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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7일 동국대 학생들이 학과구조정 문제로 본관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 학과구조조정 문제로 투쟁하는 동국대 학생들 지난 12월 7일 동국대 학생들이 학과구조정 문제로 본관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 김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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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희옥 총장님.

저는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 홍명근 입니다. 비록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총장님의 옛 기억을 떠올릴만한 이야기와, 한 편의 영화를 소개하고자 이렇게 용기 내어 편지를 씁니다.

먼저 제 소개를 올리겠습니다. 저는 동국대가 100주년이 되던 해인 2006년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제 1학년은 남산 기슭에 핀 벚꽃들과 멋진 교수님, 그리고 강의실에서 하고 싶은 공부로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이후 학교진로상담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도 해보고, 중앙동아리 회장도 하고, 전임 총장님께 데이트도 신청하고, CS센터 공모전에서 상도 받는 등 학교에 많은 애정을 쏟았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대학교 4학년이 되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그 어느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취업과 스펙관리에 매진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 학교로 향하는 제 발걸음은 여전히 1학년때와 마찬가지로 설렘으로 경쾌합니다. 왜냐면 제 신입생 때와 마찬가지로 그래도 아직은 학교에는 청년들의 꿈과 낭만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 몇 달 동안 학교의 학과구조조정 이야기와 그로 인한 중징계 소식을 들을 때면 제가 동국대 학생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부끄러웠습니다. 대학이 기업처럼 단지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학생들과는 아무 상의도 없이 학문을 통폐합하다니요! 청년들의 꿈과 자신감을 키워 줄 학교가 학과구조조정에 반대한 학생들과 소통하기는커녕, 사상 유례가 없는 중징계를 내리다니요! 저는 그 모습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총장님께 먼저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을 옛 기억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총장님의 고향은 경북 청도라고 들었습니다. 총장님도 어릴적에는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를 찾아다니신 기억이 있으시지요? 그러나 그거 아시는지요? 우리는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를 찾아 수많은 세잎클로버를 밟고 다니지만 그 수많은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저는 총장님이 돈이나 경쟁력 등을 찾으시려고 학생들의 행복을 밟는 분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또 한편의 영화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그 영화는 <죽은시인의 사회>입니다. 그 영화에 보면 두 선생님이 나옵니다. 엄하고 체벌에 중점을 둔 선생님이 나오고, 진심으로 학생들을 이해해주고 대화하는 키팅 선생님이 나옵니다. 비록 키팅선생님은 학교를 떠나지만, 수업 중 학생들을 책상에 올라가 진심으로 캡틴을 외치게 만든 선생님은 누구입니까? 저는 총장님이 영화에 나오는 키팅선생님처럼 학생들과 진심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캡틴이었으면 합니다.

지난 12월 11일 동국대 학생들이 학과구조조정에 대한 반대로 명동에서 리레이 108룰 하고 있다.
▲ 학과구조정 반대로 명동 릴레이 108배 중인 동국대 학생들 지난 12월 11일 동국대 학생들이 학과구조조정에 대한 반대로 명동에서 리레이 108룰 하고 있다.
ⓒ 김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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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총장님,

총장님께서는 헌법재판관 시절 사형제에 소수적 입장인 위헌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희 학교 선배님이시며, 불교에도 조예가 깊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의 훌륭한 소신으로 소수의 입장에서 통폐합 위기에 처한 학과에 대한 구조조정을 재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저는 불교를 잘 모릅니다만, 자비로운 마음으로 총장님의 후배이자, 학생들에게 내려진 가혹한 징계를 철회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 홍명근

덧붙이는 글 | 이 편지는 동국대학교에 E-mail로 보낼 예정입니다.



태그:#동국대, #동국대학교, #학과구조조정, #교육상품화,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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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바꿈세상을바꾸는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그리고 지금은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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