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7일 오전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노조 사무실앞에서 열린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에 참석한 유가족과 야당 정치인, 노동자들이 영정과 부활도를 앞세우고 공장을 나서고 있다.
 7일 오전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노조 사무실앞에서 열린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에 참석한 유가족과 야당 정치인, 노동자들이 영정과 부활도를 앞세우고 공장을 나서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7일 오전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노조 사무실앞에서 열린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에서 유가족과 야당 정치인, 노동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7일 오전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노조 사무실앞에서 열린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에서 유가족과 야당 정치인, 노동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2신 : 7일 오전 11시 25분]
"노동자는 기계, 부품, 노예가 아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7일 오전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노조 사무실앞에서 열린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7일 오전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노조 사무실앞에서 열린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불타올랐던 당신께서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그저 막막합니다. 그 아픔을 감내하기까지 당신께서 노동의 현장에서 외치고 싸우며 해쳐온 일들을 헤아립니다."

오전 9시 신승훈씨의 영결식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담담히 추도사를 읽어 내려갔다. 이정희 대표는 통합진보당 당원이기도 했던 고인을 향해 "어느 노동자도 자신의 목숨을 잃지 않도록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당을 가장 간절히 원했고, 또 그를 위해 누구보다 땀을 흘리신 신승훈 당원님 앞에 저는 또 다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당신께서 우리에게 주신 아픈 꾸지람을 잃지 않겠습니다, 당신께서 우리와 함께 흘린 땀을 되새기겠습니다, 당신께서 우리에게 쏟아 부은 뜨거운 사랑을 간직하겠습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노조 사무실 앞 광장에서 2시간동안 열린 영결식에는 추운 날씨에도 각계 조문단을 포함해 500여 명의 동료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형 영정사진이 마련된 연단에 헌화를 했다. 이후 본관 앞을 거쳐 4공장 문까지 이어는 장례행렬에도 참여했다. 운구차량은 이후 방어진 화장터로 이동했다.

"노동자는 기계, 부품, 노예가 아니다"

문용문 현대차지부장은 영결식에서 조사를 통해 "1970년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 200명이 넘는 열사의 수많은 죽음이 있었다"며 "현대자동차에서는 1993년 서영호 열사의 죽음 이후,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후 많은 열사가 몸을 바쳤고 이번에 신승훈 열사가 분신해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세상이 너무 싫다, 민주노조와 4만5000명의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은 다시는 그런 죽음이 없도록 하겠다, 남은 사람들에게 죽음과도 같은 고통과 아픔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신승훈 열사의 뜻을 계승하기 위해 현장 탄압과 통제를 현장에서 몰아내, 노동자 새세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자본에게는 무한 자유 주어지고 노동자에게 속박과 종속이 주어지는 것이 신자유주의 세상이고, 살인적인 경쟁에 생명이 몰살되고 있다"며 "세상은 우리가 원했던 그 길을 따라 조금씩 진보하고 있다, 신승훈 동지를 따라 더 분노하고 행동해, 살인적인 신자유주의에 종지부를 찍자"고 말했다.

박상철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은 "21세기 백주대낮에 어떻게 분신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노동자는 돈 만들어내는 기계, 고장되면 갈아버리는 부품, 통제하는 대로 따르고 굴종하는 노예가 아니다, 노동자 대접받는 세상을 위해 분노하겠다"고 전했다.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분신사망한 고 신승훈씨의 장례식이 7일 오전 울산영락원에서 엄수된 가운데 발인 도중에 부인이 오열하고 있다.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분신사망한 고 신승훈씨의 장례식이 7일 오전 울산영락원에서 엄수된 가운데 발인 도중에 부인이 오열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고인의 부인 허씨는 "이런 자리에 서 있고 싶지 않았다, 내 아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며 "그동안 세상의 어두운 면을 보면서 너무 슬펐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민주화니 현장탄압이니 하는 말을 잘 모르고, 남편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런 험한 일을 벌였는지 모른다"며 "다른 분들은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죽을 마음을 가지고 있다만 그 힘으로 죽도록 살아남아 투쟁해 달라, 어린 아이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만들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문]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추도사
신승훈 당원님.
불타올랐던 당신께서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그저 막막합니다.
그 아픔을 감내하기까지 당신께서 노동의 현장에서 외치고 싸우며 해쳐온 일들을 헤아립니다.

저희가 또 늦어져서 또 힘이 모자라서 신승훈 동지를 이 고통에까지 내몰리도록 했다.
다시는 노동자의 희생 앞에서 죄송하다고 말할 일, 놔두지 않는 정당, 어느 노동자도 자신의 목숨을 잃지 않도록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당을 가장 간절히 원하고, 그를 위해 누구보다 땀을 흘리신 신승훈 당원님 앞에 저는 또 다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입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당신께서 우리에게 주신 아픈 꾸지람을 잃지 않겠습니다. 당신께서 우리와 함께 흘린 땀을 되새기겠습니다. 당신께서 우리에게 쏟아 부은 뜨거운 사랑을 간직하겠습니다. 노동자의 삶을 지키는 정당으로 통합진보당이 바로 서겠습니다. 통합진보당의 모든 당원들의 사랑과 다짐을 신승훈 당원님과 유족들께 당을 대표하여 드립니다. 신승훈 당원님 사랑합니다. 편히 잠드소서.

7일 오전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이 열릴 예정인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 사무실앞으로 고인의 운구행렬이 들어오고 있다.
 7일 오전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이 열릴 예정인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 사무실앞으로 고인의 운구행렬이 들어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7일 오전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이 열릴 예정인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 사무실앞으로 고인의 운구행렬을 따라 수십개의 만장이 들어오고 있다.
 7일 오전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이 열릴 예정인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 사무실앞으로 고인의 운구행렬을 따라 수십개의 만장이 들어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1신 : 7일 오전 9시 25분]
분신 후 한 달 만의 장례... "현대차는 거대한 벽"

7일 오전 6시 30분 울산광역시 남구 영락원 영결식장. 올해 중학교 2학년생인 신아무개군이 무릎을 꿇었다. 근심 어린 얼굴로 아버지 영정 앞에 절을 올렸다. 옆에 서 있던 초등학교 6학년생인 동생도 몸을 숙였다. 고인의 아내이자 두 자녀의 어머니인 허아무개씨는 가까스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고인은 현대자동차에서 21년 동안 근무해온 신승훈(44)씨다. 그는 지난달 8일 자신이 일하던 엔진 공장에서 분신했다. 당시 그는 자신이 맡은 엔진의 품질 불량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후 회사 쪽으로부터 현장 근무 이탈 금지 명령 등의 과도한 간섭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온몸에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지난달 15일 끝내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장례식이 이날 열린 것이다. 분신한 지 한 달, 생을 마감한 지 23일 만이다. 이날 장례식 역시 그동안 회사와 유족 간의 보상금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무기한 연기됐었다. 지난 6일 회사와 유족은 가까스로 보상 절차에 합의했고, 장례는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으로 거행됐다.

허씨는 지난 6일 밤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한 달여 동안 회사 쪽 사람으로부터 단 한 마디의 사과조차 듣지 못했다"면서 "일반인인 나에게 거대 기업인 현대차는 커다란 벽이었다"고 토로했다.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이 엄수된 7일 오전 울산 현대자동차 매암동 엔진5부에서 유가족과 동료들이 고인이 분신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이 엄수된 7일 오전 울산 현대자동차 매암동 엔진5부에서 유가족과 동료들이 고인이 분신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이 열린 7일 오전 고인이 분신한 매암동 엔진5부 공장입구에서 노제가 열리고 있다.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이 열린 7일 오전 고인이 분신한 매암동 엔진5부 공장입구에서 노제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이 열린 7일 오전 고인의 유가족과 동료들이 고인이 근무했던 공장에서 노제를 지낸 뒤 영정을 앞세우고 공장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고 신승훈 노동해방열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동조합장'이 열린 7일 오전 고인의 유가족과 동료들이 고인이 근무했던 공장에서 노제를 지낸 뒤 영정을 앞세우고 공장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분신사망한 고 신승훈씨의 장례식이 7일 오전 울산영락원에서 유가족과 현대차노조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되고 있다.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분신사망한 고 신승훈씨의 장례식이 7일 오전 울산영락원에서 유가족과 현대차노조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현대자동차지부 사무실 광장에서 2시간 동안 영결식

7일 오전 6시 30분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발인식이 거행된 후, 영정을 실은 운구 차량은 그가 마지막까지 일했던 매암동 현대차 엔진5부 공장으로 향했다. 문용문 현대차지부장을 포함해 현대차지부 소속 100명의 동료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공장 입구에 놓인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김화식 열사회 회장은 "다시 탄압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이제 남은 동지들에 대한 탄압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후 영정은 엔진5부 공장 내 S-엔진 조립공장 내부로 들어섰다. 그가 분신했던 자리에 영정이 잠시 머물렀다. 영정을 든 고인의 남동생은 초점 없는 눈동자로 분신 장소를 응시했고, 고인의 부인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분신 장소는 이미 말끔히 치워졌다.

가동을 멈춘 공장 내부는 주간조 근무자들의 조업 재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인과 회사의 마찰을 불러일으켰던 S-엔진이 작업 선반 위에 빼곡히 놓였다. 각종 자재들도 선반 옆에 가지런히 준비돼 있었다. 유족들과 동료들은 곧 S-엔진을 뒤로 한 채 공장을 빠져나왔다.

공장 안에는 역설적이게도 품질 경영을 알리는 많은 푯말이 눈에 띄었다. 공장 로비에서는 '품질은 시장을 평화적으로 점령하는 가장 효율적인 무기다'라는 문구가 영정을 맞았다. 작업장 곳곳에 '손끝에서 맺은 정성 일등품질 고객만족', '내가 보낸 티끌 하나, 태산 되어 돌아온다' 등의 표어가 눈에 띄었다.

오전 8시께 운구행렬은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으로 들어섰다. 고인이 1991년 입사한 이후 일했던 엔진공장을 보기 위해서다. 오전 9시부터 현대자동차지부 사무실 광장에서 2시간에 걸쳐 영결식이 진행된다. 이후 고인은 울산 동구 방어진 화장터에서 화장돼 경남 양산시 솥발산 열사묘역에 묻힌다.


태그:#신승훈, #현대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