에 살고 있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이 현장을 보며 박시장은 무슨 생각했을까요? 박 시장이 "서울 사람들이 다시 꿈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고 싶습니다"고 밝힌 것처럼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서울, 없는 사람도 살 만한 서울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성곽 곁에 너무 다른 현실이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하였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성곽 곁에 너무 다른 현실이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하였습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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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곽 복원을 위한 숙제, 참 많네요

성곽을 돌던 박원순 시장이 갑자기 신기한 것을 본 듯 허허 너털웃음을 웃고 말았습니다. 성곽보수를 한 돌이 너무 매끈하고 하얘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600년의 세월 동안 비바람 맞은 돌과 새 돌이 같을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최소한 이전 성곽에 조화를 이루려는 세심한 노력이 아쉬웠습니다.

누더기를 이은 것도 아니고...군데군데 새돌을 박아 넣은 것이 조금 심하다 싶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애교였습니다.
 누더기를 이은 것도 아니고...군데군데 새돌을 박아 넣은 것이 조금 심하다 싶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애교였습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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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깨끗하게 잘 만들어서 문제입니다. 여기 어디에 역사가 보이나요? 바로 곁에 이러진 600년의 한양도성을 초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시 여러분, 무조건 성곽을 이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너무 잘 만들지 않았나요? 너무 깨끗하게 잘 만들어서 문제입니다. 여기 어디에 역사가 보이나요? 바로 곁에 이러진 600년의 한양도성을 초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시 여러분, 무조건 성곽을 이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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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은 총 연장 18.6km에 이르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곳이 파괴됐습니다. 특히 성곽 중 1.1km가 도로로 사용 중이고, 4km는 이미 사유화돼 복원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에 서울시는 이미 복원을 완료한 12.3km와 복원 공사 중인 1km를 제외한 도로 부분을 다양한 형상화 작업을 통해 연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서울성곽 위에 고등학교 담벼락이 세워져 있습니다. 디자인이 참 독특하죠? 서울성곽 18.6km 중에 4km가 이렇게 사유지화 되어 있습니다. 서울시가 천문학적이 예산이 없는한 모든 구간에 원형복원이 어렵다는 이야기지요.
 서울성곽 위에 고등학교 담벼락이 세워져 있습니다. 디자인이 참 독특하죠? 서울성곽 18.6km 중에 4km가 이렇게 사유지화 되어 있습니다. 서울시가 천문학적이 예산이 없는한 모든 구간에 원형복원이 어렵다는 이야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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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서울시는 한양도성의 복원을 위해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성곽 복원에만 집중한 나머지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에는 미처 신경쓰지 못했나 봅니다. 무엇보다 성곽 주변의 조명 시설이 성곽의 고풍스러운 멋을 헤치고 있었습니다. 성곽과의 부조화는 둘째치더라도 최소한의 통일성이 없었습니다.

지금 서울시는 서울성곽의 2016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성곽 복원을 추진 중입니다. 그래서 성곽 복원을 위해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한양성곽에 어울리는 우리 문화와 정신이 담긴 조명 정도는 기본 아닐까요?

성곽의 고풍스런 멋을 조명이 헤치고 있습니다. 수백억원을 들인 성곽 연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세심한 배려가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 조명의 통일, 이 정도는 기본 아닐까요? 성곽의 고풍스런 멋을 조명이 헤치고 있습니다. 수백억원을 들인 성곽 연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세심한 배려가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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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서울성곽은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성곽을 따라 걸으며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지치지 않고 즐거운 발걸음으로 걸을 수 있습니다. 성곽의 돌을 자세히 살펴보면 성을 쌓은 시기와 책임자의 이름, 동원된 백성들의 출신 지역 등이 새겨진 '각석'을 종종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이에 대한 설명이 없었습니다. 성곽의 풍광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작은 안내판에 이야기를 담아 넣는다면 성곽을 따라 걷는 이들의 발걸음이 더욱 행복해 질 것입니다. 

성곽 곳곳에 동원된 지역 출신지와 책임자 이름 등이 새겨진 돌들이 성곽 속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설명이 없으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고, 성곽 순례도 지루해집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게 해주면 서울성곽 순례가 아주 재미나겠지요.
 성곽 곳곳에 동원된 지역 출신지와 책임자 이름 등이 새겨진 돌들이 성곽 속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설명이 없으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고, 성곽 순례도 지루해집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게 해주면 서울성곽 순례가 아주 재미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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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과 함께하는 한양도성 올레... 강추합니다

북악산 정상에 도착하자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코스인 인왕산 순례는 아쉬움 속에 멈추고 하산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매서운 찬바람 속에 서울성곽을 돌며 서울을 바라본 박원순 시장은 어떤 비전을 얻었을까요? 2월 8일 일본을 향해 떠나기 전,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시민들에게 띄운 편지가 바로 그 비전이겠지요. 

하루종일 서울성곽을 걸으며 박원순 시장은 어떤 서울을 소망했을까요?
 하루종일 서울성곽을 걸으며 박원순 시장은 어떤 서울을 소망했을까요?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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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친 일들을 빈틈없이 하려고 합니다. 금세 바꿀 수 있는 일은 전광석화처럼 바꾸려고 합니다. 서울시민이 투표로 결정해 주신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 확대 실현, 거침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복지에 대해 철옹성 같기만 하던 논의가 여러 곳에서 바뀌는 것을 보고 뿌듯했습니다.

'나비효과'라는 말도 있지만 저는 이것을 '투표효과', '시민효과'라 부르고 싶습니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는 것입니다. 변화의 시계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시대가 요구하고 시민들이 소망하는 새로운 변화, 새로운 시대를 위해 물 속에서 더 큰 파동을 준비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선택한 서울시가 '내 삶을 변화시키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4월 총선과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을 복지 포퓰리즘이라 비난하던 새누리당이 ▲ 고교 의무교육 전면실시 ▲ 초·중·고 아침 무상급식 ▲ 만 5세 이하 무상보육 실시 ▲ 반값 등록금 실현 ▲ 사병 월급 40만 원 실현 등 엄청난 '포퓰리즘'을 외치고 나섰습니다. 박 시장의 말처럼 세상을 바꾸는 '투표효과'가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에서 시작한 변화가 올해 선거를 통해 사람 살 만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광풍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박원순 시장은 "한양도성은 많은 전란과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600년 동안 살아남았다, 고맙고 감사하다"며 "한양도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찾아오는 문화재로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새로운 서울을 꿈꾸며 산책한 한양도성 올레길, 여러분도 한번 걸어보시면 어떨까요? 강추합니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하는 한양도성 올레! 멋지지 않을까요? 서울 성곽을 따라 걷는 동안 주변에 스며있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답답하게만 여겨왔던 서울이지만, 서울성곽을 한번 걷게되면 좀 더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습니다. 한양도성 올레에 님들을 초대합니다.
▲ 원순씨가 걸으며 서울의 비전을 새롭게 다진 서울성곽 올레에 초대합니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하는 한양도성 올레! 멋지지 않을까요? 서울 성곽을 따라 걷는 동안 주변에 스며있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답답하게만 여겨왔던 서울이지만, 서울성곽을 한번 걷게되면 좀 더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습니다. 한양도성 올레에 님들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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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한양도성을 걸으며 그동안 몰랐던 서울을 알게 됐습니다. 지긋지긋한 서울이 아니라 골목골목 걸으며 스며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서울이 됐습니다. 앞으로 시간나면 카메라를 둘러메고 서울 성곽을 따라 걸으며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읽어내려고 합니다. 600년의 숨결을 더듬어 어떤 이야기들을 듣게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앞으로 기회되는대로 서울성곽 이야기를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날 행사에 함께한 2명의 119 구조대원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날 하루동안 찍은 사진이 3000장에 이를만큼, 서울성곽 찍으랴, 행사 따라가랴, 마침내 다리에 쥐가 나고 무릎과 발목이 탈이 났습니다. 도저히 북악산을 넘을 수 없는 최악의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119 구조대원이 건네주신 응급용 물파스를 다리에 바르고, 구조대원의 등산용 폴대를 빌려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오늘의 기사도 와성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태그:#박원순, #한양도성, #서울성곽, #숭례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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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생명과 평화가 지켜지길 사모하는 한 사람입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길 소망해봅니다. 제 기사를 읽는 모든 님들께 하늘의 평화가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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