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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조세부담률 목표가 동일해졌다.

지금 정치권에서 세금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점은 과거 감세를 주장했던 한나라당이 민주통합당과 비슷한 수준의 조세부담률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의 이용섭 조세특위위원장은 GDP 대비 조세부담률의 목표로 21~22%를 제시했고, 1월 13일 <프레시안>에 나온  이상이·이태수·정승일 세 사람의 대담 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쪽의 안종범 교수는 22%를 목표치로 제시했다고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GDP 대비 조세부담률 목표가 동일해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증세의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비과세 감면 축소에서는 두 당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고, 종합부동산세 증세에 대해서는 민주통합당이 좀 더 강하지만 한나라당 쪽에서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주식양도차익과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과세는 민주통합당보다 한나라당 쪽이 좀 더 강하지만 민주통합당도 이 부분에서 세금을 거둘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차이점이라면 한나라당과 달리 민주통합당이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려고 하고 있는 점뿐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좋은 대안은 없을까? 가장 좋은 대안은 세금 거두는 자체가 복지 수요 혹은 양극화를 줄이는 방안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세제개혁 자체가 하위계층의 삶을 향상시키고, 상위계층의 위상은 낮추면서 경제는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 우리가 찾는 대안일 것이다.

나는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 토지보유세(뒤에서는 토지세로 약칭한다) 중심의 세제개혁이라고 본다. 농경사회가 아닌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서 단행되어야 하는 토지개혁의 핵심은 토지세 강화를 통해서 토지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왜 토지세 중심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토지세가 다른 세금과 달리 아래와 같은 놀라운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왜 토지세 중심의 증세여야 하는가?

토지세 강화로 토지문제가 초래한 수많은 문제들 ―따지고 보면 이 문제들이 거대한 복지 수요의 주된 원인이다― 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고층 아파트촌.
 토지세 강화로 토지문제가 초래한 수많은 문제들 ―따지고 보면 이 문제들이 거대한 복지 수요의 주된 원인이다― 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고층 아파트촌.
ⓒ 엄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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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든 일반물자에 부과하는 세금은 생산 활동을 위축시킨다. 진보가 이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나, 세금 징수가 열심히 일하는 행위, 열심히 저축하고 투자하는 행위 등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위의 동기를 위축시킨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런데 이런 세금과 전혀 다른 세금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토지세다. 그러면 토지세가 어떤 면에서 다른 세금과 다른지 살펴보자.

첫번째로 다른 세금은 전가되지만 토지세는 전가가 불가능하다. 즉, 토지소유자가 토지세를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직접세·간접세로 구분하는 세금의 행정적 분류는 납세자와 세금부담자가 동일한가 아닌가로 구분하는데 직접세는 납세자와 세금부담자가 같고 간접세는 다르다고 본다. 하지만 모든 경제학 교과서가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것처럼 모든 세금은 전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토지세는 전가가 일어나지 않는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김윤상·조성찬과 필자가 함께 쓴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109~115 쪽 참조).

두번째로 토지세는 토지투기를 억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투기는 심심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매매차익인 토지 불로소득을 노리고 일어난다. 그런데 토지세를 강화하면 토지에 대한 보유부담이 커지게 되고, 이것은 투기용 토지소유자들로 하여금 토지를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여 결국 지가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매매차익인 토지 불로소득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토지투기는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토지세를 강화하게 되면 가장 비생산적 경제행위라고 할 수 있는 토지투기가 사라지게 되고, 평소 같으면 이쪽으로 흘러들어갈 자금들도 고용량과 산출량을 높일 수 있는 생산적인 곳으로 유입되게 된다.

세번째는 토지의 효율적 사용을 촉진한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단위 토지 당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지세를 강화해서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토지 소유자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토지의 효율적 이용 밖에 없기 때문이다. 땅 가진 게 돈이 되지 않으니 토지소유는 이용자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재편된다.

네 번째로 토지세 강화는 토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개방시킨다. 토지가격, 지가(地價)는 일반적으로 고가(高價)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가라는 것 자체가 미래에 발생할 모든 지대를 현재 가치로 할인해서 더 한 것인데, 여기에다 투기까지 일어나면 지가는 더 올라간다. 이런 이유 때문에 누구나 토지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나 토지세를 계속 강화해서 지가가 하락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토지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토지세를 강화하면 투기 목적으로 놀고 있는 땅도 생산에 개방되기 때문에, 토지 접근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토지세 강화는 토지 불로소득 때문에 발생하는 빈부격차를 시정한다. 대한민국의 빈부격차 심화의 1등 공신이 토지(부동산)이란 것을 생각하면 이는 엄청난 변화다.

이상의 것을 요약하면 토지세 강화는 다른 세금과 달리 전가가 일어나지 않으며, 토지투기를 억제하고, 토지의 효율적 사용을 촉진하며, 지가를 하락시켜 토지 사용의 민주화를 가져오고, 토지 때문에 발생하는 빈부격차를 시정한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토지문제가 초래한 수많은 문제들 ―따지고 보면 이 문제들이 거대한 복지 수요의 주된 원인이다― 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세 중심의 세제개혁 방안

나는 진보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OECD 평균에 도달하기 위해서 조세부담률을 지금보다 6%포인트(2010년 기준으로 약 60조 원 증세) 높이자는 것에 부정적으로 본다. 그 이유는 서구 복지국가처럼 토지 불로소득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환수하면 토지문제로 인한 복지수요는 그만큼 줄어들어 세금을 그 나라들만큼 거둘 필요가 없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10년 동안 21~22%를 목표로 조세부담률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을 이야기한 이유는 갑자기 토지세를 지금보다 10배 증가시킬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재벌개혁과 마찬가지로 세제개혁도 일종의 시장규칙을 바꾸는 것이므로 시장참여자들이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아래와 같은 전략을 제시한다(물론 이와 같은 증세 전략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현재 합의된 비과세 감면 축소와 주식양도소득과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적절한 과세와 함께 한다).

첫번째 단계 5년 동안에는 토지세 증세만큼 거래세와 건물세를 축소·폐지한다. 2010년 부동산 보유세는 부가세(surtax)까지 합쳐서 10조 3천 억 원이고 부동산 거래세는 16조 원이므로 부동산세로 26조 3천 억 원을 거둔 셈이다. 여기서 토지분 보유세만 추정하면 7조 2천 억 원 정도 되는데, 첫번째 단계 5년 동안에는 토지세를 지금의 3.5배, 다른 말로 하면 토지세 실효세율을 0.5%(2010년 토지세실효세율은 0.14%로 추정된다) 정도로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건물세와 거래세 모두를 토지세로 이전시킨다.

두번째 5년 동안에는 토지세 실효세율을 1%까지 올리고,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을 낮추는 동시에 최고구간 신설을 통해 수직적 공평성, 즉 누진도를 높이는 개혁을 단행한다. 여기서 한 가지 첨언할 것은 토지세를 1%까지 높이는 개혁을 단행한 후 지가를 고정시키는 방법을 도입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토지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이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앞서 말한 책 126~129 참조). 이렇게 해서 결국 최종적으로 2022년까지 조세부담률을 21~22%로 올리는 것이다.

토지정의 위에 대한민국을 건설하자!

지금 한국 사회에서 세금과 관련된 논쟁은 복지비용 마련 차원에만 머물러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개혁의 차원'에서 세금을 접근하는 것인데, 여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토지세 강화를 중심으로 한 세제개혁이다. 토지세 강화를 통해서 토지개혁에 성공하면 대한민국의 복지수요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전술한 것처럼 앞으로 10년 동안 토지 불로소득을 근본적(根本的)으로 환수하는 목표를 정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하면 정책의 '공고효과(announcement effects)' 만으로 상당한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1%에 해당되는 토지를 많이 가지고 있었던 재벌과 대기업, 상위계층의 소득은 줄어들면서 위상은 하락할 것이고, 반면에 토지에 짓눌려있던 중소기업과 신규기업, 하위계층의 소득은 늘어나면서 위상은 올라갈 것이며, 이런 과정에서 경제는 더욱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단시일 내에 개혁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상태에서 복지의 규모를 갑자기 늘리는 것도 엄청난 부작용이 따를 것이다. 한편에서는 복지 수요를 대폭 줄이는 개혁을 단행해야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복지를 점진적으로 강화시켜야 하는데, 관건은 이 둘 간의 조화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적어도 10년 동안 대한민국을 책임질 정당과 대통령 후보라면 수년 안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호언장담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10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관한 단기·중기·장기 개혁계획과 복지강화계획을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토지세 강화를 중심으로 한 세제개혁은 큰 의미를 지닐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남기업 토지+자유 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토지세, #세제개혁, #복지, #토지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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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 연구소는 토지에 대한 평등한 토지권 정신(지공주의)을 바탕으로 사회문제의 근간인 토지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경제정의를 세울 수 있는 이론 구축과 실행 가능한 정책대안 제시를 목표로 한다. 현재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위원으로 참여하여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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