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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자연·생태 분야 전문가들 책 중에는 일본이나 외국자료를 마치 자기 것처럼 가져다 쓴 것들도 많고 틀린 사진을 넣은 책들도 많다. 문제는 그 책 하나로 그치지 않고 잘못된 정보를 무수히 양산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한국의 나무>란 책이 나왔는데 기초 자료마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사건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 650여 종을 모두 수록했다는 것도 대단한데, 이름만 기록되어 있을뿐 생태나 모습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나무들과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분분한 나무들의 자생지를 일일이 찾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간 수많은 학자들이 범한 오류를 잡아내 수정하고…, 아마도 앞으로 한동안 이런 책 나오기 힘들거다. 


이들이 나무에 얼마나 미쳤냐 하면, 백두산에 몇 차례 갔다 왔다는데, 백두산 천지 사진 한 장 안 찍고 순 나무 사진만 찍어 왔더라. 이런 저자들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야 이처럼 좋은 책이 계속 나올 수 있을 텐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해 독자로, 출판인으로 아쉼다." 

 <한국의 나무>
 <한국의 나무>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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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자연·생태 분야의 책만 고집하는 모 출판사 대표와 책 관련 이야길 나누다가 <한국의 나무>의 존재와 저자들에 대해 듣게 되었다.

시골태생인지라 예사로 보고자란 나무와 풀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보니 관련 책들만 보이면 무조건 사서 읽곤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일반인들에게 꽤 많이 알려진 전문가들의 책을 읽으며 실망하곤 했다. 같은 내용을 조금만 바꿔 다른 제목으로 묶어 내놓는가 하면 일반인들보다 아는 것이 적다? 싶을 정도로 빈약한 글도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지만.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인간 중심의 이기적인 사고방식이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니 자연을 정복하고, 자연은 인간을 위해 기꺼이 희생해도 된다는 식의, 인간에게 필요하면 곡물이요 그렇지 않으면 모두 잡초라며 쓸모없어하는 그런.

우리사회 자연·생태 분야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 이러니 자연 환경이 멀쩡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전문가 몇 분에 대한 이런 실망과 그 씁쓸함을 말하자, 이들이 응당 해야 할 일이었음에도 하지 않은 일을 한 이 저자들과 그 책 이야기를 한 것.

10년 동안 매년 150일 이상 나무 찾아 돌아다녀

<한국의 나무>(돌베개 펴냄)는 이렇게 만난 책이다. 이런 책은 한꺼번에 읽는 것보다 두고두고 참고하는 것이 좋다. 이 책은 그간 잘못 알고 있는 나무들, 짝자래나무나 말오줌때처럼 처음 듣는 이름이거나 그 존재를 처음 알게 되는 나무들, 예로부터 황금색을 내는 염료나 도료로 많이 쓰였다는 황칠의 설명처럼 유용한 지식이 많다. 그래서 보름 남짓 틈나는 대로 읽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저자들에게 몇 번이나 고마워했는지 모르겠다.

 공저자인 김태영씨(왼쪽)와 김진석씨(오른쪽)
 공저자인 김태영씨(왼쪽)와 김진석씨(오른쪽)
ⓒ 김태영·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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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국경수비대에게 발각되면 첩보 활동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두만강 한가운데 모래톱에 서있는 새양버들을 찍은 것으로 북한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국내유일한 사진이라고.
 북한 국경수비대에게 발각되면 첩보 활동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두만강 한가운데 모래톱에 서있는 새양버들을 찍은 것으로 북한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국내유일한 사진이라고.
ⓒ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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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10년 동안 매년 150일 이상을 나무를 찾아 돌아다녔단다. 집필 기간 10년, 자료정리도 보통 아니었겠다. 그후 출판까지 3년. 우리나라 자생 600종의 나무에, 외국의 나무지만 우리 자생종과의 구분이 애매할 정도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50여종의 나무를 모두 수록했는데, 모든 나무들마다 전체모습부터 꽃, 열매, 잎, 겨울눈, 수피 등 한 종류 나무의 사계절을 담고 있는지라 이 도감 하나면 어떤 나무든 이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나무 650여 종, 자생지 모습 그대로 수록

딱딱한 나무 설명에 그치지 않고 이름에 어떤 뜻이 있는지, 어떤 나무와 비슷한지, 우리 생활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등 그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나 지식들도 풍성해 읽는 맛도 쏠쏠하다. 생김새가 비슷해 혼동하기 쉬운 나무들을 비교할 수 있도록 사진을 나란히 넣어 잎이나 열매 크기를 알 수 있게 한 것, 식별 포인트를 넣은 것 등은 이 책의 장점.

우리나라에 사는 모든 나무를 수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치와 의미 있어, 가급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책이며 그 저자다. 혹자들 중엔 우리나라 자생 모든 나무를 수록했다는 점만 빼면 기존의 나무도감과 비슷한 내용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저간의 오류를 바로 잡고 확실한 자생지 사진을 수록했다. 특히 어떤 것들을 바로 잡았는지, 어떤 사진들이 국내 처음 촬영한 것이고, 책에 실은 것도 국내 처음이라는 등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귀한 사진들이 많이 수록돼 있다. 책과 관련된 것들을 알고 읽는 것과 모르고 읽는 것의 차이가 무척 크다. 공저자 한사람인 김태영씨에게 책과 관련된 몇 가지를 물어 봤다.

 공저자인 김진석씨가 강원도 석회암 지대에서 한반도 특산식물인 신종 종덩굴류를 세계 최초로 발견, '바위종덩굴'로 명명하였다. 그 꽃으로 학명은 'J.S.Kim'이다.
 공저자인 김진석씨가 강원도 석회암 지대에서 한반도 특산식물인 신종 종덩굴류를 세계 최초로 발견, '바위종덩굴'로 명명하였다. 그 꽃으로 학명은 'J.S.Kim'이다.
ⓒ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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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가거도에서 몇 년 전 처음 발견되었으나 국내에서는 사진으로 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푸른가막살나무. 책에 자세하게 소개하기는 <한국의 나무>가 처음이라고.
 전라남도 가거도에서 몇 년 전 처음 발견되었으나 국내에서는 사진으로 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푸른가막살나무. 책에 자세하게 소개하기는 <한국의 나무>가 처음이라고.
ⓒ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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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드나무 종류를 구분하는데 결정적인 버드나무 충영 종단면으로 사진으로 볼 수 없었던 자료(위 왼쪽) ▲남채로 멸종위기에 처한 가시오갈피나무 겨울눈(위 오른쪽)▲특징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키버들 암꽃차례 횡단면으로 사진으로 담은 것은 국내 유일(아래 왼쪽)▲나무는 높고 꽃은 작아 촬영이 힘든 메타세쿼이아 암꽃으로 사진 수록은 이 책이 처음이라고(아래 오른쪽)
 ▲버드나무 종류를 구분하는데 결정적인 버드나무 충영 종단면으로 사진으로 볼 수 없었던 자료(위 왼쪽) ▲남채로 멸종위기에 처한 가시오갈피나무 겨울눈(위 오른쪽)▲특징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키버들 암꽃차례 횡단면으로 사진으로 담은 것은 국내 유일(아래 왼쪽)▲나무는 높고 꽃은 작아 촬영이 힘든 메타세쿼이아 암꽃으로 사진 수록은 이 책이 처음이라고(아래 오른쪽)
ⓒ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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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김새가 특이한 새모래덩굴 핵.
 생김새가 특이한 새모래덩굴 핵.
ⓒ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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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생 나무도감'이 목표

- 국내에 자생하는 모든 나무를 수록한 나무도감,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취지도 궁금하다.
"식물 공부를 하면서 국내에 믿고 볼만한 도감이 없어 제대로 알려면 '일본도감'이나 '중국식물지' 등을 뒤져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에 마음이 복잡했다. 문제 의식이랄까. 안타까움이랄까. 앞선 식물학자들에 대한 원망이랄까. 늦었지만 누군가라도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소명이랄까. 이런 취지로 출발했다. 김진석 연구사와 '국내 자생 나무도감'이란 목표로 협력했지만,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김 연구사는 식물분류학 박사과정을 마친 전공자로서 한국의 식물상을 재정리 해 보고자 하는 학문적인 목표를 일부 달성한 것이다. 21세기에 접어든 이 시점에 한반도의 목본식물을 재확인·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최근에야 학계에 보고된 것들, 미기록종, 이름만 기록되어 있는 나무들의 생태를 다뤘다는데?
"근래 몇 년 사이에 발견되었거나 문헌 기록은 있지만 실체가 불분명했던 푸른가막살, 송양나무, 섬회나무, 털조장나무, 반짝버들, 채양버들, 부전자작나무, 개야광나무 등의 자생지를 찾아 사계절을 사진에 담아 수록했다. 그간 학자들 간에 분류학적인 이견이 분분하거나 문헌이나 표본자료 등이 부족해 동정에 혼동이 많았던 버드나무속(Salix), 싸리속(Lespedeza), 인동속(Lonicera) 나무들의 부분 사진들을 수록해 쉽게 식별할 수 있게 한 것, 버드나무속 나무들의 속내 주요 식별 형질인 암꽃과 수꽃의 구조를 보여주는 횡·단면사진과 열매, 잎의 앞·뒷면, 수피, 겨울눈, 종자 등의 사진을 실어 유사종과의 차이점을 자세하게 다른 것 등은 특히 내세우고 싶은 것이다.

특히 한반도 특산식물인 바위종덩굴은 공저자인 김진석 연구사가 세계 최초로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한 식물이라(학명의 명명자 명이 김진석을 뜻하는 'J. S. Kim'라고)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르다. 천선과나무, 모람, 왕모람 3종의 나무들은 각각의 식물들의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좀벌과의 공생 관계를 사진으로 자세히 소개했는데, 이 또한 국내 처음이다. "

- 650여 종 모든 나무마다 적게는 5~6매부터 많게는 14~15매 정도 사진이 수록됐다. 모두 몇 장?
"대략 5천 장 정도 된다. 이것만으로도 지금껏 한국에서 출간된 나무도감 중 역사상 가장 방대한 사진 자료를 수록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나무라고 해도 자생지, 즉 어떤 곳에 자라는가에 따라 그 상태가 저마다 다르다. 나무의 사계절을 다 보려면 한 나무 당 최소 5번은 가야 한다. 그런지라 사진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장의 사진만으로는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각각의 나무에 대해 <한국의 나무>에 수록된 사진들은 그 나무를 식별할 수 있는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사진들이다."

- 자생지만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인가. 
"식물연구를 위해 식물원은 꼭 필요하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 자생종은 최대한 식재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렇지 못하다. 사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야생과 식물원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나무라고 해도 산 아래와 정상부에 자라는 나무는 외형적 차이가 난다. 식물원의 나무들은 사람들의 관리를 받고 자라는지라 야생 상태의 나무와 다소 다른 모습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대표성을 띠지 못한다. 때문에 보다 정확한 이미지 자료 확보를 위해 자생지 촬영 원칙을 고수했다. 나무 한 종을 관찰하여 기록하고자 여러 번 가야하니 시간도 많이 들고 경제적으로도 소모가 많았다. 그래도 이처럼 책으로 내고나니 보람으로 남는다. 아마도 단 한 종이라도 우선 편한 쪽을 선택했더라면 두고두고 부끄러웠을 것이다."

 특이하게 생긴 참나무겨우살이의 꽃.일반적으로 참나무에 기생한 겨우살이를 '참나무겨우살이'라고 잘못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실제로 참나무겨우살이가 따로 있다고 한다.
 특이하게 생긴 참나무겨우살이의 꽃.일반적으로 참나무에 기생한 겨우살이를 '참나무겨우살이'라고 잘못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실제로 참나무겨우살이가 따로 있다고 한다.
ⓒ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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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도만두나무는 전남 조도에서 최초로 발견되어 1994년에 학계에 보고된 한반도 고유종으로 조도에서 이 나무를 찾기 힘든 희귀종이다. 열매가 만두모양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조도만두나무는 전남 조도에서 최초로 발견되어 1994년에 학계에 보고된 한반도 고유종으로 조도에서 이 나무를 찾기 힘든 희귀종이다. 열매가 만두모양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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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들이 한반도 남부와 도서지역에 자생하는 천선과나무를 5년 동안 관찰하여 사진 촬영하고 기존 문헌들 속의 내용상의 오류를 바로 잡은 '천선과나무와 천선과좀벌의 공생 관계' 수록 페이지.국내에서는 지금껏 아무도 연구하지 않고 오래된 문헌을 그대로 베껴 썼다고.
 저자들이 한반도 남부와 도서지역에 자생하는 천선과나무를 5년 동안 관찰하여 사진 촬영하고 기존 문헌들 속의 내용상의 오류를 바로 잡은 '천선과나무와 천선과좀벌의 공생 관계' 수록 페이지.국내에서는 지금껏 아무도 연구하지 않고 오래된 문헌을 그대로 베껴 썼다고.
ⓒ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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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그루 나무에 사계절 모습 사진이 있다. 몇 번 정도 가야 하나.
"나무 한 종당 최소 5~6차례? 대부분 10차례 정도는 갔다. 송양나무의 경우 문헌에 이름만 올라있을 뿐 자생지가 어디인지, 언제 꽃이 피는지 전혀 기록되지 않아 남해까지(저자는 일산에 산다) 8차례나 갔는데도 꽃을 보고 오지 못해 아쉬웠었다. 9번째 간 날 비로소 꽃을 볼 수 있어서 도감에 수록할 수 있었던 것. 이후 열매를 보고자 더 갔다. 사실 이런 경우는 흔하다. 10번을 갔음에도 아직 개인적인 호기심이 충족되지 않은 나무들도 있다. 강원도 고산지역에 있는 나무인데 아마도 올해 그 나무를 보고자 몇 번은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강변 지키는 버드나무류, 토목공사로 통째 잘려 안타까워

 - 각종 공사로 우리의 자연환경이 많이 훼손되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없나.
"일부사람들의 욕심이나 무지 때문에 훼손되는 것을 볼 때면 같은 인간이란 사실만으로 부끄럽고 미안하다. 한 생명의 임종을 지켜보는 듯해 마음이 무거울 때도 많았다. 책에 게재된 사진들 중 그 나무의 영정사진이 된 것도 부지기수. 그런데 유감스럽게 앞으로도 그 수가 더 늘어날 것 같아 안타깝고 씁쓸하다. 그 어떤 나라보다 자연환경이 빠른 속도로 훼손되는 실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으로 알려진 야생 가시오갈피나무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일, 무분별한 간벌로 희귀수목인 복사앵도나 산황나무 자생지가 훼손된 것을 직접 봐야만 했을 때 그 복잡한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강변을 지키고 있어야 할 버드나무류들이 각종 대규모 토목공사로 통째로 잘려 나가는 걸 보면서 마음이 참 많이 아팠다. 이미 너무 많은 나무들이 안정적인 생존을 위협받는 지경에 놓여 있다. 우리 자생 나무 수종의 10%이상은 인간 영역에 가깝다는 이유로 혹은 경제적인 가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

-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나무들의 자생지를 모두 기록했다. 무분별한 사람들에게 희생될까 염려된다.
"야생화 동호인들이 야생화 탐사를 한답시고 혹은 사진 몇 장을 얻자고 야생화들을 무참하게 짓밟아 훼손하는 것을 많이 봤다. 자연 공부를 위해서 책을 만든다면서 오히려 자연을 훼손한다면 그것은 자연에 대한 배신행위가 아닐까. 어떤 경우에도 자생지의 식물들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단 한 그루의 나무도 죽이거나 자생지 정보를 함부로 유출해선 안 된다는 원칙 등을 세우고 있다. 자생지 최소 정보만 게재한 것도 그 때문.

- 기존 도감의 오류들은 어떻게 보는가.
"도감이란 일종의 그림사전이다. 아주 희귀한 나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나무들은 대부분 수록해야 사전으로서 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사진만으로도 어떤 나무라고 알 수 있는 정도로 정확한 사진을 실어야 할 것이다. 사진수목도감은 수록 사진의 정확도가 99.8%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도감들이 거의 없다. 수록한 종류가 너무 적거나, 명패가 다른 식물원 등의 나무를 찍었거나 누군가의 잘못된 사진을 수록했거나 등등 오류가 심각한 책들이 많다.

비슷한 나무를 잘못 알고 찍어 올린 사진들도 아주 많다. 또 중국이나 일본의 저작물에 있는 것들을 차용해 마치 자기 것처럼 쓴 책들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이런 책들이 또 다른 누군가의 참고서가 되어 자꾸 잘못된 정보를 재생산 하게 되니 그게 문제다. 기존 도감의 문제점들을 최대한 개선하는데 중점을 뒀다. 한마디 하자면, 자연 생태 관련 책들은 기존의 자료들은 참고만 하고 직접 나가 관찰하여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식물 2급에 등록된 '황근' 꽃. 국화로 지정된 원예종 무궁화와 달리 국내 유일 자생(제주도)하는 무궁화속이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식물 2급에 등록된 '황근' 꽃. 국화로 지정된 원예종 무궁화와 달리 국내 유일 자생(제주도)하는 무궁화속이다.
ⓒ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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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다래. 우리보다 기초자료가 많은 일본의 문헌에 섬다래나무 수꽃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하지 않았고 암수 한그루로 잘못 기재, 저자들이 우리나라 자생 섬다래 성별 조사 결과 수꽃양성화딴그루로 밝혀냈다.
 섬다래. 우리보다 기초자료가 많은 일본의 문헌에 섬다래나무 수꽃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하지 않았고 암수 한그루로 잘못 기재, 저자들이 우리나라 자생 섬다래 성별 조사 결과 수꽃양성화딴그루로 밝혀냈다.
ⓒ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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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뜰에 마로니에 한 그루가 있다. 책을 보니 칠엽수 같다. 북한산 산행 중 보니 잘못 달아놓은 이름표도 있던데?
"마로니에(서양칠엽수)와 칠엽수(일본칠엽수)가 비슷하기 때문에 같은 나무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둘은 다른 나무다. 꽃과 열매가 전혀 다르다. 세종문화회관 뒤뜰의 나무는 칠엽수(일본칠엽수)다. 덕수궁 돌담길 주변에 마로니에가 심어져 있으니 세종문화회관 뒤뜰의 나무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나무들이 많다. 여러 부분을 비교한 후 이름표를 달아야 하는데, 일부분만 보다보니 혼동하기도 하는 것 같다. 또 나무를 심는 사람들조차 같은 나무로 알고 심는 경우도 많다. 행정상 각 공원마다, 그리고 지자체마다 이름 표기나 형식 등이 달라 제각각인 것이 좀 아쉽다. 명확하게 달아놓은 곳이 있는가하면 흔한 나무조차 잘못 달아놓은 경우도 있다. 때문에 전담 기관이 있어서 일률적으로 관리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

- 백두산을 여러 번 갔음에도 천지는 물론 기념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나무만 찍어왔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우리의 여행 목적이 남한에서 볼 수 없는 식물들을 찾는 것이라 식물 이외에는 다른 곳에 관심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백두산 가서 그 유명한 백두산 천지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그냥 돌아 온 사람들은 당신들이 최초이자 마지막일 것'라며 한 지인이 웃더라. 그런데 김 연구사와 알게 된 지가 5년이 훌쩍 넘고 그동안 함께 여기저기 참 많이 다녔는데, 기념사진 한 장 찍을 생각조차 못하고 다닌 것 같다. 이번에 나무도감 때문에 함께 찍은 사진을 쓸 일이 있었는데 없더라(웃음). 사실 어디가든 식물만 보인다. 그래서 백두산에 가서도 백두산 풍경이나 천지보다 그곳 나무에만 눈이 꽂히다보니 그리 된 것 같다. 그런데 다음에 백두산에 또 갔는데, 또 그렇게 되고 말더라. ^^"

- 두 사람이 1년에 150일, 10년 동안 바친 열정 대단하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공동 저자인 김진석 연구사는 한국의 목본식물을 정리했으니 나머지 초본식물들도 집대성해서 정리하고 싶은 학문적 소망이 있을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다시 공동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한 기본 콘텐츠도 사실 준비되어 있다.

김진석 연구사와 별도로 개인적으로 식물 이외의 다른 분야의 생태연구가와 공동으로 작업해서 식물뿐만 아니라 자연생태의 다른 분야까지 연관 지어 생태연구서를 구상 중이다. 욕심 같아서는 아직 일본에서도 출간된 적이 없는 그런 종류의 책을 만들고 싶다. 물론 아직은 초기 구상 단계일 뿐이지만."

덧붙이는 글 | 우리 땅에 사는 나무들의 모든 것-<한국의 나무>ㅣ저자:김태영·김진석ㅣ돌베개 펴냄 ㅣ2011.12 .19ㅣ값:4만 원



한국의 나무 - 우리 땅에 사는 나무들의 모든 것, 개정신판

김태영.김진석 지음, 돌베개(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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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