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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쪼그라들도록 나와라 정봉주.'

MBC <뉴스데스크> 팩트체커(부장급)를 맡고 있는 이보경 기자가 지난 3일 비키니를 입은 자신의 가슴에 새긴 문구다. 이 기자는 이러한 '비키니 인증샷'을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뒤 이런 글을 남겼다.

"저도 나와라 정봉주 하고 있습니다. 마침 직장이 파업중이라 한가해졌어요. 그래서 노구를 이끌고서리 ㅋㅋ."

"나꼼수의 진정한 의미를 환기시키고 싶었다"

이보경 MBC 기자의 '비키니 인증샷'
 이보경 MBC 기자의 '비키니 인증샷'
ⓒ 이보경 기자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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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가 올린 '비키니 인증샷'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아주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그야말로 돌출적인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안경과 비키니는 중학교 딸의 것인데 내가 딸한테 미리 말도 안 하고 썼다. 딸이 학원에 가고 없을 때를 틈타 (돌출적으로) 거사를 준비해 결행한 것이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이렇게 '돌출적으로' 결행한 거사('비키니 인증샷')에 지지를 보내는 반응이 많았다. 전화나 카카오톡으로 이 기자를 응원하는 메시지도 쏟아졌다. 그런데 정작 비키니의 원래 주인인 딸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엄마가 검색어 1위가 되니까 딸이 어린 마음에 불편하고 놀랐나 보더라. 트위터에 사진을 올린 뒤에 전화해서 '사진 좀 내려 달라'고 했다. 그날 딸이 늦게 들어왔는데 그때부터 나하고 말도 안 하고 있다."

사춘기 딸의 민감한 반응에도 주변에서는 "역시 이보경답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한다. 이 기자는 "성희롱 문제가 일어났을 때 남자 쪽 얘기를 들어보자고 할 정도로 그런 문제에 관대하다는 점에서, 돌출적으로 거사를 결행했다는 점에서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것 같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공중파 방송사의 '40대 부장급 여기자'가 이렇게 과감한 '비키니 인증샷'을 올린 이유는 명확했다. '나꼼수'의 의미를 다시 환기시키고 싶었다는 것이다.

"원래 나꼼수는 난장이다. 성적 농담도 하고, 비속어도 쓰고. 그런 난장 속에서도 엄청나게 민감한 정보들이 많이 전달됐다. '난장'이라는 형식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 나꼼수의 의미이자 공은 콘텐츠, 즉 특종성 정보들에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비키니 시위 이후) 그게 물타기되는 것 같아 그런 나꼼수의 의미를 환기시키고 싶었다."

이 기자는 "떠들썩한 그 형식 속에서 누구도 하지 못했던 특종성 정보들을 대량으로 방출한 것이 나꼼수의 진정한 공인데 (비키니 시위 이후) 그것이 많이 가려지는 것 같았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어 그는 비키니 시위 이후 나온 나꼼수 일원(김용민·주진우)의 발언에 '여성비하', '성적 대상화', '마초' 등의 비판이 쏟아진 것도 반박했다.

이 기자는 "('코피 조심하라'는 접견 서신을 남긴) 주진우 기자는 한겨울에 수감 생활하는 정봉주 전 의원에게 웃음을 주고 싶었을 것"이라며 "(김용민·주진우의 발언) 자체가 좀 과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돌팔매 맞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적 농담은 고래(古來)부터 해왔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어른들에게 삶의 활력소였다. 그냥 웃고 넘어가면 되는 문제인데 그것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보는 것 같다. 페미니스트처럼 민감한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둔감한 사람도 있다. 이것은 취향의 문제이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취향도 우월하지는 않다. 다양한 취향이 있을 뿐이다."

"'춘향 따먹' 남발하는 주류보다 더 마초적인가?"

이 기자는 "페미니스트들은 나꼼수가 마초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주류에 똥침을 날리는' 나꼼수가 어떻게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을 남발하는 주류보다 더 마초적일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자유인과 선출직 공인들이 하는 얘기는 경중이 다르다.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라던 김문수 지사나 '못생긴 여자의 마사지 서비스가 좋다'는 MB의 발언은 성적 불쾌감을 유발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선출직 공인들의 불쾌감을 견뎌야 하는 기간이 있다. 반면 나꼼수가 저질이라고 생각하면 그 방송을 안 들으면 그만이다. '코피 조심하라'(주진우)는 것은 해학적이고 민중적인 EDPS(음담패설)라고 생각한다."

이 기자가 '비키니 인증샷'을 올리던 날, MBC 노조의 한 후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 후배는 "인증샷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다음번에는 '가슴이 미어지도록 김재철 나가라'고 써보면 어떠냐?"고 이 기자에게 제안했다.

"그 후배의 제안을 받고 실제로 해볼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재철'이라는 세 글자를 내 살에 새기고 싶지 않았다. 김재철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새기기 위해 내 살을 잉크에 적시고 싶지는 않았다. 남자분이 비키니 입고 '가슴이 미어지도록 김재철 나가라'고 하면 어떤가?"

이 기자는 "나중에 파업참가에다 비키니 인증샷을 더해 징계를 받을지도 모르겠다"며 "회사에서는 회사 명예 실추, 언론인 품위 손상 등을 얘기하겠지만 트위터 반응을 보면 명예를 실추하거나 품위를 손상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송별회가 26일 오후 서초동 검찰청앞에서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정 전 의원은 <나는 꼼수다> 멤버를 비롯해서 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검찰로 출두해 수감되었다.
▲ 정봉주와 붉은 물결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송별회가 26일 오후 서초동 검찰청앞에서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정 전 의원은 <나는 꼼수다> 멤버를 비롯해서 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검찰로 출두해 수감되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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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기자의 '비키니 인증샷'으로 이어진 '비키니 시위'는 현재 교도소에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 지지·응원운동 차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난달 한 여성이 비키니 차림으로 자신의 가슴에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라고 쓴 사진을 '나와라 정봉주 국민본부'(정 전 의원 구명 사이트)에 올린 것이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이후 나꼼수 일원들이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정 전 의원이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고 부끄럽게도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있다"며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고(1월 21일), 주진우 <시사인> 기자도 "가슴 응원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고 적힌 접견 민원인 서신을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1월 27일).

이를 두고 "마초들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소설가 공지영씨와 진보논객 진중권씨 등은 트위터를 통해 "사과하라"고 요구하면서 '논란'이 크게 증폭됐다.  


태그:#이보경, #비키니 인증샷, #정봉주, #나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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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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