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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킨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가 7일 오후 인사위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동 대법원에 들어가고 있다.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일으킨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가 7일 오후 인사위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동 대법원에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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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기호 판사가 대법원인사위원회에 출석해 연임적격 심사를 받은 후 대법원의 연임결정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현직 판사가 "법관연임심사가 헌법의 정신을 형해화시키고 '법관 파면의 손쉬운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한편, 서 판사는 7일 대법원인사위에 제출한 자신의 최근 사건처리 통계를 공개했다. 그는  "(일부에서) 실제로 (서 판사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 통계(로 나타난 사건처리율)조차도 현저히 낮은 것이 아니냐는 오해가 있어서"라고 공개이유를 밝혔다. 

서 판사 연임심사 의견표명 김영식 판사 "불안감 떨칠 수 없어서"

서울행정법원 김영식 판사는 8일 대법원 내부게시판에 '다시 한 번 법관연임심사의 공정성을 촉구하며'라는 글을 올려 "부디 법관들이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재판을 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주 서 판사의 연임심사와 관련한 의견표명은 변민선(서울북부지법), 이동연(서울남부지법) 판사에 이어 세번째다.

김 판사는 "법관인사위원회에서 충분한 토론과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서 이렇게 분수없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글을 쓴 동기를 설명했다.

그는 "대법원이 평생법관제도를 지향하면서 그와 함께 법관연임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정책 자체가 그릇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한 뒤 "그러나 한편 이와 같은 강화된 연임심사가 대법원의 정책이나 방침에 순응하지 않는 법관을 솎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됨으로써 법관의 독립을 해하고 법관의 관료화를 부추길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 판사는 "헌법 제106조는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법관의 신분을 엄격하게 보장하고 있고 이 규정은 법관 독립의 초석을 이루는 조항"이라며 "법관연임심사가 이러한 헌법의 정신을 형해화시키고 '법관 파면의 손쉬운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법관 연임심사는 부적격법관을 걸러낸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이루어져야지 기업들이 하는 상시적인 구조조정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일선 법관들이나 국민들은 서 판사가 왜 (법관근무평정에서) '하'등급을 받았는지를 궁금해하고 있다"면서 ▲ 실제로 서 판사의 업무 통계가 전국 평균, 해당 법원 평균에 비하여 형편없었는지 ▲ 법관의 10%에게는 '하'를 부여해야 한다는 상대평가의 불가피성 때문이었는지 ▲ 만약 평균에 근접하고도 '하'를 받았다는 이유로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연임에서 탈락시키는 것이 헌법과 법원조직법의 정신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제가 들은 바로는 서 판사의 업무 통계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하고 서 판사의 그간 글을 보면 재판에 대한 남다른 열정마저 느껴진다"며 이 때문에 "저희는 서 판사가 왜 '하'를 받았는지, 그리고 그런 근무평정만으로 연임거부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갖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 판사는 자신도 내년 연임 대상자라고 밝힌 뒤 "올해는 서 판사이지만 내년에는 바로 제가 그 과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판사는 "다들 연임심사 시기가 다가오면 법원장님에게 잘 보여야 하고 마치 '선착순' 게임을 하듯 어떻게든 동료법관을 밟고 일어서야 한다"고 일선 판사들의 분위기를 전한 뒤 "연임적격 심사는 철저히 헌법과 법원조직법의 정신에 맞게 엄격하게 진행하여야 할 것이고 또 섣부른 예단과 사회 분위기에 휩쓸릴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7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서기호 판사 연임배제시도 및 이정렬 판사에 대한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회견문을 통해 "오늘 열리는 법관인사위원회의 결정을 지켜 볼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7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서기호 판사 연임배제시도 및 이정렬 판사에 대한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회견문을 통해 "오늘 열리는 법관인사위원회의 결정을 지켜 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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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판사는 "대법원이 (서 판사의) SNS 게시글을 문제삼지 않은 점은 다행"이지만 "일선 법관들은 그간 줄곧 일부 언론이 특정 판사에게 자진해서 법복을 벗을 것을 요구하거나 대법원장님에게 연임심사에서 탈락시킬 것을 요구하여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대법원장님의 연임거부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대법원은 해당 판사뿐만 아니라 일선 판사들을 설득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며 " 결코 대법원이 이른바 일부 튀는 판사들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해당 판사의 업무성적이 법관직을 지속하기에 부적절하였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김 판사는 이번 연임심사에서 ▲ 투명하고 합리적인 심사 ▲ 행정절차법이 규정하고 있는 투명성, 처분의 사전통지 ▲ 충분한 소명과 방어의 기회 부여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법원장님이 법을 지키지 않아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부디 법관들이 우리 사회의 이념적 출렁임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또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재판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하여 주시기 바란다"면서 "이번 법관 연임 논란도 사법부답게 가장 합리적으로 그리고 법령에 충실하게 결론이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끝으로 "이번 사건을 보면서도 자꾸 유신이나 5공화국과 같은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대법원이 여러 구실을 붙여 시국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법관을 지방으로 내쫓았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허망한 기우게 그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기호 판사, 사건 처리율 공개... "현저히 불량한 정도 아냐"

한편 서 판사는 8일 최근 2년간 서울북부지법 민사단독판사를 하면서 처리한 사건 통계를 법원내부 게시판에 공개했다.

2010년 통계를 보면 서 판사는 사건처리율 106%(전국 지방 법원 102.9%, 서울북부지법 103.9%)과 조정화해율 55.6%(전국 43.5%, 서울북부지법 48.4%)로 평균을 웃돌았다. 판결에 대한 상소율은 16.2%로 전국 법원(21.3%)과 서울북부지법(20.9%)보다 오히려 낮았다. 2011년에는 사건처리율 96.6%(전국 100.6%, 서울북부지법 99%)과 조정화해율 32%(전국 41.8%, 서울북부지법 40%)로 평균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그는 "2009년 이전의 자료는 대법원에서 공개하지 않는 한 내가 확인하기 불가능해서 최근 자료를 공개하게 되었다"면서 "내가 파악하기로 2005년, 2007년, 2009년~2011년 등은 사건처리에서 다른 판사들의 평균치에 가까웠고 설령 평균치보다 조금 낮은 때가 있었더라도, 현저히 불량할 정도의 낮은 수준을 기록한 적이 없다"고 평정 하위 2%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서 판사는 "(인사위원)한 분께서 5회씩이나 '하'를 받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하셨고, 저는 2009년 이후부터 신영철 대법관 사태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이후 연속 3회 '하'를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씀을 드렸다"면서 7일 법관인사위의 분위기를 전한 뒤 "인사위는 여전히 비공개원칙을 이유로, 각 연도별 평정 결과를 공개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 판사의 연임심사 결과는 법관인사가 27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주나 늦어도 다음 주 정도쯤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인사위원들이 대부분 외부 사람들이라 자기들 신변의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서 판사의 판사직을 박탈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한편 석궁사건의 발단이 된 김명호 전 교수의 민사재판(교수지위확인 소송)의 합의과정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징계위기에 처한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13일로 정해졌다.


태그:#서기호, #이정렬, #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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