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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4일) 오후 퇴근 무렵, 서울 녹번동의 한 편의점 앞은 복권을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로또 474회차에서 1등이 무려 5장이나 당첨됐단다. 또, 1등만 15번 배출했다는 상계동의 한 판매점에도 인생 역전을 노리며 전국에서 연일 모여든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생역전의 꿈, 로또복권. 로또 가격은 지난 2004년부터 게임당 구입금액이 2천 원에서 1천 원으로 내려 당첨금 기대치가 줄었지만 대박신화를 향한 열풍은 아직도 뜨겁다.

어디 그뿐일까. 로또의 높은 인기와 비례하듯 한때 조작설까지 떠돌았다. 로또 조작 의혹은 시행초기부터 '대북지원금' 모금을 위한 음모설, 기계조작설 등 그 근거도 상당히 설득력 있게 제기돼 오다 최근에야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누구나 한번쯤은 '내가 만일 로또에 당첨된다면?' 하고 상상해 보았으리라. 로또에 당첨되려면 일단 로또를 사야 한다. 로또를 사지 않고는 당첨은 꿈도 꿀 수 없다. 복권을 단순히 심심풀이로 산다는 당신, 어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천원의 즐거움'이니 뭐니 다 거짓말이다.

일확천금을 노리지는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1등 당첨이 되길 바라면서 그렇게 일주일이 즐거운 것 아니겠는가. 많게는 400억 적게는 8억 원, 한 방 터지면 그야말로 인생역전이다. 이것이 복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복권을 사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당첨이 잘 되느냐'다. 누구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심정으로 복권을 사고 싶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가장 중요하다. 당연히 당첨될 확률이 높다면 누구나 기분 좋은 일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 방법은 결코 쉽지 않다.

로또번호 분석, 과연 가능한가?

검색어 '로또'로 검색한 포털사이트의 검색 결과 화면
 검색어 '로또'로 검색한 포털사이트의 검색 결과 화면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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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로또OO 사이트의 첨단 예측시스템을 통해 OO명이 1등에 당첨되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로또' '로또 당첨 비법' 등의 검색어를 치면 로또분석사이트의 검색광고가 우선적으로 상위에 노출된다. 간단한 키워드 검색만으로도 수십여 개의 로또번호 분석서비스 사이트가 상위에 링크되니, 관심이 있는 이용자들에게 클릭 빈도수는 당연히 높아진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 N사의 경우 10여 개 사이트가 파워링크로 우선 노출됐다. 또 스포츠신문의 지면 하단에는 기사형 광고로 등장해 마치 공신력있는 것처럼 현혹하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예상 수(?)를 제공하며, 특히 우리 사이트의 첨단시스템은 'OO수 법칙'과 '랜덤OO'법칙을 적용하여 기존 로또 당첨 확률을 8배 이상 높여 당첨예상번호를 정확히 제시한다"고 광고하고 있으니 귀가 솔깃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한 회사의 사이트를 접속해보니, 예측시스템의 기본구조를 누적통계분석→평균회귀분석→그룹핑→필터링→숫자조합콘트롤의 5단계 분석시스템을 통해 최상의 숫자조합을 추출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평균회귀분석, 그룹핑, 숫자조합콘트롤, 제외수, 고정수…. 통계학 전공자들도 울고 갈 국적불명의 생소한 용어다. 아, 과연 너희는 누구냐. 게다가 5단계 분석시스템으로 '4주 연속 1등 배출'이라…. 단어만 들어도 설렌다. 이들 사이트에 올려진 당첨후기들은 구매한 로또와 은행에서 당첨금을 지급받은 내역확인서까지 첨부되어 있다. 골드회원 서비스 가입시 월9900원으로 10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데 혹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과학적인 통계기법임을 강조하며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로또번호 분석 서비스'의 유료회원제를 이용하면 정말로 1등에 당첨될 확률이 높아질까. 항간에 떠도는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속설은 사실인지 아닌지 로또 1등 당첨 확률부터 알아보자.

매주 10만 원씩 3120년 동안 사야 당첨가능?

복권은 경제학적으로 확률이란 개념이 도입된 일종의 게임이다. 동전을 한번 던지면 50%(2분의 1)의 확률로 앞이 나올 수도 혹은 뒤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복권은 동전 한번 던지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45개의 숫자 중 6개를 맞춰야 하는 1등 복권 당첨 확률은 무려 814만 5060분의 1이다. 확률로 따지면, 0.00001%다. 이 수치는 수학 실력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엄청 낮은 확률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로또인 파워볼 1등 당첨 확률은 1억 4610만 7962분의 1, 메가밀리언즈는 1억 7571만1536분의 1, 6/90복권인 이탈리아 로또는 6억2261만4630 분의 1로 한국 로또보다 76배나 더 낮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나라 로또는 다행히 당첨확률이 높은 편(?)에 속한다.

로또 공 45개 중에서 무작위로 한 개를 뽑는데, 이중 특정 숫자(예를 들어 7)를 뽑을 확률은 전체 45개 공 중 1개가 되므로 1/45은 자명한 사실. 그렇다면 45개 중에서 무작위로 여섯 가지를 뽑을 경우 모든 경우의 수는 어떻게 될까? 이 때 사용되는 방법이 콤비네이션(조합: 여러 개 중 몇개를 골라서 조합하는 방법의 수)이다. 예를 들어 숫자 1~5, 5개중 2개를 조합하는 방법이라면 1과 2를 선택한 것과 2와 1을 선택한 것이 같은 경우가 된다.

45부터 1씩 빼가면서 6번 곱한 후 (45 ☓ 44 ☓ 43 ☓ 42 ☓ 41 ☓ 40), 이 숫자를 6부터 1씩 빼가면서 곱한 수(6 ☓ 5 ☓ 4 ☓ 3 ☓ 2 ☓ 1)로 나눈다. 계산하면 58억6444만3200 / 720 = 814만5060 이 되는 것이다.(45C6=45P6/6!)

-1등 확률:  0.000012277%(1/8145060)
-2등 확률: 0.000073664%(1/1357510)
-3등 확률: 0.0027992%(1/35724)
-4등 확률: 0.13646%(1/733)
-5등 확률  2.24406%(1/45)
-2개 숫자 맞출 확률(15.1474%)
-1개 숫자를 맞출 확률(42.4127%)
-모두 틀릴 확률은(40.05649%)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한 장면. 극중 대통령인 이순재는 로또에 당첨되지만, "당첨이 되면 기부를 하겠다"는 말을 한 터라, 쉽사리 복권당첨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다.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한 장면. 극중 대통령인 이순재는 로또에 당첨되지만, "당첨이 되면 기부를 하겠다"는 말을 한 터라, 쉽사리 복권당첨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다.
ⓒ 소란플레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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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매년 1천 명 이상이 벼락에 맞아 죽는다고 한다. 지구 인구를 60억 명이라고 하면 사람이 벼락에 맞을 확률은 600만분의 1이다. 하지만 로또를 1년(52주) 동안 매주 한 번씩만 산다해도 1등 당첨 확률은 15만7000분의 1로 상승한다. 1년 동안 꾸준히 로또 복권을 산다면 벼락에 맞는 것보다 로또에 당첨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상이다. 실제로 매주 10만 원씩 로또 복권을 산다 해도 자손 대대로 3120년 동안 사야 한번 1등에 당첨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당첨확률은 복권구매자/814만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 개개인별로 1/814만 이 적용되므로, 같은 번호를 중복선택 할 경우 등을 고려하면 오차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실례로 356회차에서는 4468만4958명이 로또를 구입하여 9명이 당첨되었고, 확률은 1/4964995이었다.

복권 당첨번호를 과거 데이터에서 상관관계를 찾는 것은 정말 무지한 일이다. 그게 정말로 가능하다면 통계학자들은 전부 부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지금까지 진행된 로또번호를 분석하여 당첨패턴을 통해 '핫넘버'를 찾고 '콜드넘버'를 찾고 이번엔 홀수가 더 많이 나올 것이다 높은번호가 나올 가능성이 크겠다? 어림없는 소리, 로또는 신도 못 맞춘다. 조물주도 예측할 수 없으리라.

만에 하나 800만분의 1을 200만분의 1로 당첨확률을 높였다고 가정하자. 그래봤자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갈 확률보다 낮다. 1등 당첨은 하늘의 운이지 결코 분석력으로 당첨될 수는 없다. 로또분석으로 대박 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정번호가 연속으로 나왔던 적도 있지만, 이것 또한 별로 큰 의미는 없다. 애초부터 확률게임인데 분석 자체가 헛수고다.

로또번호 적중, 그걸 왜 남한테 알려줘? 

로또번호 분석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1등에 많이 당첨되는 이치는 간단하다. 주사위를 굴려 눈이 1이 나오면 이기는 게임이 있다고 가정하자. 주사위를 열 번 굴렸을 때 1이 나올 확률은 보통 1~2번에 불과하지만 1000번을 굴렸다고 가정하면 아무리 못해도 100번은 나오기 마련이다.

회원이 많을수록 1등 당첨자가 확률적으로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자체 분석시스템이라는 정체불명의 프로그램을 돌려 매주 수만 개의 번호세트를 뿌리고 그중에 딱 한번만 1등 되어도 수지맞는 장사다.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는 하나만으로도 두고두고 우려먹으면서 회원들까지 늘어나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다.

10원짜리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다. 실제로는 안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동전을 몇 개를 가지고 던지든, 동전을 몇 번 던지든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동전이 앞면이나 뒷면이 나오지 않고 가운데로 서 버리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극히 경우의 수가 적기 때문에 무시했던 그 무시무시한 경우의 수가 바로 로또 1등의 확률과 같다고 보면 된다. 혹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에 10원짜리를 늘어놓은 뒤 이 가운데 하나를 맞추는 확률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8백만분의 1이라는 '낙타 바늘구멍 뚫기'보다 더 어려운 로또의 당첨확률을 올리는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다른 번호로 여러 장을 사면 된다. 10장을 사면 10배의 확률, 100장을 사면 100배의 확률을 반드시 보장한다. '로또명당'도 같은 이치다. 명당이라고 알려진 판매점은 많게는 수십만 명 이상이 로또를 사가므로 그만큼 1등의 당첨 확률은 높아진다.

상식적으로 로또 1등 번호를 예측할 수 있는 회사가 그걸 회원에게 알려준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로또번호를 알면 본인들이나 사시지, 왜 그걸 알려주나? 고등학교 확률 공부를 조금이라도 신경 써서 했다면 로또번호 분석사이트의 예측과 원숭이가 고른 로또의 당첨 확률이 정확히 같다는 걸 알 수 있으리라.

로또1등이 싫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막연한 희망을 꿈꾸는 것이야말로 잠시나마 행복을 안겨줄 수 있는 위안이 아니겠는가. 당첨을 꿈꾸기보다 일주일간 희망을 선물하는 로또의 설렘은 서민의 특권이리라. 로또로 부활을 꿈꾸기보다 로또를 통해 즐거움을 누리고 즐거움에서 자신을 발견하자. 로또1등 당첨은 그 확률이 극히 희박한 만큼 어떠한 분석방법을 써도 무용지물이다.


태그:#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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