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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가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센터에서 투표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밝은 표정으로 투표하는 전두환, 이순자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가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센터에서 투표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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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인 일이죠. 이제야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을 하네요. 박원순 시장님, 파이팅!"

6일 서울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경호동으로 사용되고 있는 시유지를 더 이상 무상임대해줄 수 없다'고 경찰에 알렸다. 서울시가 "전 전 대통령 경호동으로 쓰이는 시유지는 원래 예술가를 위한 창작공간이었다. 무상 사용기간이 만료되는 4월 30일 이후로는 무상사용 허가가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

이에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김현우(36)씨는 "서울시가 공문을 보낸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박 시장의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과 경호동을 직접 찾았다.

"경호동은 찍어도 되지만 자택은 찍을 수 없습니다"

기자는 오전 11시께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에 도착했다. 자택은 사람이 좀처럼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골목에 있었다. 기자가 자택으로 다가가자 보초를 서고 있던 의경들 중 한 명이 다가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기자입니다. 서울시 공문 관련해서 전두환 전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시는 분 의견을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가 무전으로 상급자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자택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다른 의경이 "사진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왜 찍으면 안 되냐?"며 작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경호를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경호동.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경호동.
ⓒ 김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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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십니까? 경호와 관련된 사항은 서울경찰청에 물어보셔야 합니다."
"서울경찰청 의견도 있겠지만, 여기 경호 담당하시는 분들 생각도 있을 거 아닙니까. 좀 의견을 말씀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저희는 이미 경찰청에 충분히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그럼 어떤 의사를 전달하셨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비밀입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사항인데, 한 마디라도 해주십시오."
"안 됩니다."
"그럼 사진은 왜 못 찍습니까?"
"시설보안 때문에 자택은 찍을 수 없습니다."
"자택 말고 다른 곳이라도 찍을 수 없습니까?"
"그럼 경호동을 찍으십시오."

'경호동이 진짜 보안시설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사진 한 장이라도 남기려고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았다. 사진을 찍고 나오면서 중년 남성의 직급을 물어봤다. 그는 침묵을 지켰고, 기자가 "경호 담당하시는 분이냐?"고 묻자 "알 거 없다"고 대답했다.

기자는 철수하기 전 보초를 서고 있던 의경들에게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안에 계시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그들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만 대답했고,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똑같은 답변을 되풀이했다. 

연희동 민심도 잃었나? "공짜로 쓰면 되나? 철수하거나 돈 내야"

5.18 광주민주화운동 31주년인 2011년 5월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2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앞 골목길 양쪽에서 경찰들이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1주년인 2011년 5월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2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앞 골목길 양쪽에서 경찰들이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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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 전 대통령 사저 경호를 맡고 있는 쪽의 의견은 듣지 못했지만, 연희동 주민들의 의견은 들을 수 있었다. 기자가 만난 연희동 주민들은 입을 모아 "공짜로 (땅을) 빌려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찬흠(55)씨는 단호히 "범죄자한테 공짜로 해주면 안 되지, 그런 나라가 어디 있어, 아주 잘못된 거야"라고 말했다. 서금주(41)씨도 "그 분은 정치를 깨끗하게 하지 않았고, 경호도 오래 받았으니 이제는 돈을 내는 게 맞다"고 말했고, 이은혜(27)씨도 "국민 세금으로 경호하는 건데 공짜로 하는 건 아니다. 철수하거나 돈을 내는 게 맞다"고 대꾸했다.

경호가 전직 대통령 예우이긴 하지만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아무개(55)씨는 "어차피 노후를 봐주는데 경호시설까지 공짜로 하는 건 좀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2년째 옷가게를 하고 있는 아무개씨는 "노태우 사저와 많이 비교된다"며 "경호 공간도 크고 인원도 많은 것 같은데, 큰 공간 자체가 필요 없다"며 "경호가 너무 과하다"고 지적했다.

소수 의견으로 "어차피 똑같은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었다. 염아무개(43)씨는 "경호비로 임대비를 내면 어차피 세금에서 나가는 건 똑같은 거 아니냐"며 "결국 전두환 개인 재산에서 나가는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유상임대 등 여러 가지 방안 검토 중...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이 12·12및 5·18사건에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다.(1996.12.16)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이 12·12및 5·18사건에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다.(1996.12.1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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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무상임대가 안 되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단 경호동이 필요한지 여부부터 판단해야 하는데, 그건 서울시가 판단하기 어렵다"며 "매각, 유상임대 등의 방법을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유상임대도 예술가를 위한 창작공간으로 쓴다는 취지에 어긋나는 거 아니냐?"고 묻자 "그런 부분이 있지만, (경호동 부지의 사용 목적이었던) 연희문학창작촌이 별 차질 없이 운영되고 있어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다시 "유상임대시 비용이 어느 정도 되냐"고 묻자 "연 2000만 원 미만으로 추정하지만, 감정평가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사저에는 서울시 시유지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김경훈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전두환 , #경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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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 2015.4~2018.9 금속노조 활동가. 2019.12~한겨레출판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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