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뉴스타파> PD를 맡은 이근행 전 MBC 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 한편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취재 영상물을 보며 편집을 하고 있다.
 <뉴스타파> PD를 맡은 이근행 전 MBC 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 한편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취재 영상물을 보며 편집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우리가 저녁을 안 먹은 거냐?"

회의실을 나온 전 MBC 노조위원장 이근행 프로듀서(PD)가 식사메뉴를 묻는 말에 당황해 하며 말했다. 시간은 오후 9시를 훌쩍 넘겼고 인터뷰 예정시간도 두 시간이 지났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회의를 기다리면서 막막하고 짜증도 났지만 밥 먹는 것도 잊고 일하는 <뉴스타파> 앞에서 딱히 뭐라 항의할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기자도 그 분주함 속에서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8층.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은 여기가 노조사무실인지 방송국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분주했다. 3일 <뉴스타파>의 두 번째 보도를 앞두고 한쪽에서는 회의가, 한쪽에서는 편집이, 또 한쪽에서는 녹음이 진행됐다. 그 모습을 단지 '바쁘게 일한다'라고 표현하는 건 부족하다. 그들이 가진 모든 걸 짜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충혈된 눈, 헝클어진 머리, 까칠한 피부는 그냥 '옵션'이다.

전국언론노조와 해직 언론노동자들이 함께 만든 <뉴스타파>는 단 한 번의 방송만으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만 2일 현재 34만 조회를 기록했고 팟캐스트 다운로드 횟수를 합치면 50만 건이 넘어간다. 공식적인 집계만 이 정도다. 동영상 뉴스가 여기저기 '펌질' 당해 나간 건 헤아릴 수도 없다. 공중파 시사교양 프로의 간판 PD로, 탐사보도팀의 '능력자'로, 뉴스전문채널의 앵커로 활약했던 이들의 위력은 한마디로 대단했다.

변변한 장비 없이,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 정도 히트 작품을 만들어 내는 능력자들이 방송국 밖으로 쫓겨난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이 해직 언론노동자라는 사실은 현재 우리 언론이 어떤 지경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누구보다 잘했고 방송사를 이끌어 왔던 언론인들이 거리에 나서게 된 이유. 그들이 무엇을 위해 누구와 싸웠는지를 보면 그 답은 명쾌해진다. <뉴스타파>는 그 존재만으로도 현실을 고발하는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그 가운데 이근행 PD는 이명박 정권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임기 2~3년 차에 MBC노조위원장이었다. 청와대에서 '쪼인트' 까이며 내려온 김재철 사장과 맞서 39일 총파업 투쟁을 지휘했던 그는 지난 2010년 6월 해직됐다. <뉴스타파>로 돌아오기까지 1년 6개월. 그는 무엇을 하고 지냈을까. MBC 동료 조합원들이 또다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지 나흘째, 회사 밖에서 또 다른 투쟁을 시작한 이PD를 만났다.

"<뉴스타파>제작, 메이저에 있었다는 부담 있다"

<뉴스타파> PD를 맡은 이근행 전 MBC 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첫회 방영 이후 시청자들의 호평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잠재된 욕구불만이 컸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반응, 칭찬과 환호가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PD를 맡은 이근행 전 MBC 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첫회 방영 이후 시청자들의 호평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잠재된 욕구불만이 컸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반응, 칭찬과 환호가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근행 PD는 이날 인터뷰에서 MBC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며 "MBC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가 지휘했던 지난 2010년 파업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는 동료 조합원들에게 "김재철 체제에서 복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동지들을 믿는다"고 했다.

이 PD는 김재철 MBC 사장과 관련해 "그의 추락과 함께 MBC의 가치는 지금도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전면에 나선 인물로 평가되는 김 사장과 김인규 KBS 사장, 배석규 YTN 사장 등을 거론하며 "물러나지 않고 버티면 쫓겨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해직 이후 특별한 활동이 없다가 <뉴스타파>로 돌아왔다. 계기가 있었나?
"해직된 이후에도 해직 언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은 늘 있었다. 이 시기에 해직 언론인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의 상징이다. 그만큼 공영방송이나 신문사나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걸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그 현실을 타개하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뉴스타파>를 함께하자는 제안들이 있었고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직접 제작하는 위치에서 <뉴스타파>는 어떤 의미가 있나?
"<뉴스타파>가 엄청난 특종을 발굴하는 건 아니다. 기존 이슈를 얼마만큼 제대로 비판적인 시각에서, 진실의 관점에서 다루느냐의 문제다. 여기는 장비도 열악하고 방송을 내보내는 플랫폼도 공중파와는 견줄 바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50만 조회를 기록한다는 건, 대중들 욕구가 있었다는 거다. 언론이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잠재된 욕구불만이 컸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반응, 칭찬과 환호가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 <뉴스타파> 제작에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부담이 많다. 최고의 인프라를 가진 지상파에서 일했기 때문에 작업의 완성도와 질적인 부분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이다. 소위 메이저에서 왔기 때문에 1인 미디어를 넘어서는 형식과 질의 높은 기대가 있었다. 첫 방송이 나가고 너무 형식적인 완성도를 추구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질적 수준에 부응할 수 있는 내용을 채우는 게 가장 어렵다."

- 3일 두 번째 방송이 나가는데 어떤 내용을 다뤘나?
"지난번 방송에서 다룬 투표소 변경에 대한 후속보도가 나간다. 또 MBC와 KBS, YTN 등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장악 첨병으로 살아온 사람들과 관련한 취재물이 나간다. 날치기로 끝난 한미FTA에 관한 아이템도 있다. 지난번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만난 것처럼 1500일 거리 농성을 하고 있는 재능교육 학습지 노조위원장을 인터뷰했다."

<뉴스타파> PD를 맡은 이근행 전 MBC 위원장(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으로 해고)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재능교육 빌딩 앞에서 단체협약 원상 복귀와 복직을 요구하며 1505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명자 재능교육 지부장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재능교육 천막농성장 찾은 <뉴스타파> 이근행 PD <뉴스타파> PD를 맡은 이근행 전 MBC 위원장(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으로 해고)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재능교육 빌딩 앞에서 단체협약 원상 복귀와 복직을 요구하며 1505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명자 재능교육 지부장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말 바꾸는 김재철은 언론인 자격 없어"

- 해직된 후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들었다. 어떻게 지냈는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2년차, 3년차의 노동조합에 있었기 때문에 해고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나 그렇지만 이번에는 가족과의 관계를 잘 꾸려보고 싶었다. 집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직된 상태지만 가능한 1년 동안은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려 했다. 또 나를 개인적인 영역으로 끌고 가서 정신을 추스르고 정리하고 싶었다."

- MBC 기자회가 제작 거부에 들어갔고 노조도 파업에 돌입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지난번 총파업을 끝내고 평가를 하면서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른 결정을 할 자신은 없다. 39일 동안 파업을 마치고 현장으로 돌아가 열심히 싸우자고 했다. 반대하는 조합원을 설득시켜 현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했다. 그만큼 사측의 조직 장악이 강도 높게 진행된 것 같다. 그렇다고 MBC내부의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망가졌다고 봐서는 안 된다. 1년 8개월 만에 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그 사이에도 끝없는 싸움이 있었기 때문에 파업할 수 있는 거다. 휴전기를 거쳐 다시 투쟁의 국면이다."

<뉴스타파> PD를 맡은 이근행 전 MBC 위원장.
 <뉴스타파> PD를 맡은 이근행 전 MBC 위원장.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투쟁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민들의 시선도 그렇고 MBC는 지난 파업보다 더 절체절명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MBC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거 같다. 그런 순간을 책임지게 된 조합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도와주고 싶다. 하지만 <뉴스타파>를 하느라 그 흐름도 잘 모른다. 다만 파업 들어가기 전에 조합원들에게 글을 하나 썼다. 김재철 체제에서 나는 복귀하지 않는다고. 우리 스스로를 극복하자. 저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라. 되돌릴 수 없는 때가 됐다. 동지들을 믿는다. 그렇게 제가 할 수 있는 마음을 담은 글 하나를 썼다."

- 2010년 김재철 사장의 출근을 막으면서 잦은 설전을 벌였다. 파업 당시에는 "나쁜 사람"이라고까지 했는데 가까이서 본 김재철 사장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말을 조심해서 하는 편이다. 위원장을 할 당시에도 말을 막 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김 사장은 권력에 대한 의지가 존재하고 권모술수형 인간이다. 무엇보다 그 사람이 언론인으로, 언론사 사장으로 자질이 없다는 건 말을 수시로 바꾸기 때문이다. 말은 곧 그 사람이고 인격이다.

그런 점에서 말을 책임지지 않는 사람은 언론인으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시장에 가서 장사하면 장사야 잘할지 모르지만 그것도 사기꾼이 되는 거다. 말을 바꾼다는 건 사기고 거짓이다. 지난번 사표를 낸 것도 그냥 쇼에 지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스스로 경영을 내실 있게 성장시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MBC의 가치는 끊임없이 떨어졌다. 신뢰도를 비롯해 MBC의 가치는 김 사장의 추락과 함께 지금도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다."

- 최근 이명박 정부 방송장악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물러났다. 이명박 정권에서 진행된 언론장악이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고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최시중이 물러났다고 뭐가 달라지지 않는다. 대통령의 레임덕이라는 흐름 속에 발생한 사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김재철 사장을 비롯해 김인규 KBS 사장, 배석규 YTN 사장 같은 방송장악의 첨병들이 물러나는 건 시간문제다. 물러나지 않고 버틴다면 쫓겨나게 될 거다. 또 정부는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훨씬 더 강력한 단죄를 받게 해야 한다. 방송장악과 관련된 모든 것, 종편방송을 진두지휘한 것, 여타 각종 비리까지 끊임없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후원? 돈을 받아도 쓸 곳이 없다"

프로레슬러 김남훈(트위터 @namhoon)씨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해직언론인 이근행 전 MBC 노조위원장의 목을 조르며 <뉴스타파> 후원계좌 개설을 요구하고 있다.
▲ 프로레슬러 김남훈 <뉴스타파> 후원계좌 요구하며 난동(?) 프로레슬러 김남훈(트위터 @namhoon)씨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해직언론인 이근행 전 MBC 노조위원장의 목을 조르며 <뉴스타파> 후원계좌 개설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복직 상황 등 관련한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얼마 전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나는 해고무효소송도 따로 안 했다. 사법적으로 해결되지 않아도 사회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해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소송을 통해 잘했나 못했나를 따지기보다 잘못된 걸 사회적으로 바로 잡아가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 <뉴스타파> 후원계좌를 열어 달라는 요구가 있다. 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처음부터 몸으로 때우자고 한 일이다. 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는다. 뭐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건 아니다. 필요하다면 인력이 필요하지. 그리고 뭘 얼마나 했다고 벌써 후원을 받나. 그렇게 돈을 받아도 쓸 곳이 없다. 주는 쪽에서는 선의지만 받는 쪽에서는 대의에 맞지 않다. 격려금이라고 해도 받을 이유가 없지 않나. 돈이 부족해서 프로젝트가 좌절될 상황이라면 고민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 복직해서 만들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고발 프로도 했고 교양도 했고 다큐도 했기 때문에 우리 동네에서는 한 바퀴 다 돌았다. 했던 걸 또 하고 싶지는 않고 유일하게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걸 못해봤다. 퀴즈나 시사토크쇼 같은 프로그램들이다. 특히 화끈한 시사토크쇼를 해보고 싶다. 정말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진정성 있고 좀 더 건강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를 해보고 싶다."


태그:#뉴스타파, #이근행, #노종면, #MBC, #MBC파업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