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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일을 할 때는 잘려지는 부재들이 바로 몸을 녹이는 땔감이 된다.
 추운 겨울, 일을 할 때는 잘려지는 부재들이 바로 몸을 녹이는 땔감이 된다.
ⓒ 이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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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과정의 한옥 학교를 거쳐 한옥 짓는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7개월이 지났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몇 군데 작업장을 거치면서 스무명 정도 되는 목수들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목수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와 함께 일한 목수들을 살펴보니, 결혼 안 한 이가 참 많습니다. 기혼자를 본 것은 단 한 명 뿐이었습니다. 그는 스스로도 억새게 운 좋은 경우라고 말합니다. 7년 동안 목수 일을 했다는 어떤 분은 자기가 봤던 기혼자 목수는 단 두 명뿐이었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이 분야의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말해 줍니다.

한 목수의 전설적인 연애담… 결혼 후 직업 바꿨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한옥학교 출신들의 경우, 이미 결혼 한 후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자 목수 일을 택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한옥학교가 아닌 도제식으로 일을 배운 이들은 열에 아홉은 총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목수들이 결혼하는 것이 이다지도 힘든 것일까요. 한옥 목수는 떠돌이입니다. 저 역시도 짧은 기간 동안 강원도를 시작으로 경남, 충북, 전북과 경기도를 돌아다녔습니다. 이성을 만나고 진득하니 사랑을 꽃피우고 결혼까지 가기에는 너무나도 시간이 없습니다. 물론 전설적인 연애담들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오후 6시에 일을 끝내고 바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달려가 얼굴보고 다시 내려와 두 시간 자고 일을 시작하기를 반복했다는. 그런데 이런 전설은 결혼 후 직업을 바꿨다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 계층으로 나눴을 때, 목수는 분명히 밑바닥 인생입니다. 4대 보험이 적용되는 경우가 드물고, 하루 일당으로 계산 받고, 추운 겨울에는 일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옥 목수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는 분도 있겠지만 정작 목수들 자신은 '노가다'도 이런 '상노가다'가 없다고 말합니다. 일은 고되고, 하루 10시간 노동에, 따로 휴일이 정해진 것도 없습니다. 지붕 일을 하다 다치는 경우가 꽤 있고, 다쳐도 산재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목수들 소득은 기능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보통 보조공이 7만 원부터 시작해 먹을 잡으면 16만 원까지도 올라갑니다. 업자가 되면 자신의 역량에 따라 더 많은 소득을 얻기도 하지요.

현실보다 낭만, 나무 깎는 진정한 맛 느낀다면...

최고 지위인 도편수가 된 40대 후반의 한 목수는 "사람이 살면서 끝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결국 양 손에 들 수 있는 것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한 손엔 일, 한 손엔 가족을 들고 가는데 나는 양 손 다 일을 하는 데 살아왔다"며 조금은 후회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고용도 불안하면서 정주하지 못하는 삶. 분명 가장이라면 좋은 조건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결혼을 했다고 해서 좋기만 한 것도 아닌 듯합니다. 결혼 후 목수 일을 시작한 30대 후반의 목수는 "매일매일 어린 딸과 영상 통화를 하는 것이 삶의 낙이지만, 딸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아빠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정에 가장의 부재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감추질 못합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다들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요.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닌데…. 현실적으로 말하면 긴시간 목수일 만 해 본 사람들은 스스로 다른 일을 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고, 조금 낭만적으로 말하면 산으로, 들로 떠돌며 나무를 깎고, 세우는 일의 진정한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태그:#한옥, #목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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